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백소애_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읽기]아다치 미츠루〈H2〉
- 쑤세미
Boys, be ambitious!
아다치 미츠루〈H2〉
야구를 직접 관람한 기억은 아주 오래전 친구들을 따라 잠실야구장을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다. 그때가 OB에서 두산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팩소주를 마시던 친구가 ‘우즈’를 연호하던 추한 모습이 기억난다. 입장 전에 친구들이 왜 내 가방에 팩소주를 때려 넣는지도 몰랐고(걔네들은 가방 검사를 다 받았다) 야구장엔 통 올 것 같지 않은 마스크의 소유자였는지 난 그냥 통과였다. 하여간 두산 광팬인 친구들과 더불어 나 또한 얼결에 두산을 응원했는데 그 이유는 경기가 끝나면 입장권 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여성 관중에게 청하 2개들이 한 세트를 준다고 해서였다.
그날 OB는 졌고, 우리는 순전히 병을 들고 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야구장 근처 잔디밭에서 오징어 한 마리를 안주 삼아 밍밍한 청하를 다 마시고 갔다. 그때 느낀 점이, 역시 스포츠경기는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이 백배는 더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야구의 야자도 몰라 기껏해야 베이징올림픽경기 등의 국가 대항 경기만 챙겨보는 내가 야구가 섬세하고 세련된 스포츠라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주말에 하는 TV 야구중계는 여전히 싫어하고 그걸 넋 놓고 보고 있는 남자들은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그런 나도 유일하게 만화 속 야구에는 열광한다. 까치 오혜성의 어깨 컨디션을 걱정하고 독고 탁의 혈투를 지켜보며 2할5푼3리 같은 외계어(!)를 알 것만 같은 표정으로 본다. 그러나 역시 내게 야구만화의 지존은 일본작가 ‘아다치 미츠루’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쯤 되는 일본 고교생들의 갑자원 쟁탈기를 그린 〈H2〉. 아다치 미츠루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기대하게 하는 그의 많은 작품들. 그 작품들이 공이 되어 날아와 스트라이크존에 꽂힌다.
배터리는 투수와 포수를 일컫는 말이다. 히로와 노다는 중학교 최고의 배터리, 그러나 부상으로 더 이상 야구를 할 수가 없다. 이들과 함께 중학전국대회를 석권한 천재적인 타자 히데오는 야구 명문고로 진학을 하게 되지만 히로와 노다 콤비는 야구부가 없는 센까와 고교로 진학 한다. 하지만 이들의 부상은 돌팔이 의사의 어이없는 오진으로 밝혀진다. 다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히로와 노다는 센까와에 야구부를 창립하고 갑자원에 도전한다. 히로의 단짝이자 최대의 라이벌 히데오는 그들의 도전을 멋지게 받아들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이 항상 하는 말이 ‘발전 가능성’이다. 이미 최고의 선수인 완벽남 히데오의 경기보다 야구부조차 없었던 학교에서 야구부를 만들고 갑자원을 향해 달라가는 히로와 노다의 도전이 더 흥미진진한 데는 그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여기에 이들의 소꿉친구이자 ‘친구 이상 연인 이하’의 애매모호한 관계의 히까리가 등장하여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고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의 아픔을 극복한 히로는 야구부 매니저인 하루까와 또 인연을 맺게 된다. 중2때까지 작은 키에 코흘리개였던 히로가 남들보다 늦은 사춘기를 맞게 되고 첫사랑의 감정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겼던지 델리 스파이스도〈고백〉이란 노래로 표현한 바 있다.
주인공 네 명의 이름이 모두 히로, 히데오, 히까리, 하루까라서〈H2〉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이 가능한 스포츠만화〈H2〉는 사춘기를 맞고 아이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청춘로맨스물이다. 라이벌이면서 서로가 팬인 히로와 히데오의 우정은 야구를 통해 더욱 깊어진다. 대결을 하면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더 분명하게 알게 되고 서로의 진심을 깨닫게 된다.
매번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답게 역시나 야구모자 삼일 쓰고 벗은 머리를 한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고 매사 쿨한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얄밉지만 귀여운 센까와 고교의 키네라든지 온갖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더욱 유쾌하고 재미있는 만화. 과감한 생략과 여백을 통한 유머, 그리고 그 속에 던지는 작가의 멋진 메시지가 매력적이다.〈H2〉는 프로야구 마니아부터 열정 가득한 아마야구의 부흥을 바라는 야구마니아는 물론 홈런과 아웃밖에 모르는 야구의 문외한이 읽어도 반할 멋진 만화이다.
아다치 미츠루/ H2 (34권 완결)/ 대원
- 글쓴이 : 백소애
- 강원도 태백 출생. 아이큐는 낮지만 머리가 좋다고 굳게 믿고 있음. 변덕이 심하고 우유부단하나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조카들에게 헌신적이며 인간성 또한 좋다.....고 믿고 있다. 학생 때 교무실에서 밀대자루로 바닥 밀면서 은밀히 훔쳐본 생활기록부에는 ‘예의 바르나 산만함’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한참을 갸우뚱 하다가 담임이 수학선생님이었기에 그냥 이해하기로 함. 다소 후진 취향을 지니고 있으나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쓸데없는 걱정과 호기심이 많음. 같은 계획을 몇 년째 하고 있으며 역시나 올해도 다이어트와 앞머리 기르기에 도전할 생각이며 과메기에 없어서는 안 될 다시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 웹툰도 괜찮지만 만화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날로그 건어물녀. 좋아하는 것은 무한도전, 오뎅으로 만든 떡볶이, 삼겹살에 매실소주, 비오는 날, 생활의 달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괴짜가족 류의 저질유머. 비 오는 날 무한도전 틀어놓고 배 깔고 누워 만화책 보면서 빈둥거리며 사는 것이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