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류명화_봉화를 걸으며]마을공동체의 구심적 역할을 해온 서낭당 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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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문화탐방
마을공동체의 구심적 역할을 해온 서낭당 동제
글. 류명화
황새마을 서낭당
온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이에 질세라 마을 가운데 우뚝 선 저 당산나무도 고즈넉한 가을 풍경에 운치를 더해주니 세상에 나이를 먹을수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아마도 저 나무뿐일 것 같다.
우리지역에서는 저 당산나무를 ‘당나무’라 하는데 대부분 마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시 여겨 개인적 기원(祈願)과 더불어 공동체를 수호하는 서낭신의 거소(居所) 또는 서낭신격으로 모시고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마을사람들은 정성들여 음식을 준비해 이곳에서 동제(洞祭)를 지낸다.
뿐만 아니라 당나무는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한데 어우러져 노래하고 춤추는 광장의 역할도 해왔고 무더운 여름이면 큰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쉼터의 공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반면 일기와 시간에 따라 금줄이 쳐진 당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왠지 으스스하고 꺼림칙하여 가까이 범접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이처럼 당나무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을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해서 이번 기회에 마을공동체의 화합과 단결의 매개체가 되어준 당나무와 서낭당 그리고 동제(洞祭)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마을 숲으로 떠나보려고 한다.
등자마을 서낭당
출발에 앞서 우리는 흔히 ‘서낭당’이라고도 하고 ‘성황당’이라고도 부르는 두 말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 출발하도록 하자. 서낭당과 성황당은 서로 비슷한 말 같이 쓰이지만 엄밀히 구분하자면 ‘서낭당’은 우리말이고 ‘성황당(城隍堂)’은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어 이다.
서낭당은 토속적이고 민족적인 우리말로 민속신앙을 대변하는 민중의 신앙처라면 성황당은 중국의 국가적 신앙처로 고려시대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자리 잡게 되었으며 성황당의 어원은 중국의 성황묘에서 온 것으로 본다. 중국은 성을 지을 때 반드시 해자를 만들어 외부로부터 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큰 성벽(城壁)밖에 인공연못을 만들고 외부와 성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데 이 다리가 놓인 곳에 벽돌로 작은 사당을 지어놓고 이를 성황묘라 불렀다. 여기서 말하는 묘는 무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신인 성황을 모시는 단묘(壇廟)로 성황이 성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믿었기 때문에 중국의 성에는 반드시 성황묘가 있었다.
이러한 중국 성황묘의 문화가 고려시대 우리나라로 들어 와 한때는 정부의 모든 관하에 의무적으로 성황당이 설치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조선후기에 들어서면서 사대부들은 사전(祀典)에 기재된 제례(祭禮)와 가묘(家廟) 이 외의 제사들은 모두 음사로 간주하여 민간에서 행해지는 서낭제는 사전(祀典)에 등재되지 않은 음사로 치부하여 서낭제를 지내는 것을 금기시 했다. 이처럼 점차적으로 계승발전 되기도 하고 금기시되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 두 문화가 결합해 민간신앙으로 자리 잡아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지역에서 보면 당집이 있는 경우 두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는데 먼저 ‘城隍堂(성황당)’ 현판이 붙고 ‘城隍神位(성황신위)’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과 현판은 없고 당 안에 돌(神體)이나 화상(畵像)을 모셔놓은 곳이 있다. 성황당과 서낭당의 내용적 의미는 이처럼 성황신앙이 유교식 제례와 합해져 전해온 성황당과 오랜 역사 속에서 나무와 돌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샤머니즘적 토속신앙인 서낭당으로 구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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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현리 서낭당(내부, 서낭계)
우리지역에서는 서낭당과 성황당을 딱히 구분짓지 않고 그냥 ‘당’이라하고 건축물(堂)이 함께 있는 경우 ‘당집’이라 불렀으며 이곳에서 지내는 동제(洞祭)를 ‘당제(堂祭)’ 또는 ‘당고사(堂告祀)‘라 했다. 여기서 말하는 당(堂)은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신단을 가리키며 금줄을 쳐 부정한 것을 차단하고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마을마다 서낭신도 제의 형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제를 모시는 곳을 ‘당’이라 부르는 것이 공통적이며 또한 마을단위로 꼭 하나씩 있다. 마을 입구 큰길가 또는 마을 가운데처럼 통행이 빈번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가하면 인적이 드문 숲이나 고갯마루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형태에 있어서도 당나무(神木)만 있는 곳, 당나무와 돌무더기 또는 당나무와 돌(立石)이 함께 있는 곳, 당나무와 당집이 함께 있는 곳, 아무것도 없이 당집만 덩그러니 있는 곳 등 매우 다양하다. 나무나 돌처럼 자연물을 신체(神體)로 모시고 신앙하는 토테미즘과 인공물인 신당(神堂)에 위패를 모시는 유교식 또는 무속과 유교의 절충식 등 신을 모시고 신앙하는 형식에 있어서도 다양하다.
