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閭 ⓒ 혼다 히사시

매우 추웠던 어느 날 아침 밭에 나가보니 서릿발이 서있다. 흙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난쟁이들이 힘을 합쳐 밭을 들어 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다 보니 밭 위에 펼쳐진 하늘이 들어 올려져 조금 높아진 것 같다. 그것이 착각이라고 해도 하늘이 높게 느껴지는 것은 어두운 착각이기보다 밝은 착각이기 때문에 좋다. 서리가 밭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해도, 아침햇살에 빛나는 서릿발의 아름다움은 작물 이상의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던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저수조에 작은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고 있다. 물을 마시러 왔는데 물이 얼어붙어있다. 그들은 물을 마시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온 힘을 다해 쪼고 있다. 얼음을 깨서 물을 마시려는 것일까. 아니면 얼음 위에 모이가 되는 벌레라도 있는 걸까. 내게는 보이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잘 모르지만 작은 새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물을 마시기 위해서나 모이를 먹기 위해서 지저귀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설사 그것이 나의 착각이라고 해도, 작은 새들은 살아서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아침을 맞는 것을 기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 또한 새로운 아침을 살아서 맞을 수 있음에 대한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오늘이라는 날을 충실한 하루로 살고 싶어진다. 나는 이런 착각을 긍정적 착각이라고 부른다. 착각이라도 사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훨씬 가볍다.

그리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세계를 둘러보면 불쾌한 일만 일어나지 않는 세계 어딘가에는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틈이 있으며, 그 틈으로 세계를 엿보면,“인간세계가 버려진 것만은 아니구나.”생각하게 하는 사건들이 많이 있다. 평소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 등에서는 다루지 않는 작은 사건들이. 그런 사건 중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한다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희망을 내일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것조차도 착각일까.
만약 그것이 착각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착각 속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