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彼方へ ⓒ 혼다 히사시

내가 사는 작은 시골마을에는 지평선이 없다. Ⅴ자 계곡에 강이 흐르고, 그 강 양쪽 기슭에 있는 좁은 땅 위에 집을 짓고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땅 약간 높은 곳에 있는 귤 밭 한 가운데서 나는 살고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강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 “어디 살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있는 것은 나무와 하늘뿐이고, 살아 있는 것은 영감 할머니와 개 고양이가 전부인 마을에 살고 있지요”라고 대답한다.

주위에 작은 골짜기가 있고, 그 사이에는 다랑논과 밭이 있다. 어딜 가더라도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을 따라 가야하기 때문에 시계가 좁아서 수평으로 펼쳐지는 곳이 없다. 골짜기에는 질릴 것 같은 폐쇄감이 있다. 

 그러나 작지만 하늘이 보여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다. 

 이 상쾌한 하늘에서 태양이 비추고 달이 세상을 비춘다. 구름이 지나가고 바람이 분다.

개인날 밤에는 플라네타륨과 같은 하늘에서 별이 빛난다. 도시에 있는 인공조명이 없기 때문에 한 밤중에 뜰에 나가 무심코 두 손을 뻗치면 밤하늘의 별을 퍼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지평선은 없다.

그래서 나는 기복을 이루며 펼쳐져 있는 풍경을 가리기 위해 눈을 감고 지평선을 상상해본다. 지평선 저 너머를 상상하면서 작고 하찮은 존재인 내가 느끼는 불안에서 도망칠 수 있다. 

어느 정신분열증 환자가 정신과 의사에게 “인간에게는 정말 지평선이 필요하군요. 그런데 나의 지평선은 녹아 없어져 버렸어요.”라고 말했다는 것을 어떤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인간은 지평선을 통해 아득한 저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이쪽을 인식하는 존재인 것 같다.

지평선은 하늘과 땅을 나눈다. 신화의 세계는 하늘과 땅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세계를 알기위해서는 지평선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몽골초원에 가본 적이 있다. 거기에서 난생 처음 지평선을 보았다. 초원에 서니 나를 중심으로 360도의 지평선이 있었다. 나는 마치 원반 중심에서 튀어나온 막대기 같았다.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 같았다.

지평선이 없는 마을에서 살아가느라 일상에 지쳤을 때, 언제나 눈을 지그시 감고 상상하는 지평선은 몽골초원에서 본 지평선이다. 나는 그 지평선을 상상하면서 내 자신을  해방시킨다. 지평선 저쪽에는 작지만 아직 남아있는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