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봉생정(鳳笙亭) - 2
• 엄원식 2011-06-24

봉생정(鳳笙亭) - 2

봉생정 솔향기에 여독旅毒마저 풀리네

서애 선생이 징비록(懲毖錄)을 쓰면서 그토록 애타게 고모산성과 토끼비리에서 군사가 지키지 못했음을 한탄스럽게 생각한 것도 봉생정의 추억이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한양과 안동을 오가며 휴식처와 안빈낙도처로 봉생정을 방문했으니, 그 장소에 대한 애정이야 이루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 봉생정 전경 (봉생정 앞에서 영강이 시작된다)
 

봉생정(鳳笙亭)은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의 유촉지에 그의 문인인 우복 정경세(愚伏 鄭經世)가 세웠다가 임진왜란때(1592) 소실되었는데 순조갑자(純祖甲子:1801)에 유림에서 복원을 추진하여 헌종갑진(憲宗甲辰:1844) 향내 6문중(안동하회(安東河回) 풍산류씨(豊山柳氏), 마성노목(麻城老牧) 진성이씨(眞城李氏), 호남우지(戶南牛池) 평산신씨(平山申氏), 가은작천(加恩鵲泉) 순천김씨(順天金氏), 호계견탄(虎溪犬灘) 경주정씨(慶州鄭氏), 마성남호(麻城南湖) 평산신씨(平山申氏), 산양현리(山陽縣里) 인천채씨(仁川蔡氏))이 수계하여 옛터에 복원하였다. 진성 이상행(眞城 李相行)이 사적기를 지었고, 진사(進士) 이명호(李明浩)가 상량문을 지었다. 그리고 봉생정 현판은 한말의 서예대가인 해사 김성근(海士 金聲根,1835~1919, 1862년 정시문과에 급제해 성균관대사성, 전라도관찰사, 규장각직제학, 홍문관제학, 이조판서, 예조참판 등의 벼슬을 지냈다. 대한제국 수립 후에는 법부대신, 탁지부대신 등을 지냈다. 의성 고운사, 해남 대흥사, 대구 동화사, 부산 범어사 등 많은 현판 글씨가 전한다.)썼다.
원래 현판은 현재 옛길박물관 수장고에 보관중이며 현재 걸려 있는 현판은 구 현판을 본떠 걸어 놓은 것이다. 

▲ 현재 봉생정에 걸려 있는 현판(좌), 박물관에 보관중인 현판(우)
 

마성 늘목에 살던 진성이씨 이명호(李明浩, 1834~1893, 호는 석남 石南, 고종(高宗) 19년 (1882) 임오(壬午) 식년시(式年試) 진사(進士) 2등(二等) 8위)의 부친인 노은 이도행(老隱 李道行) 선생이 쓴 봉생정 시를 감상해 보자. 

<봉생정시(鳳笙亭詩)>

 

門墻恨不早承顔(문장한불조승안)  문장에서 일찍 뵈옵지 못함이 한이더니,
百世遺芳在此山(백세유방재차산)  백세에 끼친 꽃다움 이산에 있습니다.
正영舊從陶峀下(정영구종도수하)  바른 맥 예전에 도산 아래 쫓았으며,
仙區爭似玉淵間(선구쟁사옥연간)  신선 구역 다퉈 옥연 사이 같더라네.
金湯賴固蒼生望(금탕뢰고창생망)  국가 기틀이 굳음을 백성들은 바라니,
文酒偸閑野老歡(문주투한야노환)  글과 술로 한가함 탐하는 들늙은이 즐거워 하네.
鳳去朝陽今幾歲(봉거조양금기세)  봉이 조양을 버린지 이제 몇해이던고,
依依笙吹月中還(의의생취월중환)  의의히 젓대 불고 달 가운데 돌아온다. 

봉생정에는 지금까지도 6문중이 2년에 한번씩 모여 취회(聚會)를 하고 있다. 물론 그 옛날처럼이야 하겠느냐 만은 그나마 전통은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은 흐뭇하다.  

▲ 봉생정 앞의 노송. 마치 한 폭의 한국화를 보는 듯하다.
 

옛날 선비들은 흥과 멋이 있었다. 친구간, 선후배간, 문중간의 우의(友誼)를 다지는 방법도 알았다. 그리고 사람간의 의리도 잘 알 고 있었다. 또한 전통도 지킬 줄 알았다. 세상이 너무 쉽게, 그리고 빨리 변하고 있다. 어찌보면 요즘세대들은 스마트 폰 속에 세상을 넣어 버린 듯 하다.

문경에 이와 같은 취회가 언제 또다시 찾아 올 것인가? 세월은 흘러도 문화는 반드시 남는 법이다. 전해지고 내려오는 문화가 오늘날 우리에게서 너무나 많이 변질되고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글쓴이 : 엄원식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