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문경 미면사지 계단식 적석탑-3
- 엄원식
문경 미면사지 계단식 적석탑-3
(聞慶 米麵寺址 階段式 積石塔)
도굴꾼의 중장비에 처참히 짓밟힌 적석탑
소야리 미면사지 방형 적석탑은 1980년경 금속탐지기를 이용한 도굴꾼들에 의해 한 차례 훼손이 되었으며 1994년경에도 장비에 의해 도굴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도굴된 유물은 1994년 3월경 압수문화재 국고귀속품으로 처음에 국립경주박물관에 들어왔으며 현재는 국립대구박물관에 이관 수장되어 있다. 압수된 문화재는 모두 13점으로서 청동반자 1점, 청동반자편 1점, 청동촉대 4점, 청동 바라 2점, 철제보습 1점, 납덩어리 1점, 망와 1점, 당초문평와당 1점, 연화문원와당 1점이다.
▲ 미면사 압수물품인 청동촉대와 청동반자(청동으로 만든 북)
소야리의 적석탑은 네 모서리가 거의 동서남북을 맞추어 가리키고 있으며 서남쪽 변이 서북쪽 변보다 약간 긴 장방형으로 되어 있다. 현재 탑의 정상부는 동서 3.2m 남북 2.4m 깊이 3.8m정도의 큰 구덩이가 파여져 있으며 그 내부에서 나온 석재가 탑의 북동쪽과 동남쪽 층단을 덮어 원상태를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또 동쪽 모서리에서 정상부를 향해서 중장비가 오르내린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어 안타깝기가 그지 없다.
탑이 자리한 지형은 동쪽이 낮고 서쪽이 높으며 따라서 동남쪽과 동북쪽의 기단이 서남쪽과 서북쪽 기단보다 높다. 이는 이 곳의 원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축조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대체적으로 미면사지 적석탑 내에 있었던 유물들의 명문과 양식으로 보아 대체적으로 13세기 후반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동과 의성에 있는 적석탑의 건립 연대는 대체적으로 통일신라시대로 비정되고 있는데 문경 적석탑의 초기 건립시기가 고려시대가 된다면 서로간의 시기적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북대학교 한기문 교수의 주장은 명문 분석 결과 대체적으로 1241년에서 1247년 사이로 추정을 하고 있으며, 이 청동기들을 시주한 사람은 당시 백련결사의 후원자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안동대학교의 임세권 선생님은 적석탑 속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적석탑의 조성연대와는 관계가 크게 없을 것으로 보며, 이로보아 적석탑의 조성연대는 안동과 의성의 적석탑과 같이 통일신라시대로 보는 견해를 밝혔다.
▲ 장비에 의해 파헤쳐진 모습이 역력하다.
▲ 장비에 처참히 무너져 내린 적석탑.
통일신라 하대에는 화장사, 봉암사 등 큰 사찰들이 많이 건립되던 시기이고 특히 다양한 양식의 불교 문화재들이 많이 만들어지던 시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적석탑도 그러한 선상에서 판단해 볼 필요는 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도굴시 포크레인 장비를 이용하여 적석탑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무개하고 기가 막힌 일인가? 이 곳은 지형상 산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어 인적이 매우 드물 뿐만 아니라 이런 곳에 절터가 있으리라고는 쉽게 알 수 없는 곳이다. 만약 도굴을 당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이 되었으면 우리지역의 불교문화와 적석탑에 대한 정확한 양식을 알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사례가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우리의 소중한 문화가 처참히 짓밟히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