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지은_맛집 소개]은갈치와 석쇠구이
• 허지은 2010-12-13

은갈치와 석쇠구이

쌀쌀한 날씨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은 뭘까? 얼큰한 찌개와 시원한 국도 생각나지만 여기에 더해 생선토막과 시원한 무, 고소한 감자, 갖은 야채에 얼큰한 양념을 끼얹어 보글보글 끓이는 생선 조림도 겨울 날씨와 찰떡궁합이 아닐는지. 간간히 간이 배인 생선과 국물의 무와 감자를 건져먹는 재미가 있는 생선조림은 그 자체 만으로도 밥도둑이다. 제주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갈치를 주2회 산지에서 특송으로 공수받아 손님 입맛 도둑질에 나선 ‘은갈치와 석쇠구이’를 찾아가 보았다.

개업한지 한달 남짓이지만 맛집 소문은 음식 만드는 냄새처럼 순식간에 퍼진다. 생선요리 제대로 하는 집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보았다. 문경시 보건소 맞은편에 위치한 ‘은갈치와 석쇠구이’. 은갈치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밥을 먹기위해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제주도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안에는 이미 손님들이 가득했다. 맛집으로 인정받는 곳을 소리소문 없이 뜬다더니 요란한 개업 행사도 없이 시작한 이 집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걸 보니 ‘맛집은 맛집 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생선 삼매경이다. 붉은 양념장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조림에 적당한 갈색과 은빛이 어우려져 색감을 내는 고소한 구이에 젓가락질 하기가 바쁜 모습들 이었다. 갈치조림과 구이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구운 따끈한 전을 중심으로 한 정갈한 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들깨가루를 넣어 볶고 버무린 신선한 야채 반찬들을 비롯하여 갈치꼬리를 바싹 튀겨 조린 것까지 어느것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이미자(50) 사장은 “약선요리 연구 등 몸에 좋은 음식 만드는 일에 많은 관심이 있었어요. 반찬을 만들때마다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인다는 심정으로 양심껏 최선을 다해 만들죠.” 정갈한 반찬 만드는 솜씨들이 예사가 아니다 했더니 26년동안 식당을 운영한 베테랑 손맛의 소유자였다.

제각각 다양한 맛과 풍미를 자랑하는 반찬에 사로잡혀 젓가락질을 하고 있자니 상위로 갈치조림이 등장했다. 거무튀튀한 붉은빛이 아니라 입술에 찍어 발라도 고운 색감을 낼거 같은 빨간 국물이 보글보글 기포를 올리며 끓는 소리와 모습이 오감과 식욕을 자극한다. 제주도 산지에서 올라오는 남다른 갈치라 그런지 생선살이 감칠맛이 난다. 붉은 양념을 헤치고 젓가락으로 갈치살을 발라 입에 넣으니 담백하니 혀끝에서 살살 녹는다. 지나치게 비대하지도, 그렇다고 살이 없어 앙상하지도 않고 적당이 통통한 갈치살이 안성맞춤이다. 조림의 양념장도 너무 짜지 않아 각종 야채를 양념장과 함께 건져 올려 그냥 입에 넣어도 무방하고 밥을 비벼도 나쁘지 않다.

음식맛이 이렇다 보니 이집에서 주의할 것은 다름아닌 과식. 갈치살 발라 먹으며 한그릇 먹고, 양념으로 은근하게 푹 졸인 감자와 무를 건져 먹으며 또 밥한그릇을 자신도 모르게 외치게 되어 두그릇은 기본으로 먹는 남자손님들이 많다고. 갈치가 워낙 비싸 가격이 부담스러운 손님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은 청국장 데이로 정해 맛깔난 청국장과 굴비를 손님상에 올린다.

저녁시간에는 애주가들이 최고의 안주로 치는 홍어삼합이 인기. 홍어의 주산지인 흑산도와 영산포에서 공수하여 직접 공급하기 때문에 지역의 홍어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꽤 유명한 집이 되었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이 정갈해 부담없는 마음으로 손님을 접대하기에도 괜찮은 ‘은갈치와 석쇠구이’에서 제대로된 한끼 챙기며 이번겨울 건강생활을 예약해 보자.

위치 : 문경시보건소 앞
전화번호 : 054-555-3656 (단체 예약 문의)
영업시간 :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 (매주 일요일 휴무)

글쓴이 : 허지은

1976년 문경에서 태어나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지역의 "새재신문"의 취재기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잠깐 외도를 했으나 2008년 지역 주간지 "문경신문"에 입사하여 소소한 일상을 취재하여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