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좋아하는 일을 찾은 행복
- 남정순
좋아하는 일을 찾은 행복
내 아틀리에는 음식을 만드는 난로가 있는 방 한 구석
북쪽으로 낸 창가에 앉아 무릎 위에 화판을 올려놓고 그림을 그립니다.
손을 뻗치면 닿을 수 있는 테이블 위에
그림물감, 연필, 꽃과 콩 넝쿨을 꽂은 컵
그 외에 정원이나 들판에서 가져온 무언가를 올려놓습니다.
때로는 쥐나 개구리도요.
나는 집 안에 늘 꽃을 가득 놓아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을이 되어 꽃이 없다면 단풍 든 나뭇가지나 베리를 꽂기도 하지요.
아름답고 작은 자연은 무한하답니다.
마른 풀이나 나무 아래 흩어져있는 도토리
떨어진 잎 아래에서 씨앗을 찾는 작은 새 등, 모두 그림소재랍니다.
어느 날 집에 침입자가 나타났지요.
매일 밤, 내 물건들을 어지럽혀 놓고 도망가는 게 아닙니까?
개는 왕왕 짖어대지요, 정말 큰 소란이었지요.
어쩔 수 없이 덫을 빌려 창 밑에 설치해두었더니
침입자가 미국너구리라는 것을 알았지요!
우리 속에서 분한 듯한 표정으로 날 째려보던걸요.
집에 쳐들어온 죄를 보상할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하고는
내 그림의 모델을 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림책 『코기빌의 유괴사건』이 완성되었답니다.
때때로‘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강연을 부탁받을 때도
스케치북을 가지고 나가서 토끼나 코기 개나 아이들을 그리면서 이야기합니다.
화가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모두들 대단히 흥미가 있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옛날에는 무척 바빴어요. 그래서 갓난아이를 무릎에 앉혀두고 그림을 그렸지요.
잘 되지 않은 그림들은 난로에 던져버립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그림을 간직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최근 이 삼년 동안에
수채화를 백점, 데생이나 수묵화는 오백 점 가까이 그렸어요.
일로 부탁받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주문을 받고 개인이 소장하는 책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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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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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