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비(鳳巖寺靜眞大師圓悟塔碑)
• 엄원식 2010-03-04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비(鳳巖寺靜眞大師圓悟塔碑)
-고려시대 제1급 명품 석비-
                                                     

봉암사 초입 일주문 건너편 양지 바른 곳에 봉암사를 중건한 정진대사의 부도탑비가 보호각 속에 천년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우두커니 서 있다. 1963년 보물 172호로 지정되었으며 965년(광종16)에 건립되었다. 비는 고려 초기의 석비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세부적인 표현이 강한 조각수법을 보이고 있다. 귀부(龜趺)와 이수(螭首)의 형식은 통일신라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나, 비좌(碑座)가 두드러지게 커졌다. 귀부와 이수의 조형은 매우 간략해졌고 조각수법은 대체적으로 평이하게 처리되었다. 예컨대 6각형의 이중 곽갑문(廓甲文)이나 이수의 소보운문,(小寶雲紋) 용두화(龍頭化)한 귀두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봉암사 중창주 정진대사원오탑비

비문은 당대의 문장가 이몽유(李夢游, 생몰년은 미상, 시호는 정헌貞憲, 고려초기의 문신으로 문장이 매우 뛰어난 사람으로 알려져 있음)가 짓고, 글씨는 당대의 명필가 장단열(張端說)이 썼다. 글씨는 2cm 정도 크기의 해서로, 소박한 감을 준다. 장단열은 고려 광종 때의 문신이자 서예가이다. 그의 생몰연대는 물론, 그의 생애에 대한 자세한 것은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그가 쓴「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비」와「고달사원종대사혜진탑비(高達寺元宗大師慧眞塔碑)」의 명문을 통하여 한림원서박사(翰林院書博士)를 거쳐 군부경(軍府卿)을 지냈음을 알 수 있다. 이항추(李恒樞), 구족달(具足達)과 함께 당대의 명필로 꼽혔다.

▲정진대사원오탑비 비문(이몽유, 장단열)

고려시대의 금석문으로 비갈(碑碣)은 고려시대 서예의 정화(正化)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이 통일신라시대의 전통을 이어받아 초당(初唐)의 해서필법을 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양순체(歐陽順體), 우세남체(虞世南體), 저수량체(楮守良體), 안진경체(顔眞景體)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구양순체는 나말여초의 우리나라 금석문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지배적인 위치로 성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장단열은 우세남체에 정통하고 있었다. 965년(광종16)에 세워진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비는 무르익은 아취(雅趣 : 아담한 정취)와 신운(神韻 : 신의 운)이 있으며, 당나라 초기의 비갈(碑碣)에 견줄 정도로 고려시대 제1급의 명품이다.

▲1970년대 정진대사원오탑비

글쓴이 : 엄원식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