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정원 가꾸기_4
- 남정순
정원 가꾸기_4
감자 캐기는 보물찾기
나는 감자 캐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보물찾기 같아서 무척 즐거워요.
그러나 동글동글하고 통통하게 살찐 감자에
멍청하게 삽질을 잘못하여 감자가 반 토막이 났을 때는 정말 짜증이 납니다.
내가 감자를 캐고 있을 때면,
장난을 좋아하는 강아지 코기도 나를 졸졸 따라와서는,
감자를 아작아작 씹어 먹고는 다음 목표를 찾곤 하지요.
감자가 많아 걱정은 없어요.
배가 잠자는 곳
배는 많이 수확할 수 있지만,
미처 다 익지 않았을 때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아직 덜 익어 단단한 동안 수확하여, 집 안에서 숙성시킵니다.
이층 복도와 손님용 침실에 저장해두기 때문에,
그때 우리 집에 묵는 손님들은 배를 놔둔 상자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야 하지요.
그렇지만 거기가 과일이 익는 가장 좋은 장소라서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건강한 식물화분
초벌구이를 한 화분은 있는 것만으로 정원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손으로 만든 화분에서 식물이 생기 가득,
넘칠 듯이 자라는 모습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지요.
미적으로 서로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초벌구이 화분에 심은 식물들은 생육상태가 더 좋답니다.
초벌구이 도자기에만 있는 숨구멍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전화박스가 된 나무
작약 주변에 비자나무 생 울타리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자나무가 자라면서 그 한 구석이 전화박스 같아졌기 때문에
비자나무를 다 뽑아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오후에 차를 마시는 장소에서
작약이 잘 보이더군요.
역시 비자나무는 거기 있어서는 안 되었던 것입니다.
가져 오는 것은 금지랍니다.
들판 끝에 멋진 가지가 달린 사과나무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몇 년인가 제가 쓸데없는 가지를 좀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젊은이가 뭘 잘못 생각했는지 나무를 통째로 베어버렸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 후 믿음이 가는 친구나 친척 외에,
톱이나 도끼를 가져오는 것은 금지랍니다.
풀 뽑기
풀을 뽑는 일은 끝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연히 파종되는 물망초나
양귀비까지 죄다 뽑아버리거든요.
나무의 역할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주고,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는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것만이,
나무의 역할은 아니지요.
새가 둥지를 짓거나 잠시 머무는 장소가 되기도 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빈 구멍이지만,
박새나 딱따구리가 둥지를 만들 수 있으니 더욱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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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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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