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안경애_영주 문화산책, 지역의 역사인물]영주 순흥의 내방가사 <화전가>
- 안경애(cultureline@naver.com)
영주 순흥의 내방가사 <화전가>
여인의 기구한 인생역정 속에 피어난 자유로운 삶의 의지
안경애
”
새야 새야 울지 말아라 새 보기도 부끄러워
내 팔자를 생각하니 새 보기도 부끄러워라
처음 당초 친정 와서 서방님과 함께 죽어
저 새와 같이 자웅 되어 천년만년이나 살아볼 걸
내 팔자에 내가 속아 기어이 한번 살아보려고
첫째 낭군은 그네에 죽고 둘째 낭군은 괴질에 죽고
셋째 낭군은 물에 죽고 넷째 낭군은 불에 죽어
이내한번 못 잘살고 내 신명이 그만 일세
<덴동어미 화전가>에 나오는 덴동어미의 신세타령이다. 경상도 순흥 임이방의 딸로 태어난 덴동어미는 열여섯에 예천읍내 장이방의 아들과 혼인하나 일 년 만에 남편이 그네에서 떨어져죽어 청상과부가 된다. 그 후 상주 읍내 이승발의 후취로 개가하지만 가세가 몰락해 남편과 떠돌다가 담살이와 돈놀이로 돈을 벌었지만 얼마 못가 괴질(콜레라)이 창궐해 남편은 죽고 곧 파산한다.
또 다시 떠돌던 덴동어미는 울산에서 황도령을 만나 개가해 사기장수로 먹고 사는데 이번엔 홍수에 의한 산사태로 남편을 잃는다. 다시 과부가 된 덴동어미는 마을아낙의 중매로 이웃집 홀아비 엿장수 조서방에게 재차 개가한다. 쉰 살에 덴동어미는 첫아들을 낳고 조서방을 도우며 사나 이번엔 집에 불이나 남편은 죽고 아들은 한쪽 손과 한쪽다리가 불에 데어 불구가 되고 만다.
3번의 개가로 4번이나 남편을 잃은 덴동어미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덴동이를 업고 고향 순흥으로 돌아온다. <덴동어미 화전가>는 1938년에 쓰여진 소백산대관록 이라는 책에 <화전가>라는 제목의 한글필사로 실려 있다. 영주 순흥을 배경으로 하는 화전가는 우리나라 내방가사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자주 등장한다.
화전가(花煎歌)는 부녀자들이 삼월 삼짇날(음력 3월3일) 들놀이를 할 때 진달래꽃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지진 꽃전을 먹는 풍속인데 이 때 부르던 노래다. 덴동어미 화전가는 순흥의 부녀자들이 단장하고 화전 부칠 준비를 해 비봉산에서 화전놀이를 한다. 화전을 부치면서 즐겁게 노는데 청춘과부가 슬피 울며 개가를 고민한다. 그러자 덴동어미가 이를 만류하며 화전가가 시작된다.
내 팔자가 사는 대로 내 고생이 닿는 대로
좋은 일도 그뿐이요 그른 일도 그뿐이라
춘삼월 호시절에 화전놀이 왔거들랑
꽃빛일랑 곱게 보고 새소리도 좋게 듣고
밝은 달은 여사로 보며 맑은 바람시원하다
좋은 동무 좋은 놀이 서로 웃고 놀아보소
사람의 눈이 이상하여 제대로 보면 괜찮은데
고운 꽃도 새겨보면 눈이 캄캄 안 보이고
귀도 또한 별일이지 그대로 들으면 괜찮은걸
새소리도 고쳐듣고 슬픈 마음 절로 나네.
마음 심(心)자가 제일이라 단단하게 맘 잡으면
꽃은 절로 피는 거요 새는 여사 우는 거요
달은 매양 밝은 거요 바람은 일상 부는 거라
마음만 여사 태평하면 여사로 보고 여사로 듣지
보고 듣고 여사하면 고생될 일 별로 없소
덴동어미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음(心)에 달렸다한다. 좋은 일도 그뿐이고 나쁜 일도 그 뿐이니 거기에 구애되지 말고 초연히 살아가라 말한다. 꽃은 절로 피는 것이고 새는 그냥 우는 것이고 달은 매양 밝은 것이고 바람은 일상 부는 것이니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마음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라한다. 3번의 개가를 통해 모진 인생역정을 겪으면서 삶의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꽃아 꽃아 두견꽃아 네가 진실로 참꽃이다.
산으로 일러 두견산은 귀촉도 귀촉도 관중이요
새로 일러 두견새는 불여귀 불여귀 산중이요
꽃으로 일러 두견화는 불긋불긋 만산이라
곱다 곱다 참꽃이요. 사랑하다 참꽃이요
탕탕하다 참꽃이요 색색하다 참꽃이라
치마 앞에도 따 담으며 바구니에도 따 담으니
한 줌 따고 두 줌 따니 봄빛이 채롱에 간들간들
좋은 송이 뚝뚝 꺾어 양쪽 손에 갈라 쥐고
잡아 뜯을 맘 전혀 없어 향기롭고 이상하다.
손으로 답삭 쥐어도 보고 몸에도 툭툭 털어보고
낮에도 살짝 대어보고 입으로 함박 물어보고
저기 저 새댁 이리 오게 고와라 고와 꽃도 고와
비단처럼 고운 빛은 자네 얼굴 비슷하이
방실방실 웃는 모양 자네모양 방불하이
기다란 꽃술은 자네눈썹 똑 같으네
아무래도 딸 맘 없어 뒷머리에 살짝 꽂아두니
앞으로 보아도 화용(花容)이요 뒤로 보아도 꽃이로다.
영주시는 이 <덴동어미 화전가>를 마당놀이로 제작해 영주풍기인삼축제에서 하루 2회씩 공연하여 영주시민들은 물론이고 인삼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2016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마을이야기 공연에도 참가해 관광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영주시는 이에 힘입어 2020년 완공되는 한문화테마파크 마당놀이 공연장에서 상설공연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쓴이 : 안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