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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효선_동해연안의 문화여행]옥소(玉所) 권섭(權燮)이 지목한 울진.평해지방 명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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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역사인물
옥소(玉所) 권섭(權燮)이 지목한 울진.평해지방 명승지
글. 남효선
동해와 맞닿은 태백준령의 품안에 자리한 경북 울진군은 전국 최고의 “생태문화관광도시”로 불리는 만큼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한 빼어난 명승지가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특히 태백준령과 낙동정맥이 빚은 장엄한 계곡과 산, 그리고 푸른 동해를 삶의 터전으로 삼으며 가꿔온 삶의 문화는 지금까지 전통문화의 모습으로 오롯이 전승되고 있다.
조선시대 울진지방의 경승지는 어디일까?
조선 중기 문신이자 여행가인 옥소(玉所) 권섭(權燮 1671~1759)이 울진지방을 비롯 동해연안을 여행하며 남긴 여행기에서 당시의 명승지를 엿볼 수 있다. 권섭은 1709년 2월부터 6월까지 동해안 일대를 여행하면서 울진, 평해지방의 명승지에 대한 감회를 기록한 ‘유행록(遊行錄)’을 남겼다.
권섭은 ‘유행록’의 ‘유상품제록(遊賞品題錄-놀러 다니며 감상한 것의 우열을 평가해 기록하다.)’ 편에서 한반도의 중심인 지금의 제천지방과 영월지방을 두루 돌며 삼척을 지나 울진, 평해지방을 유행하며 울진지방 명승 44개소와 평해지방 명승 7개소에 대해 위치와 경관을 사실적 표현으로 노래했다.
권섭은 1709년 2월 제천 의림지와 영월의 청령포, 금봉연, 금강정 자연암, 정자암, 단양의 구담, 도담, 선암, 운암, 사인암, 청풍의 능강동, 도화동, 한벽루, 무암사 등지를 돌아 평창과 정선의 화천 벼룻길을 거쳐 삼척 두타산으로 들어가 중대사와 능파대에 오른 후, 관동팔경의 하나인 삼척 죽서루와 진동루를 거쳐 울진과 평해지방을 유람했다.
당시 권섭은 “삼척 원수대에 올라 고래싸움을 보고 소공대에 올라 울릉도를 바라보았다.”고 기록했다.
또 울진과 평해지방을 돌며 “월송정에 오르고 망양정을 지나 성류굴에 들어가서 종고암을 두드려 보았다. 또 천축산에 들어가 불영사를 찾고 주천대에 올라 마을 아이들이 멱 감고 노는 것도 구경하였다. 비래봉에 올라 많은 배들이 바다를 뒤덮은 광경을 보았고 또 백사장을 지나 장유대에 올랐다.”고 여정별로 기록했다.
당시 권섭이 직접 찾아 기록한 울진지방 명승지는 44개소이다. 이 중 19개소는 모두 불영사와 불영계곡에 소재한다. 먼저 울진지방 명승지 44개소를 소개한다. 출처는 옥소(玉所) 권섭(權燮)의 ‘옥소고(玉所稿)’, ‘유행록(遊行錄)’의 ‘유상품제록(遊賞品題錄)’편이다.
◆ 옥소 권섭이 기록한 울진지방 명승지는 44개소
“함벽정(涵碧亭)은 현에서 약간 서쪽으로 계곡 위에 있는데, 소공대에서 10리, 삼척의 오원역을 지나서 또 25리, 흥보역을 지나서 또 35리를 더 가면 여기에 이른다.(涵碧亭在縣少西溪上, 自召公臺十里, 而過三陟之五原驛, 又二十五里, 而過興寶驛, 又三十五里而至此)”
여기서 흥보역은 현 울진군 북면 부구리(흥부)로 추정된다.
“태고정(太古亭)은 현의 동헌이다.(太古亭縣之東軒)”
1700년대 당시 울진은 울진현이며 태고정은 현 울진군청 소재지 일원이다.
“임파정(臨波亭)은 태고정 앞에 있는데, 앞은 시내다.(臨波亭在太古亭前, 前臨溪)”
“취운정(翠雲亭)은 현의 앞 솔숲 사이에 있었는데, 폐허가 되었다.(翠雲亭在縣前松林間, 廢爲墟)”
취운정 소재지는 현 울진읍 월변마을로 추정된다.
