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雲 ⓒ 혼다 히사시

6월 25일 아는 친구의 안내로 양수리를 찾았다. 때마침 북상하던 태풍 제5호의 영향으로 토사가 흘러내리는 가운데 서울시내에서 양수리까지 왕복 4시간 정도가 걸린 짧은 여행이었다. 양수리는 안개가 자욱한 산골짜기를 흐르는 한강 오른쪽에 있다. 그 강가의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음식점의 뜰에 서니 바로 눈앞에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류하는 지점이 보였다. 북한강은 북한에 있는 금강산, 남한강은 남한에 있는 강원도 태백산에 그 원류가 있지만, 두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기 때문에 이곳을 양수리라고 이름 붙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합류하여 하나가 되어도 강이 여전히 두 가지 색으로 흐르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남과 북으로 분단된 채로 현재에 이른 한반도의 비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한강을 거슬러 올라 양수리에 다다르면, 그곳에서 상류에 이르는 두 갈래 흐름은 북과 남으로 갈라진다.

그러나 나의 상상력은 하나의 민족이 분단되기 전 역사의 흐름과 함께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어떤 민족의 흥망에도 희비가 교차하는 역사는 있다. 그러나 한민족의 참담한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양수리에서 돌아와 댐을 통과할 무렵 함께 섞여 흐르는 강을 보며 남과 북의 통일을 기원했다.

그런데 양수리가 개발되어 이 일대가 관광지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양수리를 찾는 것은 관광만이 목적은 아닌 것 같다. 이날 내가 느낀 것처럼 강가에 서서 눈앞에서 두 강의 흐름이 합류하는 것을 보며 민족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민족의 미래를 꿈꾸는 장소로서 양수리가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두 시간 남짓 양수리에 머물렀지만, 엄청난 비와 계곡을 둘러싼 농무의 환영을 받으며 먹었던 장어요리의 맛도 각별해서 쉽게 잊기 힘들 것 같다. 양수리를 찾았을 때 쓴 시를 소개한다.    

비 오는 양수리

  

세찬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의 강가에 섰다.

 

양쪽 강가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어디서부터가 강인지
어디까지가 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두 강의 탁류에는
확실한 경계가 있어
하나로 섞이지 않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빗소리에 섞여 있는지 물소리에 섞여있는지
내 귀는 분명하게
찢어져버린 한 민족의 통곡을 듣고 있다.

 

강의 수면을 응시하고 있자니
눈앞의 강 위에 백발의 한 사람이 나타나
두 강의 흐름에 손을 넣어 휘젓고 있다.

 

자세히 보니 그날
명동에서 점심을 같이 했던 김광림시인이었다.
마치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늙어서 다시 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인의 눈물을 봐서
한강의 물이여 남과 북의 흐름을 구분하지 말고
하나가 되면 좋지 않겠나

 

솟구쳐서 넘치는 눈물은
콧마루 옆을 흘러 곧바로
하나가 되어 가슴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