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봉생정(鳳笙亭) - 1
• 엄원식 2011-05-17

봉생정(鳳笙亭) - 1

▲ 하회마을 양진당 (류성룡의 형인 겸암 류운룡 선생의 종택이다)
 

▲ 하회마을 충효당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이다. 양진당 맞은편에 있다)
 

서애 선생의 유상 옛터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 1542~1607)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의정을 지냈고, 임진왜란 때는 도체찰사(都體察使)를 맡아 국난을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본관은 풍산(豊山), 자는 이현(而見), 호는 서애(西厓)이고,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황해도 관찰사를 지낸 류중영(柳仲?)의 둘째 아들이다. 그의 형은 조선중기 대유학자인 겸암(謙菴) 류운용(柳云龍, 1539~1601)으로서 현재 하회마을에 가면 두 형제의 집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형 겸암의 집은 양진당(養眞堂)이며 아우 서애의 집은 충효당(忠孝堂)으로서 각각 불천위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마련되어 있다. 크게 보면 하회마을도 이 두 때문에 더 크게 빛이 나는 것 같다. 

▲ 징비록懲毖錄 - 국보 132호
 

서애 선생은 벼슬에 물러나 고향인 하회마을에 은거하며 1592년(선조 25)에서 1598년(선조 31)까지 7년 동안의 일을 수기(手記)한 『징비록(懲毖錄, 국보 132호)』을 저술하게 된다.

이 책은 임진왜란을 겪은 후 후세에 길이 남길 쓰라린 반성의 기록으로서 내용에는 임진왜란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자신의 잘못과 조정의 실책, 백성들의 임금과 조정에 대한 원망 등을 담고 있다. 『징비록』은 이후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의 공과를 평하기 위한 주요 기록으로 활용되었다.

▲ 봉생정에서 바라본 용연 (이곳에서 조령천과 가은천이 합수되어 영강이 시작되고 멀리 고모산성과 토끼비리가 보인다)
 

바로 이『징비록』에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으니 바로 봉생정 앞에 있는 고모산성과 토끼비리를 임진왜란 그냥 내준 사실이다. 유성룡 선생은 우리나라 임진왜란사에서 뼈아픈 실수 몇 곳을 지적하고 있는데 바로 이곳이 그러한 장소이다. 봉생정은 서애 류성룡 선생이 하회와 한양을 오고갈 때 여독을 풀고 쉬어갔던 장소로서 이 곳의 지형과 지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익히 잘 알고 있었던 바다. 교통 뿐만이 아니고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했던 이곳을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내어 주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이 보다 더 풍광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곳이 어디에 있었을까? 하지만 이 나라가 생기고 가장 큰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임진왜란시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고모산성과 토끼비리 잔도를 그냥 내 주었으니 분명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 : 엄원식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