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문경 상리 신당 (聞慶 上里 神堂)
- 엄원식
문경 상리 신당 (聞慶 上里 神堂)
문경의 으뜸 제사, 이곳에서 시작하다
정월달이 되면 산신, 지신, 천신 등 마을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고유한 풍습에 따라 주민들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각각 제를 올리고 있다. 문명과 종교의 발달에 따라 그리고 문화의 변화 패턴에 따라 없어지거나 간략화 된 곳도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신당을 통해 제를 올려야만 평안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 많이 있다. 2004년 조사된『문경의 문화유적 분포지도』 결과에 의하면 우리 문경 땅에 남아 있는 동제유적은 모두 270곳으로서 각 마을마다 최소한 1~2곳씩 다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경읍 상리에 있는 신당(성황사)은 성격이 다른 제사공간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반드시 이곳에서 제를 먼저 지내야만 문경 읍치의 각 마을들이 모든 신당에서 비로소 제를 올릴 수 있었다.
▲ 주흘산 상리신당 전경
이는 주민들은 이 제사가 ‘읍제사(邑祭祀)’로서 가장 서열이 높기 때문에 이 제사를 올린 연후에야 각 마을의 제사를 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지난 세기 동안 이 제사를 주관해온 상리 주민들은 이 제사를 상리 마을의 제사로 인식하지 않고 문경고을의 제사로 인식하였으며, 자기 마을의 제사는 신당제사를 마친 다음에 별도로, 마을 앞에 있던 고목(古木)에 주과포를 차려 놓고 제를 올렸던 것이다.
이 곳에서는 해마다 정월 초하루에 ‘신당제사’를 올려왔다. 원래 하리 주민들이 신당을 관리하고 제사를 주관해왔지만 2004년부터 상리 주민들도 참여하여 함께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제관은 음력 11월 하순 경에 ‘깨끗한 사람’으로 다섯 명을 뽑는다. 제관의 구성을 보면 제관 2명, 축관 1명, 집사 1명, 유사 1명이다. 유사는 제사 경비를 관리하고 제물 장만하는 일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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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리 신당 내부 |
▲ 신당 내부에 모셔진 위패 (성황지신, 공민왕) |
제사에 쓰는 음식은 집안의 제사와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절차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위패는 두 位지만 주민들은 天神, 山神, 地神의 三位를 의식하여 메와 탕, 그리고 나물을 각각 세 벌씩 차린다. 그리고 헌작도 천신, 산신, 지신의 순서로 한다. 헌작이 끝나면 소지를 올리는데, 문경 고을의 번영과 주민의 건강을 축수하고 가축의 무사안녕도 기원한다.
상리신당은 문경읍 상리 주흘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신당은 정면 세 칸, 측면 1칸 규모의 팔작 와가 건물로서 면적은 4.5평 정도이다. 신당의 출입구는 건물의 왼 쪽 전면에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첫 번째 칸은 콘크리트 바닥이 깔려 있다. 이 칸과 제사공간으로 쓰는 나머지 칸은 분리되어 있고 출입구를 통해 드나들 수 있도록 하였다. 제사공간에는 마루가 깔려 있으며 실내의 맨 안 쪽(건물의 오른 쪽 벽면)에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제단 위에는 감실이 있고 그 안에는 ‘城隍之神’과 ‘土地之神位’의 위패가 각각 좌우에 놓여 있다. 신당의 전면 처마 아래로는 얕은 둔덕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장방형의 콘크리트 기둥이 서 있다. 신당 후면에는 한 칸 규모의 건물터 두 개가 남아 있으며 신당에서 보아 우측방으로 길게 건물터가 남아 있다.
▲ 1872년 지방도 (문경현 부분, 읍치 윗편에 성황사가 보인다)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