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陰翳礼讃−絶望 ⓒ 혼다 히사시

메멘토 모리란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다. 중세 서양의 어느 현인이 한 말이라고 한다. 내가 이 말을 알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이다. 언제나 볼 수 있도록 종이에 써서 책상 앞에 붙여두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은 가까이에서 늘 죽음과 마주하며 살고 있지만, 그 엄연한 사실을 잊어버리기 쉽다. 죽음을 잊는다면 삶의 기쁨도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다.
 
눈앞에 향락적인 일이 있다면 더하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우리 인간은 죽음의 공포를 멀리하기 위해 향락에 끌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죽음이라든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직면해보면 비로소 죽음이 자기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고, 자신의 삶도 언젠가는 죽음에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 속에 숨어있는 죽음을 냉철하게 직시하기란 쉽지 않다.
  
하늘에서 빛나는 모든 생명을 키우는 존재인 태양을 직시하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은 죽음의 리허설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것을 모방해서 말한다면 시를 쓰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죽음의 리허설이다. 다만 죽음의 리허설을 하기 위해 허영이나 기만이 가득한 도시의 소음 속에서가 아니라, 가능하다면 자연이 거울이 된다면 좋겠다. 요컨대 인공적인 세계와의 대조가 아니라 산천초목, 온갖 짐승과 벌레, 물고기, 해, 달, 별의 생겨나고 소멸하는 것을 생각하며 깊은 침묵 속에서 리허설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극단적으로 글로벌화가 진행된 현 세계를 생각하면, 경쟁의 논리가 팽배하여 빈부의 격차가 점점 커진다. 행복의 기준이 화폐가치로 환산되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조차 어느 사이엔가 자본주의에 침해되고 있다. 바꾸어 말한다면 삶도 그런 논리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기후변동으로 인한 자연재해나 과학기술의 지나친 발전이 오히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 예가 많다.

결국 이것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을 우리 인간이 만든 결과다. 우리는 자연을 소비하다 못해 몽땅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정말 인간이 스스로의 삶을 소비하고 낭비하는 것으로 직결된다. 21세기 초인 지금, 우리 인간은 멈출 수 있는지 없는지 라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있다. 우리는 지구의 임종을 맞으면서 스스로의 임종도 맞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 어떻게 한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