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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애_영주 문화산책, 지역의 역사인물]영주 현대미술의 뿌리, 한국의 밀레 계삼정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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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역사인물
영주 현대미술의 뿌리
한국의 밀레 계삼정화백
글. 안경애
한국의 밀레 계삼정(桂三正)은 평양에서 출생해 영주(풍기)에서 작고했다. 계삼정의 그림 추수, 만추, 황금 들녘, 새벽수확 등 향토색 짙은 색감의 작품들과 계곡, 금선정, 삼가동계곡, 여름계곡은 힘찬 붓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뜨개질 하는 모습을 그린 ‘아내’, 큰 딸을 그린 ‘숙녀’, 큰딸이 동생을 업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자매’ 등 인물화에서는 가족애가 진하게 묻어난다.
개간, 65X50cm
계삼정은 일제가 한국을 강제로 병합하던 해인 1910년 평양의 한 부유한 가정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한학자이신 부친은 성품이 온유하면서 자녀교육에 남달리 엄격하셨다. 계삼정이 10살 때 일어난 대홍수로 기름진 농토와 대동강 가에 산적해 놓은 뗏목과 소금이 유실돼 그 때 부터 가세가 기울어 어려웠다. 계삼정은 21살(1931년) 때 ‘선전(鮮展)’에 입선한 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계삼정은 귀국 후 1938년, 모교인 평양 광성중학교 미술 교사로 부임하였고 숭인상업학교 강사도 겸임하면서 평남미술연맹 이사로 활약했다. 1946년 계삼정은 형과 함께 홀로 되신 어머님을 모시고 자유를 찾아 서울로 월남했다. 월남 2년 뒤 풍기 금계리(金鷄里)에 정착했고, 1950년 1월 20일 마을의 다 쓰러져가는 공회당(公會堂)을 빌려 야학을 개설했다.
계삼정이 운영하는 야학에는 배우고자 했으나 배울 길이 없었던 풍기의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 들면서 공회당이 협소해졌다. 야학선생 계삼정은 마을 청년들과 밤낮없이 밤에는 횃불을 밝혀 놓고 돌을 나르고 흙벽도 바르면서 교사(校舍)를 마련했다. 이것이 현재 금계중학교의 모태다. 계삼정은 1952년 12월 29일 금계학원 설립인가를 받아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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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41X28cm |
피난길, 40X31cm |
계삼정은 이렇듯 바쁜 생활에서도 틈틈이 그림을 그려 개인전을 갖는 등 화가로써 활발히 활동했다. 첫 개인전은 1959년 국립중앙공보관 전시실에서 개최해 유화28점을 출품했다. 계삼정의 친구이자 국전심사위원을 지낸 박영선은 “화풍은 전원화가 밀레를 방불케 하는 것으로 농촌생활에서 체험하는 화취로써 고상한 색조와 탁월한 필치를 보인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 개인전은 1961년 영주치과 2층 영보다방에서 개최했다. 1968년에는 계삼정의 주도로 안동의 이수창, 영주의 임천수, 김정숙, 김관 등이 참여해 영주시내 다방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1971년에는 광성중학교 동창회, 숭인상업고등학교 동창회, 금계중학교 동창회 공동주관으로 국립중앙공보관에서 ‘계삼정회갑기념전’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이 전시회 발기인으로는 최영림, 한남석, 홍종명, 김희찬, 장종선, 김창구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동강, 23X17cm
당시의 전시작품으로 대작이라 할 수 있는 40호 크기의 ‘감자밭’, 30호 크기의 ‘秋’ 등을 비롯해 4호 크기의 작은 소품까지 총 50여점을 출품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1978년 4월에 서울 ‘신세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1982년 5월, 미국 LA(3·1미술관) 초대전 때는 큰 의미와 호응은 있었지만 몇 점의 작품이 사기를 당해 돌려받지 못한 일도 있었다.
계간 미술지 42호(1987년 여름)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보면 황유엽, 최재근, 김병기, 최영림, 변철환, 홍종명, 김창열 등이 모두 계삼정이 가르쳤던 학생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계간 미술지에는 계삼정이 40년대 후반에 제작된 유화 2점과 수채화 1점도 소개돼 있어 평양화단 시절의 화풍도 가늠해볼 수 있다. 계삼정 사후 지역에서 거의 잊히고 있다가 2004년 ‘영주미술작가회 20주년 기념전’에 작품 ‘수확(40호)’을 통해 다시 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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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 88X163cm |
금계동집앞, 53X45cm |
그리고 2012년 6월 고 계삼정화백 유작전 ‘담고, 그리다’ 展이 영주문화예술회관 철쭉 갤러리에서 열렸다. 이 유작전에는 풍경, 인물, 정물, 가축, 반구상 등 다양한 서양화 작품 80여점이 전시됐다. 유작전 당시 계삼정의 장남 계재영교수(대구보건대)가 한 말이 안타까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님의 유작 80여점을 준비했는데 전시공간이 협소해 18점은 되돌려 보냈다.”라고 말하고, “아버님의 유작 중 ‘대동강’은 북에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며 그리신 그림인데 그 그림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인자한 교육자이자 열정적인 예술인으로 삶을 살다간 계삼정! 수상으로 鮮展 入選(1931), 全國男女中等學校 作品展覽會 1等賞(1932), 日本綜合藝術展 優等賞(1936), 교육감표창(1971), 제1회 사학재단연합회 특별공로상(1972), 제5회 경북교육상 수상(1979), 국민훈장 동백장(1992)이 있다.
추수, 100X80cm
- 글쓴이 : 안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