“비래봉(飛來峰)은 수산의 없어진 진영에 있는데, 앞은 바다이고 함벽정에서 5리, 다시 5리를 더 가면 수산역에 이른다.(飛來峰在水山廢鎭中, 前臨海, 自涵碧亭爲五里, 又五里而至水山驛)”
비래봉은 현 근남면 수산들의 중간에 위치한 독산이다.
“망양관(望洋館)은 덕신역 앞에 있는데, 앞은 바다이고 수산역에서 30리다.(望洋館在德身驛前, 前臨海, 自水山驛爲三十里)”
“소폭(小瀑)은 망양관 오른 쪽 바닷가에 있다.(小瀑在望洋館右海邊)”
“조도잔(鳥道棧)은 망양정 북쪽에 있으니, 곧 바닷가의 험한 벼랑길로 망양관에서 9리다.(鳥道棧在望洋亭北, 卽海邊險遷. 自望洋館爲九里)”
당시 관동팔경의 으뜸인 망양정은 현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에 위치했었다.
망양리는 울진군의 특산물인 오징어 특화거리이며 최근 울진군은 옛 망양정 터에 정자를 조성했다.
“오산암벽(五山巖壁)은 조도잔의 남쪽, 망양정의 북쪽에 있다.(五山巖壁在鳥道棧南, 望洋亭北)”
“석문(石門)은 오산암벽 아래에 있는데 높이 솟은 아치형으로 행인들이 드나드는 길이 되었다.(石門在五山下, 穹而爲行人出入之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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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정(望洋亭)은 오산암벽 남쪽에 있는데 정자가 울진에 속했으나, 실은 평해 땅이며, 앞은 너른 바다이니, 곧 팔경의 하나이고, 조도잔에서 1리다.(望洋亭在五山南, 亭係蔚珍, 而實爲平海地, 前臨大海, 卽八景之一, 自鳥道棧爲一里)”
당시 망양정은 현 기성면 망양리 해안절벽 언덕에 위치했으며 조선조 최고의 진경화가인 겸재(謙齋) 정선(鄭敾)이 그린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의 관동팔경도(關東八景圖)’에 남아있다. 1860년(철종 11) 울진현령 이희호(李熙虎)가 군승(郡承) 임학영(林鶴英)과 함께 현 위치인 근남면 산포리 둔산동으로 이전했다.
“영휘원(暉院環)은 망양정 북쪽에 둘러지었는데, 곧 술과 음식을 바치는 곳이다.(暉院環構於望洋亭北, 卽使呈行廚)”
“임의대(臨漪臺)는 망양정 아래에 있다.(臨漪臺在望洋亭下)”
“성류굴(聖留窟)은 수산 서쪽에 있으니, 곧 관동별곡에 말하는 ‘단혈’이며 앞에 큰 내가 있고, 덕신역에서는 25리며, 수산역에서는 10리다.(聖留窟在水山西, 卽關東別曲, 所謂丹穴, 前有大川, 自德身驛爲二十五里, 自水山驛爲十里)”
“운제(雲梯), 장암(場岩), 대소천생탑(大小天生塔), 인현(因峴), 지옥문(地獄門), 종고암(鐘鼓岩)은 모두 성류굴 안에 있는데 굴 입구로부터 7, 8리 들어가면 종고암에 다다른다.(雲梯, 場岩, 大小天生塔, 因峴, 地獄門, 鐘鼓岩, 竝在聖留窟中, 自窟口入七八里, 而至鐘鼓岩)”
“단하동(丹霞洞)은 천축산 안에 있는데, 성류굴에서 25리, 대치를 지나 15리를 더 가면 여기에 이른다. 불영사 입구의 불영교 건너 좌측에 있는 바위, 이곳에 ‘丹霞洞天’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丹霞洞在天竺山中. 自聖留窟二十五里, 而過大峙, 又十五里而至此)”
