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기쁨은 만들어내는 것
- 남정순 번역
기쁨은 만들어내는 것
- 타샤 튜더의 사계절 정원
지금은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그렇지만 정원이 하룻밤에 만들어지지는 않아요. 볼만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12년은 걸리지요. 이 정원도 삼십년이나 된 걸요. 이 나무들을 심었을 때 전 50대였답니다.
저는 생각하는 방식대로 살아왔습니다.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꿈은 대개 이루어집니다. 정원 가꾸기는 정말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아무리 귀여운 꽃을 심어도 두더지가 파헤쳐 망칠 수도 있고 작은 다람쥐가 구근을 먹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래도 뭐 그런 거야 하고 달관하지 않으면 힘이 든답니다.
이런 색의 작약은 드물어서 좀처럼 보기 힘든 꽃이지요. 네덜란드의 오래된 그림에 자주 그려진 종류랍니다. 요즈음은 장미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답니다. 특히 향기가 좋은 올드 로즈(Old Rose)를 좋아해요.
저는 하루 종일 꽃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정원을 돌아다닙니다. 꽃을 보면 만족한 상태인지 금방 알 수 있어요. 정원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시든 꽃들을 가능한 한 잘라버린답니다. 그렇게 하면 꽃이 오래 피어있거든요.
제가 즐겨 사용하는 이 컵은 열네, 다섯 살 때부터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깨진 것을 붙여서 말이지요. 오랫동안 갖고 있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키우고 있는 닭 치카호미니도 차 마시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치카호미니는 열세개의 달걀 중 유일하게 부화해서 태어난 닭입니다. 낙담한 어미닭이 새끼 기르기를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제가 대신 키웠어요. 이제 나이를 먹어 빈약한 꽁지와 깃이 하나 밖에 남지 않았지만 잘 생기지 않았나요? 정원에는 뱀들도 많이 살고 있어요. 독이 없는 뱀인데요, 메기라는 개는 이 뱀을 위협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하얀 데이지가 초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광경은 정말 볼 만합니다. 그 위를 수많은 반딧불들이 날아다니죠. 그리고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보면 하늘 가득 떠있는 별! 아무 말이 필요 없답니다.
돌능금 열매를 먹으러 많은 새들이 찾아옵니다. 열매를 먹고 난 다음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되요. 그런 새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답니다. 그 사이 회복되어 날아가지만 새는 이틀 연속으로 술에 취하는 경우는 없겠지요. 나는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모두들 늘 뭔가를 도와주고, 나는 좋아하는 일만 하면 되거든요.
안채 앞의 소국을 마지막으로 정원은 겨울잠에 빠집니다. 그러나 겨울 동안 한 숨 자는 것일 뿐 어딘가로 가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6월이 되면 일제히 눈을 뜨고 정원은 온통 꽃들로 가득해지지요.
사람은 슬픈 이야기, 어두운 이야기들을 좋아하지만, 이 아름다운 세계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아요. 그것을 최대한으로 즐기지 않으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하고 있답니다.
여기 살기 시작한 무렵에는, 멜대에 양동이를 매달아서 샘까지 물을 푸러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답니다. 지금은 전동식 펌프로 집까지 수도가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지요.
봄은 벌써 저기까지…
저는 꽃을 대부분 종자로 키우지만 묘목을 살 때에는 적어도 세 곳에 심어보고 가장 잘 핀 곳에 묘목을 늘린답니다. 이것이 저의 정원 가꾸기 요령이지요. 매년 찾아오는 봄은 제겐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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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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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