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지은_맛집 소개]다미(多味) 칼국수
• 허지은 2010-10-18

다미(多味) 칼국수

더운가 싶더니 이젠 목에 무엇이라도 두르지 않으면 선선한 한기가 느껴지는 계절이다. 아직 온천하가 붉게 물들지는 않았지만 몇 개씩 뒹구는 바싹마른 낙엽을 봐도 뜨끈하고 진한 국물이 자꾸만 생각난다. 서울 성북동서 30년간 전통칼국수와 사골수제비로 명성을 얻은 주인이 문경에 내려와 차린 ‘다미(多味) 칼국수’ 문을 열어보자.

칼국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면 YS아닐까?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도 명사들이 먹는 국수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궁금함을 떨치기가 어렵다. 그런 사람은 망설이지 말고 ‘다미(多味) 칼국수’를 찾아도 좋다. YS가 대통령이 되기도 전부터 오랜 단골이었던 서울 성북동의 맛집이 문경에 문을 연 것은 지난 2월. 아직도 성북동의 맛집으로 검색을 하면 수많은 블로그들이 올려놓은 탐방기들이 수두룩 하다.

“연고는 없지만 공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부모님이 오신 지는 3년이 지났고, 장남인 저도 부모님 따라 내려왔죠.” 대를 잇는 장영호(47) 사장의 말이다. 칼국수 이전에 수제비 솜씨로 서울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좌지우지 한 최명자(67)씨의 며느리 염규정(45)씨가 시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전수받아 주방을 담당하고 있다.

서민적이고 흔한 칼국수라는 메뉴를 명품의 경지로 끌어올린 ‘다미(多味) 칼국수’ 의 비법은 바로 사골육수. 한우사골과 양지, 사태를 넣어 하루꼬박 우려낸 육수에 정성을 다해 기름을 걷어내고 만들어 맛이 한없이 깊으면서도 끝맛은 깔끔하다. 거기에 울퉁불퉁 고르지 않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면발은 반죽에서부터 면발을 완성하기까지 홍두깨로 국수를 미는 전통방식 그대로를 적용한다.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거기에 최고급 재료와 정성을 더해 품격을 가미했습니다. 그 방법이 통해 서울에서는 예약제로 식당을 운영했지요. 칼국수 마니아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전부터 찾던 단골집이라는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맛보러 온 사람도 많습니다.” 주인장의 말이다. 

매일 새벽 직접 손반죽을 하여 만든 면발의 쫄깃함에 더해 깊은 맛이 일품인 사골 국물에 양지고명이 기품있게 올려져 있고 통후추를 정성스럽게 갈아 흩뿌려진 모습은 음식이라기 보다 한편의 그림처럼 예술적이다. 거기에 더해 환상적인 김치와 새콤한 무생채, 정갈한 나물 등의 밑반찬은 흠잡을 데 없이 칼국수와 조화로운 맛을 이룬다.

멋을 낸 요리가 아님에도 ‘다미(多味) 칼국수’ 의 음식이 입에 착착 감기는 이유는 바로 다미만의 음식 만드는 철학 때문. 화학 조미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고 엄선된 국산재료만 고집하며 맛에 더해 항상 영양을 고려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재료를 고르는데 까다로운 주인장이 직접 지역농가를 방문하여 음식재료를 눈으로 확인하고 최고의 재료만을 직거래 한다. ‘재료가 좋으면 음식은 제값을 한다.’ 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항상 식당운영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좋은 곳을 찾아 웰빙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내려온 주인장과 가족들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복잡스러움보다는 손님들의 건강을 내 건강으로 알고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인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드는 것에 더 많은 의미를 둔다. 그런 주인장의 마음이 다미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운으로 전해져 온다. 밋밋하기 쉬운 칼국수라는 메뉴에 진미. 오징어, 조갯살, 굴 등의 해산물과 표고버섯 거기에 알록달록한 고추까지 들어가 한판 푸짐하게 구워져 나오는 해물전은 절로 시원한 막걸리가 생각난다. 품격있는 칼국수에 정갈한 대구전과 수육을 더하면 손님 접대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한상차림이 된다.

우리 지역에서는 결혼 등의 중요한 일에 사돈댁에 보내는 진귀한 식품인 문어도 상시 맛볼 수 있다. 이 가을 30년 전통의 손맛과 노하우가 명사의 맘을 사로잡은 ‘다미(多味) 칼국수’에서 흔한 메뉴지만 흔하지 않은 맛을 내는 제대로 된 칼국수 한그릇 먹어보는건 어떨까?

글쓴이 : 허지은

1976년 문경에서 태어나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지역의 "새재신문"의 취재기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잠깐 외도를 했으나 2008년 지역 주간지 "문경신문"에 입사하여 소소한 일상을 취재하여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