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다 히사시_말없는 자연 앞에서]생명의 비중
• 혼다 히사시 2011-05-03

이 시는 내가 존경하는 시인 김남조씨의 시로, 생태시선집 『지구는 아름답다』(한국시인협회편, 2007년 12월 25일 간행)에 수록된 것이다.

전등 주위를 날아다니는 아주 작은 벌레들을 통해 생명의 신비, 불가사이와 존엄성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지구에 서식하는 살아있는 모든 것, 동식물을 불문하고, 또 크고 작기와 상관없이 생명의 비중은 같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그리고 생명이 ‘신의 유전자공학’이라는 사고방식에, 인간이 자행하는 무제한적인 유전자의 조합변경에 대한 시인의 단호한 항의가 숨겨져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작은 생물에 대한 사랑의 눈빛은 얼마나 그윽한지.
연필 끝으로 찍을 정도의, 현미경으로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심장이나 눈밖에 없는,
깨알만한 작은 벌레의 하루뿐인 생애를 생각하고, 귀여운 천사라고 부르는 시인.

여기에는 경건한 크리스천인 시인 김남조씨의 종교적인 태도와 기도가 미미한 벌레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요컨대 설령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숙명을 지고 태어난 벌레도, 봐야하는 하늘과 태양을 보며, 단 하루라도 생명을 얻은 기쁨에 날개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즉 바꿔 말하면, 신의 은총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전등 빛은 단순히 전등 빛이 아니라 생명을 비추는 대단한 빛을 상징한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을 이 시에 비추어 보면 어떨까.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 주어진 숙명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예를 들면 현재의 숙환을 짊어지고 태어난 아이를 대하는 방식, 난치병을 앓아 남은 생이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 장기이식이다.

장기이식이란 아무리 정당화하려고 애써도 다른 사람의 산 장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뇌사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살아있는 장기를 끄집어내서 이식한다. 장기이식을 바라는 사람은 의식하고 하지 않고는 상관없이 장기제공자의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즉 타자의 장기를 이식하여 자기 자신의 생명을 연명하려는 것이다. 그 당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기분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까지 살고자 하는 것은 역시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의 진보 덕분이긴 하지만, 원래 사람의 목숨이란 삶과 죽음이라는 두 가닥의 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증거로 생명의 원형인 DNA는 이중나선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신의 유전자공학이며, 인간이 제 멋대로 손을 내밀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설사 장기이식을 해도 영원한 삶이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살고 싶은 기분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목숨을 탐내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긴 생명도 짧은 생명도 그 비중은 같다. 물론 큰 생물에 주어진 목숨도 작은 생물에 주어진 목숨도 비중은 같다.

동등한 목숨을 인간의 형편에 맞춰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은 인간의 불손한 행위이며, 생명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다.

지구 46억년의 역사를 분모이고, 인간의 수명이 분자라면, 그 수명이 1년이든, 백년이든, 그 대답은 제로에 가깝다.

위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면, 우리 인간의 목숨은 설사 그것이 1년이든 백년이든 찰나의 일이다. 이 한순간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이려는 존엄이 아닐까.

김남조씨의 시가 표현한 “깨알보다 더 작은 날벌레들”의 생명이 한순간의 생명이면서도 빛으로 가득한 것처럼.

글쓴이 : 혼다 히사시(本多寿)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자 판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