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주_파리 통신]유럽의 수도 브뤼셀에서 열리는 한국문화 축제
• 김현주 2009-03-05

파리에서 고속 전철로 채 1시간 반도 안 걸리는 브뤼셀. 그곳에서 지난 10월 9부터 내년도 2월 28일까지 장장 5개월에 걸쳐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 축제로는 사상 최대라고 할 정도의 대규모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대규모 축제 개최지를 브뤼셀로 결정한 것은 벨기에가 유럽연합 본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120개의 국제기구와 1400여 개의 비정부단체가 주재하고 있는 유럽의 심장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이 행사의 취지와 관련하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이번 축제의 이름을 '메이드 인 코리아'라 정한 것은, '문화 마케팅을 경제적 효과로 연결해보자는 취지' 의 반영이며,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5개월 동안이라는 장기간으로 행사를 진행시킴으로써, "유럽에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 행사의 막이 열리던 지난 10월 9일, 사물놀이패가 브뤼셀 대광장에서 축제의 팡파르를 울렸고, 개막식 행사가 열린 보자르 예술관 (Palais des Beaux-Arts)에는 1200여명의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번 행사의 내용을 보면, 국보 금동반가사유상에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그리고, 전통 국악에서 비보이 공연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의 전통과 현재를 총망라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대한 현지 언론의 보도를 참고하건대, 현지 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한국 불교 미술전이다. 벨기에 불어권 지역의 대표적 일간지인 '라 리브르 벨지끄' (La Libre Belgique)(2008년 10월 10일자)는 '부처의 우아함'(La gr�ce du Bouddha)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행사를 전하는 기사에서 한국 문화를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문화'라고 일컫고 있으며, 한국 불교문화에 대한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상 최대 규모로 해외에서 전시되는 이번 한국 불교 미술 특별전 '부처의 미소'에는, 1600년 전통의 한국불교 미술을 유럽에 소개하기 위해 국보급 문화재와 보물 등이 전시되고 있다. 실물 크기의 석굴암 석가모니상을 비롯해, 오묘한 미소를 머금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 보물 금령총금관 등, 총 207점의 유물이 전시되었으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1600년 역사의 한국불교미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 유럽의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밖에도 신라시대 경주 남산의 소나무를 25년간 앵글에 담아온 사진작가 배병우의 작품 20 여점과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백팔번뇌' 등도 소개되어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번 행사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인 만큼 한국 문학에 대한 소개가 빠질 수 없다. 한국 문학을  전후 세대와 오늘의 작가 세대로 시기별로 나누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첫 번째 행사가 11월 5일에 열렸다. '한국 전후 문학'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번 행사에는 황석영, 오정희, 이승우 작가가 참석하였는데, 네델란드 레이덴대학의  Remco Breuker 교수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2부 행사로 '오늘의 작가'에는 소설가 김영하 씨와 시인 이원 씨가 초청될 예정이다. 김영하 작가는『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La mort à demi-mots), 『검은 꽃 』(Fleur noire)이 프랑스로 필립피키에 출판사(Philippe Piquier)에서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며,  2009년 1월 중순에는 소설 『 빛의 제국 』(L'empire des lumi�res)이 같은 출판사를 통하여 출판되었다.(임영희, 프랑수와즈 나젤 Francoise Nagel 공역).

한국 문학 행사를 소개하는 벨기에 보자르 예술관(Palais des Beaux-Arts)의 축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글을 번역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인기의 뒤 안에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을 비롯하여, 파리, 라이프치히, 볼로냐, 북경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 도서전이 한 몫을 담당하였다. 한국 출판계의 규모를 보면, 2만 2천 개의 출판사가 매년 35만 신종 도서를 출판하고 있으며, 출판 부수의 경우, 1백만 부 내지 그 이상에 이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번 한국 문화 축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보자르 문학'(Bozar Literature) 행사에는 한국의 시문학과 소설 문학을 대표하는 두 세대 작가들이 초청된다. 두 차례로 나누어 진행될 이번 문학 행사에서는 남북 분단, 베트남 전쟁, 기독교와 공산주의, 불교와 자본주의의 갈등, 신세대와 구세대의 갈등 등 한국이 근대사에서 겪어온 독특한 여정을 소재로 다룰 예정이다.'

[한국문학 번역원 불어권 통신원 2008년 12월 보고서]

글쓴이 : 김현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한용운, 윤동주, 박목월 등의 시를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프랑스에서 출판하였으며, 프랑스의 서적을 한국에 번역하여 소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번역 출판된 책으로는 논어와 성서 비교서가 있다. 파리제3대학(소르본느 누벨)대학에서 번역학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