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컬처라인_마을이 있는 풍경]대곡사와 낙단보, 그리고 마애보살, 관수루
- 권기남(cultureline@naver.com)
산길 따라가면 꽃길을 만나고, 강길 따라가면 물길에 닿는 곳
대곡사와 낙단보, 그리고 마애보살, 관수루
권기남
❙적조암(寂照庵)
의성에서 예천으로 향하는 길목에 다인면이 있다. 면소재지에서 오른쪽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대곡사 푯말을 만나게 된다. 그 길은 봄을 맞아, 온 산천이 환하게 치장을 하고 있는 꽃길이다. 봄날의 적조암은 고요속에 고즈넉하다.
암자 입구의 오르막을 오르다가 저절로 가빠지는 숨을 구포루 기둥에 기대서서 고른다.
구포루의 기둥은 늘 의연하다. 오래 뵙지 못한 은사를 만난 듯 저절로 경건해 지는 마음자락을 풀어 경배를 올린다. 구포루의 기둥은 집보다 세월을 받들고 역사를 받들어 오늘의 신산을 견디고 있다.
마당을 뒹구는 고요속에서 꽃들이 만발하고 동쪽으로 비스듬하게 누운 느티나무가 홀로 가람을 지키고 있었다. 둑 위에, 사람의 키보다 몇 배나 되는 느티나무가의 가지가 제 뿌리보다 몇 길 아래까지 뻗치고 있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높은 둑 위에서 해 뜨는 쪽을 향해 가지를 키우다보니 어느새 제 뿌리보다도 한참이나 아래쪽으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나무다. 누워있는 느티나무의 몸짓은 적조암의 지난 궤적이 가지마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듯하다. 마당 둑 아래 흐드러진 산사나무꽃이 눈부시다. 송화가루가 노랗게 바람결에 실려 오고 있다. 그 향기 덕분에 황사가 오히려 무색해진다.
❙대곡사 적조암 극락전
대곡사 적조암의 구포루(義城 大谷寺 寂照庵 九苞樓)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626호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깊은 역사를 안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대곡사 적조암 구포루는 19세기 중반에 건립된 것이나, 그 유래는 17세기까지 소급되고 18세기에도 중창한 적이 있다. 대곡사에 주석했던 고승 진영이 보관된 적이 있어 진영각(眞影閣) 역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상량문에 따르면 구포루(九苞樓)란 봉황이 머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봉황은 9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포(九苞)라는 다른 명칭이 있다. 즉 봉황은 부리, 마음, 귀, 혀, 채색, 벼슬, 발톱, 울음소리, 배 등에 아홉가지 특징을 지녔다는 말이다. 적조암은 비봉산의 주맥에 연결된 것이라고 할 만큼 경관적으로 의미가 있고, 현존하는 대곡사 암자로는 유일하다. 대곡사는 전성기에 9암자를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적조암만이 남아 있다.
암자의 적요를 방해하는 불청객이 되어 인기척을 내본다. 적조암의 경비견 ‘보리’는 요사채 뜨락에 늘어져 누워 아예 파업 중인 모양이다. 잠시 후 요사채문이 열리고 비구니스님이 합장으로 미소 지으며 댓돌을 내려선다. 원종스님이다. 의성에서도 서부지역은 의성살이 30년이 넘은 필자에게도 아직 낯선 곳이 많다. 이번 참에 낯가림에 무두질 하듯 한 번 뒤져볼 요량으로 적조암 원종스님께 안내를 부탁드린 길이었다.
스님은 큰 가람인 대곡사에 소속되어 있는 적조암에 기거하면서 생송리 마애보살좌상이 보존되어 있는 마애사의 주지소임을 함께 맡고 계시는 분이다. 원종스님은 적조암에서 자동차로 달려가도 30분 이상이 걸리는 마애사의 보살좌상을 날마다 찾아 보살피는 부지런하기로 치면 부처님의 제자 중에도 손꼽히는 분이다.
