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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아이들의 기분은 사소한 일로 즐거워지는 것입니다
남정순 2009-03-12

아이들의 기분은 사소한 일로 즐거워지는 것입니다

지금은 대담해서 무서울 것이 없지만, 옛날에 나는 자신 없는 아이였습니다.

학교에서는 놀림을 당하기만 했거든요.
오래 전의 시대를 동경하고, 고풍스런 옷을 입고, 머리는 늘어뜨린 모습을 하고,
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으니까요.
어머니와 오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권해주는 일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고,
두 사람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러나 나는 정원일과 기르고 있던 젖소의 우유를 짜고 있으면
무척 즐거웠습니다.

분별이 생긴 무렵에는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지요.
『소공녀』의 세라와 같이 말이지요- 물론 나의 애독서였지요.
인형의 옷을 만드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결혼하여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들을 위해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인형놀이를 하고, 인형의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너무 즐거워요.

초등학교에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가지 않았고,
학교는 중학교 2학년을 다 마치지 못했습니다.
교실에서는 공부는 하지 않고,
글자를 연습하는 노트에 그림만 그리고 있었으니까요.

내가 아홉 살 때, 부모가 이혼을 했기 때문에,

친할아버지의 친척인 그웬 아주머니와 마이클 아저씨와 사촌언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보스턴에서 스코틀랜드의 유모에 의해 예의 바르게 자란 여자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틀에 박히지 않은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의 가정에 풀어놓아진 것입니다.
그 멋진 경험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습니다.
그웬 아주머니가 희곡을 쓰는데 바빠서,
요리를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식사는 쌀과 토마토라든지,
오트밀과 콘플레이크라든지, 아주 간단한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곧잘 책을 읽어주곤 했죠.
가끔은 밤 10시와 11시가 될 때도 있었습니다.

인형과 인형의 집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일곱 살이 되던 해의 크리스마스에, 어머니가 인형의 집을 만들어준 것이 계기입니다.
두 사람이 신데렐라를 기념하여, 「호박의 집」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인형이 말을 하고, 인간과 함께 움직인다는 마법의 힘을,
나는 처음부터 계속 믿고 있었습니다.
어른이기 때문에 마법을 믿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하는 일은 없어요.
그런 믿음은 몇 살이 되어도 계속 간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혼해서 네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막내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전기도 수도도 없는 생활이었습니다.
두레박을 멜대에 매달아 지고 우물에 물 뜨러 가고,
장작 스토브로 뜨겁게 덥힌 다리미로 다림질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늘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이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 요리를 하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처음 요리를 한 것은 아마도 햇볕으로 구운 진흙 찐빵이 아닐까요?
본격적으로 부엌에 서기 시작한 것은 열네 살 때입니다.
어머니가 오래된 집을 사서 수리하기 위한 재료를 구하러 다니느라 바빴으므로,
내가 식사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좋은 연습이 되었지요.

아이들을 실내와 정원에서 놀게 하면서 자주 스케치를 했습니다만,
가까이에 있는 마을과 가보고 싶은 곳에,
스케치북을 가지고 외출하는 일도 가끔 있었습니다.
대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외출이었기 때문에 어느 사이 즐거운 소풍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이 스케치들은 옛날 마을로 모습을 바꾸고,
그림책의 삽화와 크리스마스카드가 되었습니다.

내 아이들과 근처에 사는 아이들을 자주 그림모델로 삼았습니다.
여자아이는 훌륭한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남자아이는 매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만요.
나의 스케치북 속에서는 그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아이들인 채로 입니다.
그런 스케치북이 몇 권이나 있지요. 나의 가장 소중한 재산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로, 특히 소중한 것은,
어린 시절에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나는 그런 면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들에게 물어보세요. 분명히 그렇다고 말할 것입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기분은 사소한 일로도 즐거워지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지금까지 힘들었지?”라고 말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어요.
나는 인생을 휴가처럼 살아왔습니다.
매일, 매일, 한순간 한순간을 즐기면서 말입니다.

[타샤와의 대화]

글쓴이 : 남정순: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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