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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11

 

 

 

초사 신상구

艸史 申相九

 

 

 

 

 

 

중학교 때,

등교하다가 쑥두 쪽을 보며 학교에 가지 않고 저곳에서 하루종일 있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그 숲으로 가고 싶었던 나날들.

그 숲으로 가지 못했던 나는 토요일 반공일 수업을 마치고 자전거에 참꽃을 꽂

고 교복 상의 단추를 몇 개 풀고 터질 듯한 부푼 가슴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가고 싶던 숲으로 나는 왜 가지 못했을까. 바보처럼.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아마 그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고 해야 솔직한 고백이 될 듯 싶다.

당신 앞에 서성거린 내가 밉다.

내 운명이요, 내 삶이었다.

당신 앞에 서성거릴 수밖에 없었기에

미운 대상에 한 번은 다가가보려고 한다.

 

서푼짜리 감정으로 어설픈 위안을 삼으며

따시고 시원한 곳으로만 몸이 절로 찾으니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은 점점 희미해진다.

미리 염려하여 두려움에 떨다가 금새 잊어버리고

매일 눈부신 새날을 맞지만 귀하게 받들지 못하여

영원히 새날이 올 어제처럼 구색을 맞추며 허비한다.

이 땅에 사람으로 왔다가 짐승이 되어 갈건가?

읽고 쓰고 배려할 수 있다는 사람으로 왔는데

흔한 숲의 가을 벌레처럼 울어보기라도 해야지

 

 

내가 지금 있는 곳, 가야 할 곳, 해야 할 것, 바라는 것들을 생각하다 막차 시간을 쳐다보았다. 화장실에 들러 담배도 한 대 피울 겨를이 남아 있어 잠시나마 안도의 숨을 쉰다. 빠지거나 두고 가는 물건이 없는지 앉았던 주변을 둘러 보는데 서서히 막차가 들어오고 있다. 결국 내가 밉지만, 당신 앞에 머뭇거리다 갈 듯 싶다.

 

그래도 쌀 한 말 들고 날 밝고 따스한 날 석가세존의 지존보다 높은 다짐을 하였더랬는데, 허기질 때는 늘 술이 그리웠고 갑작스레 추워지면 수이 아랫목을 찾아 내 언제 그런 허튼 맹약을 했던가, 굳은 맹서조차 선캄브리아 시기로 올라가 몽롱해질 때 어두운 곳 아무도 없는 벽이 막아주는 공개된 적 없는 곳에서야 두려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이 익숙하게 허물어지는, 허물어지기 이전부터 타협하는 줄도 모르게 아랫목을 찾아버린 그대여. 당신 앞에 서성거린 내가 미웠지만 이제 더는 피할 수 없어 당신 앞에 선다.

 

1999년 겨울 첫 개인전 이후 22년 만이다.

 

전시에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신 울진미협 서정희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붓으로 만난 열묵회 임경수 회장님, 김지훈 총무님과 회원 여러분들의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제자題字를 써준 서예가 단산丹山 김재일 형님, 축하의 말을 보내주신 소설가 김훈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김성준 원장님의 격려와 문화원 직원들의 변함없는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고락苦樂을 함께한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2. 1. 람취당嵐翠堂 주인主人 초사艸史 신상구. 識

 

  

 

 

초사艸史, 람취당嵐翠堂 主人주인 신상구申相九

 

과거

경북 울진군 근남면 진복1리 진복 국민학교 졸업

울진군 근남면 제동중학교 졸업

국립구미전자공고 졸업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학과 졸업

안동대학교 한문학과 대학원 중퇴

원광서주동인 회장 역임

월간울진 편집국장 역임

제동중학교 총동창회장 역임

1999년 11. 제1회 개인전

2021 울진미협 올해의 작가상

 

현재

울진문화원 사무국장, 울진미협회원, 열묵회 서실 지도

2022년 1. 제2회 개인전

 

주요작품

월송정 일주문 현판(關東八景越松亭)

망양정 현판 중에서 정철 관동별곡 망양정 부분

울진읍 연호의 월연정月蓮亭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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