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疑問符 ⓒ 혼다 히사시

요즈음 나는 까막잡기에 사로잡혀있다. 까막잡기라고 하지만 흔한 방식으로는 마음대로 다룰 수가 없다. 눈앞에 있는 어떤 사물로 인해 보는 것을 방해받는 것도 까막잡기이며, 스스로 눈을 감고 바깥세계의 광경을 차단하는 것도 까막잡기이다. 즉 까막잡기에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없다는 것과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는다는 양면성이 있다.

그리고 이 양면성을 확대하여 인위적 요소를 더하면,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좋지 않은 것을 보이지 않기 위한 까막잡기가 있고, 다른 사람이 보면 좋지 않은 것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까막잡기가 있다.

인위적 재해나 공해에 대한 까막잡기는 말에 의한 까막잡기가 있다. 거짓정보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작한다. 또 개인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에도 그 좋지 않은 형편을 얼버무리기 위해 꾸미는 제스처나 거짓에 의한 까막잡기를 한다. 또한 증오나 분노를 감추기 위해 까막잡기를 한다. 때로는 사랑조차 까막잡기를 한다.

그렇다면 산천초목, 새, 짐승, 벌레, 물고기로 이루어진 자연세계에선 어떨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연에서도 까막잡기를 한다. 산은 하늘이 보이지 않게 한다. 바다나 강은 물고기들을 감춘다. 풀은 대지를 덮고, 나무는 새를 감추고, 새, 짐승, 벌레, 물고기들은 산천초목을 까막잡기에 이용하고 있다. 모두 살의나 계략을 감추고 있다. 우리 인간은 실로 여러 가지의 까막잡기를 당하고, 또 까막잡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진실이나 본질을 알기 위해선 세상에 걸려있는 까막잡기를 벗겨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사물들의 표면적 양상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력을 연마하고, 통찰력, 상상력을 키우고, 발견해야 한다. 발견만이 창조이다.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을 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것. 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것을 이름 붙여 제시하는 것. 창조란 그런 것이다. 우리 인간의 인식에 새롭게 생채기를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생채기는 수동적인 태도를 배제한, 검증적, 공격적인 상상력에 의해서만 우리 인간 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부정적 언어에 의해서가 아니라 긍정적 언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사랑과 말을 동의어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한 점을 향해서 살아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