현 불영사로 오르는 입구의 불영교 건너 좌측에 있는 절벽바위로 이곳에 ‘丹霞洞天’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불영사(佛影寺)는 단하동 안에 있는데 민간에서 전하기를, '골짜기에 큰 못이 있었는데, 못 속에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치니 신이하게 여겨 흙을 메우고 절을 세웠다.'고 하며 절에 구슬등이 있다.(佛影寺在丹霞洞中, 諺傳, 洞有大澤, 澤中佛影照之, 以爲神異, 塡土而建寺云, 寺中有珠燈)”
“송풍대(松風臺)는 단하동 어귀에 있다.(松風臺在丹霞洞口)”
“연화암, 의상전, 금탑봉, 부용성은 불영사 뒤에 함께 있다.(蓮花岩, 義相殿, 金塔峰. 芙蓉城, 竝在佛影寺後)”
“청라봉(靑螺峰), 원효굴(元曉窟)은 의상전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데, 큰 내를 사이에 두고 있다.(靑螺峰, 元曉窟, 竝在義相殿少北, 隔大川)”
“학소(鶴巢)는 부용성 아래 큰 냇가에 있다.(鶴巢在芙蓉城下大川邊)”
“용혈(龍穴)은 금탑봉 아래의 큰 내 가운데 있다.(龍穴在金塔峰下大川中)”
“칩룡비혈(縶龍鼻穴)은 용혈 아래에 있는데, ‘못을 메워 절을 지을 때, 용이 떠나가려고 하지 않자 신승이 못 가운데 바위에 용의 코를 꿰어 잡아 채찍으로 등을 때려 쫒아내었더니 지금까지도 피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말이 전해온다.(縶龍鼻穴, 在龍穴下, 諺傳, 塡澤建寺之時, 龍不肯出去, 有神僧, 縶龍鼻于湫中之石, 鞭背而驅之, 至今有血痕云)”
“오룡대(五龍臺)는 칩룡혈 아래에 있다.(五龍臺在縶龍穴下)”
“좌망대(坐忘臺)는 불영사에서 조금 동쪽의 큰 내 가에 있다.(坐忘臺在佛影寺少東大川上)”
“삼각봉(三角峰)은 좌망대 조금 동쪽에 있는데, 큰 내를 사이에 두고 있다.(三角峰在坐忘臺少東, 隔大川)”
“향로봉(香爐峰), 종암봉(鐘岩峰)은 불영사 앞에 나란히 있다.(香爐峰, 鐘岩峰, 竝在佛影寺前)”
“해운봉(海雲峰)은 단하동 바깥 큰 고개 위에 있는데, 불영사에서 10리다.(海雲峰在丹霞洞外大峙上, 自佛影寺爲十里)”
“해운동(海雲洞)은 해운봉 아래에 있다.(海雲洞在海雲峰下)”
“주천대(酒泉臺)는 미고촌 옆에 있는데 옛날에는 수천대라 하였으며, 앞에는 큰 내가 있고 해운동에서 25리다.(酒泉臺在米庫村邊, 舊名水穿臺, 前有大川, 自海雲洞爲二十五里)”
주천대는 현 근남면 행곡4리 구고동 마을이며 울진지방 정신사의 발원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구암서원은 주천대 옆에 있는데, 서원에는 매월당 사당이 있다.(龜岩書院, 在酒泉臺傍, 院有梅月堂祠)”
“고산(孤山)은 주천대 앞에 있는데 큰 내가 가로막고 있으며 내에는 헤엄치고 놀만한 곳이 있다.(孤山在酒泉臺前, 隔大川, 川有泅水戱)”
“백사정(白沙汀)은 현의 서쪽에 있는데 앞에는 바다, 뒤에는 작은 못이 있고, 주천대에서 20리, 관아를 지나 15리를 더 가면 여기에 이른다.(白沙汀在縣西, 前臨大海, 後臨少池, 自酒泉臺二十里, 而過縣衙, 又十五里而至此)”
“장유대(壯遊臺)는 백사정에서 북쪽으로 5리 정도 떨어져 있는데 앞에는 바다가 있다.(壯遊臺在白沙汀北五里, 前臨海)”
장유대는 임진왜란 때 울진 북면 고목리 출신의 김언륜(金彦倫) 장군이 왜적을 무찔렀던 곳이다. 이에 연유해서 장수가 놀던 곳이라는 뜻의 ‘장유대(將遊臺)’로 불리게 되었다.
