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문경 미면사지 계단식 적석탑-1
- 엄원식
문경 미면사지 계단식 적석탑-1
(聞慶 米麵寺址 階段式 積石塔)
피라미드식으로 쌓아올린 적석탑
지금까지의 학술적 성과에 의하면 “계단식 적석탑” 이란 돌을 여러 층의 계단식 형태로 쌓아 만든 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마도 생소하게 들리는 탑의 명칭일 것이다. 고구려 유적이나 초기 백제 유적에서 나타나는 계단식 피라미드 무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불탑의 종류는 대개 석탑이나 목탑, 전탑, 모전석탑 등을 주로 떠올리게 마련인데,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석탑도 있었는가 하는 의아한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의아하게 생각하는 방형의 계단식 적석탑이 바로 우리 문경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전국적으로 보자면 안동 북후면 석탑리의 적석탑, 의성 안평면 석탑리의 적석탑과 우리 문경 산북면 소야리의 적석탑이 현재까지 알려진 상태이다. 물론 경남 산청군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가 있으나 무덤인지 불탑인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탑의 개념으론 우리나라에 3기 밖에 되지 않는다 할 수 있다. 외국에도 이러한 예는 일본의 오카야마현(岡山縣) 쿠마야마(熊山) 유적 정도가 있을 뿐이다.
▲ 안동시 북후면 석탑리 적석탑 (도 문화재자료 제343호)
▲ 의성군 안평면 석탑리 적석탑 (도 유형문화재 제301호)
▲ 일본 오카야마현 쿠마야마 적석탑 전경
"그렇다면 이렇게 희귀한 불탑을 언제, 누가, 왜 만들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학술적인 성과가 미미하여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다만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과 석탑이 위치한 곳의 지형적 특징 등 몇 가지 정도 알 뿐이다.
소야리에 있는 미면사지 계단식 적석탑은 대승사사적기(大乘寺事蹟記)에 이렇게 전하고 있다. 대승사사적기는 벽천(碧天)이라는 승려가 1705년에 쓴 대승사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今有石築造山 於寺下六七十步許 極工巧 俗言壬辰倭亂時 倭之所築 或是倭於盤石上 築石山 以覆之耶 是亦未可知也
▲ 산북면 소야리 미면사지 계단식 적석탑 전경
지금 돌로 쌓은 조산이 절밑 6~70보 정도 아래에 있다. 쌓은 것이 극히 정교하다. 일반에 전하기를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쌓은 것이라고도 하고 또는 왜군들이 반석위에 돌산을 쌓아 반석을 덮은 것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알 수 없다.
이 기록으로 보자면 이 탑을 임진왜란때 왜군이 쌓았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을 해석한 기록들을 통해 볼 때 벽천스님이 이 글을 쓸 당시가 이미 1세기 이상 지난 뒤의 일이고 조산이라는 표현은 적석탑을 잘못 오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