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일
- 남정순 번역
일
화가라는 직업
그림 속에서는 세상의 온갖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좋아하는 대로 상상의 세계 안에 들어가 평소에는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답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화가는 정말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화가가 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스케치 하는 방법
아이를 모델로 썼기 때문에 그림을 빨리 그리는 법을 몸에 익혔어요.
아이들의 빠른 움직임을 눈에 담자마자
서둘러 종이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좋은 포즈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 재빨리 화폭에 담아야 하지요.
아이들은 같은 포즈를 다시 취해주지는 않으니까요.
아버지와 어머니
나의 아버지는 요트와 소형비행기, 자동차를 설계했으며,
시인이기도 한, 이야기를 참 잘하는 분이셨습니다.
자신이 설계한 비행기에 아들을 함께 태우다니, 라며
이웃사람들이 말하면 솜을 넣어 꿰맨 옷을 입혀서
비행기에서 마치 아이를 정말 떨어뜨릴 것처럼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초상화가였던 어머니도 옛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여성으로,
결혼한 다음에도 일을 할 때에는 결혼 전의 성을 사용했지요.
수채화를 그리는 방식
내가 수채화를 그리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트레싱페이퍼에 밑그림을 그린 후 만족할 때까지 계속 고칩니다.
그런 다음 종이를 뒤집어 연필을 45도로 쥐고 뒷면을 꼭꼭 눌러
나의 카본지를 만듭니다.
그것을 그림을 그리는 종이 위에 올린 후 밑그림을 덧그려서
종이에 그리고 싶은 그림을 베낀 다음
베낀 것에 색을 칠해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병아리 돌보기
집에서는 당닭과 색시 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병아리를 적외선 아래에서 사육하는 농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만,
나는 그렇게 키우지 않아요.
날씨가 추워진 밤에는 따뜻한 물을 담아 잠자리를 데워주는 난방 기구를 타월로 싸서 옆에 놓아주지요.
닭이 어느 정도 크면 밖에 풀어놓습니다.
비가 내리면 닭들을 들여놓고는 한 마리 한 마리 천으로 물기를 닦아줍니다.
와플과 젖소
예전에 집에 와플을 먹는 젖소를 키웠어요.
와플을 우물우물 먹고 있을 때의,
갈색눈동자에 떠있는 더 없이 행복해하는 표정!
아이들은 1주일 동안 와플을 계속 먹고 난 일요일 밤의 우유는,
특별히 더 맛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농사일을 하게 된 계기
농사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뉴욕에서 사고를 일으킨 트럭에서 도망친 암탉을
어머니 친구가 주워 선물한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그리고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질 무렵에
작은 아버지가 품평회에서 입상한 수컷 소를 선물해주었습니다.
나는 마치 하늘에 오를 것 같이 기뻐서 직접 그 소를 데리러 가서
13킬로미터나 되는 먼 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시골에 대한 동경
부모와 함께 보스턴에서 지냈을 때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던 부유한 생활이었지요.
파티에 유모가 따라다니고,
아일랜드의 마부가 모는 마차를 타고 댄스레슨에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생활이 재미가 없어서
시골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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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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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