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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소애_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읽기]“인생 뭐 있어? 한잔하는 거지” 술꾼도시처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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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 읽기
“인생 뭐 있어? 한잔하는 거지”
술꾼도시처녀들
글 백소애
나는 이 만화를 하필, 금주를 선언한 날 읽었다. 아주 악랄한 만화가 아닐 수 없다.
저자 미깡이 표현한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셔대던 술을 끊기로 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음주 총량의 법칙’에 의하면 나는 이미 평생 마실 술을 다 마셨다. 성인이 되어 마시기 시작해 집요하고 끈기 있게 마셔댔으니 이젠 그만 마셔도 된다. 두 번째, 해 떨어지고 먹기 시작하니 불어나는 체중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술을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 것인지 안주를 먹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인지 하여튼 이젠 그만 마셔도 된다. 마지막으로,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말실수가 잦아진다. 굳이 음주 후기 따윈 나누지 않아도 다음 날 이불킥을 날릴 정도면 말 다했다. 이젠 정말 그만 마셔도 된다.
몇 해 전, 난 ‘심야식당’을 운영하고 싶었다. 주택에 살 때였는데 세가 안 나가 비어 있던 2층 사무실에서 밤 12시에 문을 열고 새벽 6시면 문을 닫는, 그런 식당을 운영하고 싶었다. 메뉴는 단 하나, 라면. 팔팔 끓는 물에 채 썬 감자 넣고, 라면사리 넣고, 콩나물 넣고, 스프 넣고, 고춧가루에 대파와 다진 청량고추를 넣으면 끝이다. 뜨거운 라면이 담긴 스뎅그릇, 공깃밥 하나, 단무지와 김치, 젓가락과 숟가락이 놓인 쟁반 한 상은 이름 하여 ‘술꾼해장세트’다. 아침이면 그런 식당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감쪽같이 문을 닫고 다음 날 또 문을 여는 심야식당. 고독한 술꾼들에게 맵고 뜨끈한 국물로 힐링을 시켜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엄마가 “시답잖은 소리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했지만 찐술꾼을 위한 나의 로망은 꽤 구체적이었다.
이 만화는 세 명의 술꾼 친구인 꾸미, 정뚱, 리우의 좌충우돌 음주 이야기다. 프롤로그에는 오전 10시에 어제의 숙취로 괴로워하다가 오후 6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술 약속을 잡고, 소개팅에서 분위기 잡고 스테이크 먹고는 헤어져 다급히 친구들과 술 약속을 잡는, 피곤해 보이니 일찍 들어가라는 상사의 말에 땡큐하며 퇴근해 술 약속을 잡는 사람을 위한 만화임을 소개한다. ‘술꾼의 술꾼에 의한 술꾼을 위한 본격 음주 일상툰’을 표방하는 작품답게 “야근 뒤 술 한잔 열 보약 부럽잖다”는 명언이 난무한다. ‘민간인 음주 사찰 만화’라는 표어대로 세 친구의 음주 에피소드는 디테일하고 부끄러울 정도로 ‘내 얘긴가’하고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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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도 술꾼이 많다. 술 취한 다음 날 가방에서 술집 메뉴판이 나오기도 하고 택시에서 내렸는데 신발 없이 맨발인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는 막차 좌석버스에서 화장실이 급해 내려야 하는 아픔을 겪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버스 끝자리 창문을 열고 도로에 전을 구우며 가기도 했다. 맨정신에 들으면 웃을 수도 없는 추한 과거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행복해보였다. 함께 ‘꽐라’가 되어도 나는 늘 후회를 동반하였고 친구들은 그걸로 그냥 끝이었다. 이렇듯 ‘찐술꾼’은 이왕지사 술과 함께 한다면 그냥 즐겁게 한잔 하면 된다. 나는 아직 그런 고수의 단계에 접어들지를 못했다.
이제 나는 어설픈 애주가에서 금주가로 갈아탔지만, 마지막으로 술 예찬론자의 술잔에 건배를 해본다. 어차피 살아가면서 계속 흑역사를 써 내려가는 게 우리의 인생, 소주 여섯 병 주량의 ‘리우’가 하는 말에 삼삼오오 오늘도 술잔을 기울이는 술꾼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렇게 매일매일 새롭고 맛있는 술과 안주가 있고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친구, 너희도 있고 말이야.”
숙취에 좀비처럼 걷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저녁이면 또 한잔씩 걸치는 이들이여. 부디 술은 즐겁게 인생도 즐겁게 후회 따위는 말자.
그건 그렇고 금주와 다이어트는 본래 내일부터 하는 거라던데, 먹태구이에 크림맥주가 아주 잠깐 인서트 되어 지나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오늘부터 금주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마시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말이다.
ps. 부록으로 ‘술꾼 주사위 게임’이 딸려 온다.
‘술꾼 주사위 게임’의 주사위를 조립하다 말고 내가 왜 이걸 조립하고 있는 거지? 현타가 살짝 왔다.
술꾼도시처녀들1~3/ 미깡 글, 그림, 사진/ 위즈덤하우스
- 글쓴이 : 백소애
- 강원도 태백 출생. 아이큐는 낮지만 머리가 좋다고 굳게 믿고 있음. 변덕이 심하고 우유부단하나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조카들에게 헌신적이며 인간성 또한 좋다.....고 믿고 있다. 학생 때 교무실에서 밀대자루로 바닥 밀면서 은밀히 훔쳐본 생활기록부에는 ‘예의 바르나 산만함’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한참을 갸우뚱 하다가 담임이 수학선생님이었기에 그냥 이해하기로 함. 다소 후진 취향을 지니고 있으나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쓸데없는 걱정과 호기심이 많음. 같은 계획을 몇 년째 하고 있으며 역시나 올해도 다이어트와 앞머리 기르기에 도전할 생각이며 과메기에 없어서는 안 될 다시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 웹툰도 괜찮지만 만화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날로그 건어물녀. 좋아하는 것은 무한도전, 오뎅으로 만든 떡볶이, 삼겹살에 매실소주, 비오는 날, 생활의 달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괴짜가족 류의 저질유머. 비 오는 날 무한도전 틀어놓고 배 깔고 누워 만화책 보면서 빈둥거리며 사는 것이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