양곡리 서낭당
양곡리 서낭당내부
일반적으로 마을사람들이 신앙하는 마을신(洞神)은 신격의 명칭에 따라 산신 일 수도 있고 서낭신 일 수도 있으며 다산과 풍요를 수호하는 여신 일 수도 있다. 여말 조선 초에는 전국적으로 공민왕, 김유신처럼 실존했던 인물을 마을신으로 모시는 풍습이 유행처럼 생겨나기도 했다.
청량산 축융봉 산성마을 안에 위치한 공민왕당이 실존했던 인물을 마을신(洞神)으로 모시는 우리지역의 좋은 예가 되겠다. 해서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는 두 마을의 당고사(당제)를 사례로 소개하며, 이런 마을토속신앙과 동제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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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당
먼저 공민왕당을 소개하자면 공민왕당은 정확히 언제 건립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청량산 축융봉 산성마을 안에 위치해 있으며 산성마을과 두들마을 주민들이 마을신(洞神)으로 모시고 함께 동제(洞祭)를 지내고 있다.
공민왕이 이 마을 주민들의 마을신(洞神)이 된 연유는 고려시대 개혁군주였던 공민왕이 홍건적의 침입으로 개경이 함락되자 복주(지금의 안동)를 임시수도로 정하고 이곳으로 몽진(蒙塵)해 왔던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당시 복주의 속현이었던 이곳 청량산은 왕이 피난을 와 산성을 개축하고 군사를 훈련시키며 이곳을 거점으로 대반격의 기회로 삼았던 곳이며, 전쟁이 끝나고 개경으로 다시 환도했으나 신하의 손에 비운의 삶을 마감한 공민왕의 원을 풀어주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사당을 짓고 이 마을의 신(洞神)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원한을 풀어주기 위한 동제는 해원상생(解寃相生)의 이념이 바탕에 깔려 있으며 이는 곧 공민왕 신앙의 핵심이기도 하다.
공민왕당은 좌측에 산신각이 있고 우측에 공민왕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공민왕당 현판에는 ‘曠感殿(광감전)’으로 ‘堂’이 아닌 ‘殿’으로 표기되어있다.
이는 왕을 모시는 사당이기 때문인 듯하다.
산신각의 정면 벽에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으며 공민왕당 내부에는 공민왕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고 정면에 왕을 의미하는 쌍용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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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당 내부
이렇듯 공민왕을 동신으로 모시는 것도 특이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점은 공민왕당을 중심으로 사방에 공민왕 가족신이 마을신(洞神)으로 모셔져 있다는 점이다.
공민왕 가족신당은 도산면 가송리 일동마을에 공민왕의 부인인 노국공주를 모시는 ‘공주당’을 비롯하여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윗두실, 아랫두실, 구름재, 북장골에도 노국공주를 마을의 동신(洞神)으로 모시고 매년 정월보름에 따로 동제를 지낸다. 그리고 공민왕의 어머니를 모신 도산면 단천리의 ‘왕모당’도 공민왕 일가를 숭배하는 공민왕 가족 신당으로 볼 수 있겠다.