◆ 조선조 평해지방 명승지는 7개소
당시 옥소 권섭 선생이 남긴 유행록에는 평해군의 관아가 있던 현 평해읍 주변과 월송정이 위치한 월송리를 중심으로 기록돼 있다.
전국 최고의 온천수로 각광받는 온장 백암온천과 신선계곡, 백암산 일대와 후포항 일대의 명승은 빠져 있다.
출처는 옥소(玉所) 권섭(權燮)의 ‘玉所稿’ ‘遊行錄 권二’이다.
“굴산(崛山)은 월송정 솔밭 밖에 있는데, 선인 들이 놀다간 곳이라 하고, 앞에는 바다가 있고 울진 망양정 구미포에서 30리다.(崛山在月松亭松林外, 仙人所遊處云, 前臨海, 自蔚珍之望洋亭九味浦, 而爲三十里)”
“호연정(浩然亭)은 월송정 오른쪽에 있고 앞에는 장호가 있는데, 바로 황여정이 살던 곳이다.(浩然亭在月松亭右, 前臨長湖, 卽黃汝挺所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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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송정(月松亭)은 월송진 북문 위쪽에 있는데 앞에는 장호와 평제가 있고, 뒤에는 백사장과 커다란 소나무가 에워싸고 있으며, 동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활을 쏘기에 좋으니 관동팔경 중의 하나이다.(月松亭在越松鎭中北門上, 前臨長湖平堤, 後擁白沙修松, 東望海, 宜射帿, 卽八景之一)”
“동대(東臺), 해당안(海棠岸)은 월송정 동북쪽 해안에 나란히 있다.(東臺, 海棠岸, 竝在月松亭東北海岸)”
“영양문(迎陽門)은 군의 남성 사이에 있는데 월송정에서 달수역을 지나 10리다. (迎陽門在郡之南城間, 自月松亭, 過達水驛而爲十里)”
“청향각(淸香閣)은 관아 앞에 있다.(淸香閣在郡衙前)”
여기서 관아는 당시의 평해군을 뜻하고 현 평해읍사무소 일대이다.
◆ 조선 최고의 탐승(探勝) 여행 작가 옥소 권섭
울진지방을 비롯 동해안의 빼어난 경관을 여행기로 남긴 옥소 권섭은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이조참판을 지낸 권상명(權尙明)의 아들이다. 그의 큰아버지는 학자 권상하(權尙夏), 작은아버지는 이조판서 권상유(權尙遊)다.
본관은 안동으로 호는 옥소(玉所)·백취옹(百趣翁)·무명옹(無名翁)·천남거사(泉南居士)이다.
1689년(숙종 15) 기사환국 때 19세로 소두[疏頭 : 연명(連名)하여 올린 상소문에서 맨 먼저 이름을 적은 사람]가 되어 소를 올리는 등 한때 시사에 관심을 갖기도 했으나, 송시열(宋時烈)을 위시한 주변 인물들의 사사(賜死) 또는 유배의 참극을 겪은 뒤, 관계(官界) 진출의 길보다는 문필 쪽을 택하였다. 이후 일생을 전국 방방곡곡 명승지를 찾아 탐승(探勝) 여행을 하며 보고 겪은 바를 문학 작품으로 남겼다. 권섭의 작품 세계는 내용이 다양하고 사실적이며 깊이가 있고 한시·시조·가사 작품 외에도 유행록(遊行錄)·기몽설(記夢說) 등이 있어 그 내용이 광범위하고 섬세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오늘날 전해진 것만도 한시 3000여 수, 시조 75수, 가사 2편이 된다. 시조 75수중에는 연시조가 많다.
황강(黃江)일대의 경승을 노래한 ‘황강구곡가(黃江九曲歌)’는 주자의 ‘무이도가(武夷櫂歌)’와 율곡 이이(李珥)의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의 맥을 이은 작품으로, 문학사적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저서로는 간행본 ‘옥소집(玉所集)(13권 7책)’과 필사본 ‘옥소고(玉所稿)’가 있다.
- 글쓴이 : 남효선
-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안동대학교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공부하였다. 1989년 문학사상의 시 부문에서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하였다. 한국작가회의, 경북작가회의, 안동참꽃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둘게삼』이 있다. 현재 시민사회신문의 전국본부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