도산면 가송리의 공주당은 매년 정월 보름과 단오에 제를 올리는데 정월 보름 동제를 올리기 전 청량산 산성마을을 찾아와 공민왕당에 꼭 세배를 올렸다고 한다. 공민왕당은 산성마을과 두들마을이 정월 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며 당고사(洞祭)를 지내고 칠월에 또 한 번 백중제(百中祭)를 지낸다. 금년 백중제는 청량산 두들마을 이희조 어르신이 제관을 맡고 같은 마을 출신 권순덕씨가 유사를 맡아 9월10일(百中) 정오에 술과 제물을 봉헌하고 축원하며 제를 올렸다. 이날은 청량산관리소장님 외에 몇몇 분이 더 참석해 소지를 올리고 함께 음복을 했다. 한 때 산성마을을 중심으로 수 십호가 거주하고 있었으나 원주민은 이제 덩그러니 세 가구만 남았다. 대동단결하며 함께 동제를 지내던 어르신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없으니 이제 당고사도 명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처럼 점점 사라져가는 서낭당 실태와 달리 마을주민들에 의해 전통을 지켜가며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는 봉화군 봉양리 서낭당을 소개할까한다. 봉양리 서낭당은 봉화군에서도 유일하게 한 마을에 상당, 중당, 하당이 잘 보존되어 있다.
상당은 본디 광무(光武) 경자년(庚子年,1900년)에 서낭골에 자리해 70년대 새마을운동에도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이어 왔으나 2011년 건물이 많이 손상돼 짜그락골 정상부에 옛 형태 그대로 옮겨지게 됐다.
봉양리 상당
마을사람들에 의하면 이곳 서낭신은 신통력이 대단하고 엄격해 말을 타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면 의례히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춘 후 지나가야 했으며 이를 어기는 경우 말굽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해서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라고 쓴 하마비(下馬碑)가 있었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난 후 지나다녔다고 한다.
마을의 북쪽 짜그락골 정상부에 위치한 현 상당은 둥근 소나무 기둥이 양쪽 나란히 서 있는 정면 한 칸, 측면 두 칸짜리 목조건물에 벽체는 황토 흙이 발라져 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당집과 달리 한 칸을 반으로 나눠 좌측엔 성황신의 위패를 모셨고 우측엔 여신이 그려진 화상을 모셔 놓은 것이 여느 당집과 조금 다른 모습이다. 우측 칸에 모셔진 여신상을 마을주민들은 문수보살이라 소개 했지만 그림 속에 앉은 여인의 소반 위에 쌀과 엽전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마을을 수호하고 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여신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상당 내부
새해가 시작되는 정초면 봉양리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탈 없이 한해를 보낼 수 있기를 염원하며 함께 정월 대보름 동제를 지낸다. 정월 초사흗날에 회의를 열어 정월 대보름 동제를 지낼 제관과 축관, 유사를 선출하는데 반드시 초상을 치르지 않고, 부정이 없으며 행실이 건전하고 깨끗한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 봉양 1,2리 주민들은 이들을 통해 가족의 안녕과 풍년 그리고 가축들의 번성까지 일상의 소소한 소망들을 소지에 담아 올리며 일주일 전부터 제관은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직접 왼쪽으로 꼰 새끼줄에 솔잎과 한지를 끼워 만든 금줄을 친다. 그리고 제관의 집에서부터 서낭당까지 길 위에 황토를 뿌려 부정한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한다. 또한 제관은 동제를 지내기 전까지 외부 출입을 자제하며 항상 몸가짐을 깨끗이 근신하고 제관의 가족 또한 제관과 마찬가지로 근신하며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이런 금기사항은 제관의 가족뿐만 아니라 온 마을사람들이 함께 부정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
동제가 있는 열 나흗날 신 새벽에 제관이 직접 제물을 준비하러 시장엘 가는데 이때 가게 첫손님으로 가 제물을 사 와야 그해 운수가 대통한다고 믿어 마을마다 제관은 첫손님이 되기 위해 자시(子時)가 지나면 바로 장을 보러 나서거나 사전에 상인과 선약을 해 놓고 첫 손님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불문율처럼 제물을 살 때는 상인이 부르는 대로 값을 치러야 하며 흥정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당제에 올리는 음식은 보통 집에서 지내는 제사처럼 밥과 국, 나물, 포, 고기, 과일, 떡이 오른다. 일반 가정집의 제사에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떡을 직접 해 시루 채 올리는 것이 이 지역의 풍습이다. 이렇게 제관의 집에서 제물이 정성껏 마련되면 14일 밤과 15일 사이에 제관과 축관 유사는 제물을 챙겨 당으로 가 제를 지내는데 이에 앞서 제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정월의 맹추위에도 얼음물을 깨고 깨끗이 목욕재계한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제를 지낸다.
형식에 있어서도 여느 가정집의 제사와 같이 촛불과 향을 피우고 제물과 술을 올리고 축원을 하며 신위를 향해 절을 한 후 소지를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축문의 내용은 주로 한해 농사가 대풍하길 바라며 가족의 건강과 가축들의 번성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엄청난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소망하며 무탈하기를 희망하는 것은 종교와 시대를 막론하고 신께 인간이 바라는 공통된 기도이기도 하다.
봉양리 중당
봉양리 상당에서 제가 끝나고 나면 제물을 그대로 옮겨 와 중당에서 제를 또 한 번 지내는데 중당의 신체(神體)는 오래된 느티나무를 서낭신으로 모신다. 봉양리 중당의 특징은 열 나흗날 저녁이면 마을에서 가장 튼실한 수탉 한 마리를 잡아 껍질을 벗겨 볏짚으로 속을 채운 뒤 금줄에 걸어 두었다가 동제가 끝나고 나면 태우는 이 마을만의 독특한 풍습이 있다.
봉양리 하당
상당과 중당의 제는 유교제례의식이 짙게 배있으나 하당에서는 제물도 없이 오곡밥만 지어서 사방에 뿌리고 제를 마무리한다.
하당은 마을의 남쪽에 위치한 숲으로 신체가 따로 있지 않고 느티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참나무들이 둘러싸인 숲 전체가 서낭당으로 ‘서낭숲’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상당, 중당, 하당의 제가 끝나고 나면 마을사람들은 제관의 집에 모여 남은 제물을 음복하고 풍년을 기원하며 오곡밥을 지어서 나누어 먹는다. 그런 후 온 마을 주민들은 한곳에 모여 ‘대동회’를 열어 새해 모내기 품값을 정하고, 마을 숙원사업을 의논하며, 공동자금 내역을 공개한다. 회의가 끝나면 농악을 동원해 가가호호 지신밟기를 하고 사물놀이에 맞춰 춤도 추고,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나누어 먹고 윷놀이와 쥐불놀이를 하며 축제처럼 보름 하루를 보낸다. 농경을 기본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있어 달은 농사 시기의 표준으로 삼았으니 새해 첫 보름달을 맞는 일은 그 어떤 날 보다 의미 있는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풍년을 기원하고 가정의 안녕과 가축의 번성을 동제를 통해 마을신께 빌고 이런 과정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공동노동체인 품앗이, 두레, 상여계처럼 함께 일하고 함께 기뻐하며 또 함께 슬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청량산 산성마을 공민왕당과 봉성면 봉양리 서낭당처럼 마을 공동체의 중심적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전해오는 서낭당이 있는가 하면 일제강점기와 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마을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복원되기도 하고 마을사업의 일환으로 계승되어 향토문화로 자리 잡아 가기도 한다. 이렇듯 동제를 통해 마을 사람들은 화합과 결속을 다져가며 공동체의식을 갖게 되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마을신앙인 서낭당과 동제를 그저 구시대적 미신으로 치부하거나 종교적 관점으로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르초
티벳의 흰 설산을 배경으로 룽다(風馬, Lungda, Wind Horse), 타르초<經幡, Tharchog, Flag>를 보면 문화와 종교가 다르더라도 겸허한 마음으로 합장하며 자동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하는 것처럼 서낭당과 금줄에 끼워진 흰 종이가 바람에 펄럭이는 풍경 또한 고유한 토속신앙인 동시 민속 문화로 보아 계승하고 보존해야할 시대적 가치라 생각한다. 이번 글을 준비하며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다각도의 자원조사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한다.
- 글쓴이 : 류명화
- 1972년 청명한 식목일 오후 2남7녀 중 아들이길 바랐던 부모님의 서운한 마음과 상관없이 일곱째 딸로 태어났다. 똑똑하진 않지만 나름 삶을 즐길 줄 알고 퉁퉁한 아랫배와 홀쭉한 주머니 사정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건강한 여성이다. 지금은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