구포루와 마주한 요사채에서 스님이 직접 만들어 낸 과자들을 대접 받았다. 쌀을 주원료로 한 과자의 화려함과 풍미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쌀과 밀가루의 차이를 가장 정직하게 일러주는 맛이었다. 특히 쌀을 많이 생산하는 이 지역의 쌀 소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스님은, 서울까지 오르내리며 라이스클레이 연합회에서 쌀로 만든 과자의 비법을 익혀오셨는데, 그것이 쌓여 스님은 어느덧 달인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원종스님과의 라이스클레이 _ 쌀과자, 쌀케이크 등
밥과 떡의 재료로만 여기는 쌀의 변신은 스님의 손끝에서 묻어나는 열정과 애정에 의해 무궁무진 해진다. 특히 스님이 갖가지 천연재료로 데코레이션을 한 떡 케이크는 생화와 착각 할 정도로 정교하고 그 채색이 찬란하다. 누구든 쌀의 무한 변신을 확인하고 싶다면 적조암 원종스님을 찾으면 된다. 적조암, 구포루, 원종스님과 라이스클레이, 쌀케이크, 쌀과자.... 단어만 들으면 전혀 불가능한 조합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요지경이 있어 사진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대곡사(大谷寺)
대곡사는 적조암 아래쪽에 위치한 다인의 비봉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이다.
비봉산의 일출과 일몰의 비경은 전국의 사진작가들을 끌어 모으는데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동행한 원종스님으로부터 들으니, 대곡사를 품고 있는 비봉산은 우리나라의 위도와 경도를 측정하는 6개의 장소 중에 한 군데라 한다. 그래서 대곡사는 역사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가람이다. 원종스님과 잠시 들러본 대곡사 마당에는 어느새 주지 도현스님이 나와 계셨다.
❙대곡사 범종각
범종각에서 올려다보면 대곡사의 대웅전이 우러러 보인다. 대웅전 마당에 다층석탑을 중심으로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좌측에는 나한전이, 우측에는 명부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다층석탑을 중심으로 다이아몬드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대곡사가 전형적인 불교사찰 양식을 400년 넘게 간직해 온 사찰이라고 한다.
대곡사(大谷寺)는 고려 시대인 1368년(공민왕 17)에 인도 승려 지공(指空)과 왕사인 나옹(懶翁) 혜근(惠勤)이 창건한 사찰로 창건 당시에는 지공이 원나라와 고려의 양대국을 다니면서 불법을 편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태행산(太行山) 대국사(大國寺) 불리기도 했으나, 정유재란 때 대곡사와 암자의 대부분이 소실되어 1605년(선조 38년) 탄우(坦祐)대사가 대웅전을 중창하였고, 1687년(숙종 13) 태전선사(太顚禪師)가 중건하면서 사찰의 이름을 대곡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대곡사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인도의 승려와 우리나라 승려가 힘을 합쳐서 세운 절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적 향기를 지닌 대곡사는 작년 봄 경북유형문화재 160호로 지정되어 있던 대웅전이 그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서 국가 보물 제1831호로 승격(2014년 7월 3일) 지정 되었다.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405호 _ 대곡사 다층석탑
❙대곡사 나한전
그리고 대곡사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석탑은 말이 다층석탑이지 사람 키 정도의 높이로서 눈길을 얹어 놓고 봐도 될 정도로 앙증맞은 탑이다. 다층석탑은 경상북도문화재 자료 405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고려 초기 형식의 탑으로서,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향한 비원의 의미로서의 탑이라기보다, 그 아담한 자태가 평화와 고요를 추구하는 무욕의 의미로 다가 오는 탑이다.
그 외에도 대곡사의 세 가지 자랑거리를 원종스님께 얻어 들었다.
먼저 “달빛이 아름다운 절”이다. 그래서 대곡사를 중심으로 숱한 시인묵객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 달빛에 미혹되어 대곡사에 머물던 나그네들이 지은 시들이 책을 엮을 만큼 많아서 『다인』이라는 한시집(漢詩集)을 내기도 했다. 또 한가지 자랑거리는 대곡사를 품고 있는 ‘비봉산의 조망권’이다. 비봉산에 오르면 멀리 예천의 삼강주막은 물론 상주와 문경까지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대곡사의 ‘물 맛’으로 일부러 수질 검사를 하지 않아도 의성사람들이 다 아는 물맛이다. 정수기 판매원이 대곡사 물과 자신이 정수해낸 물을 혼돈할 정도로 대곡사의 물은 일급청정수라고 한다. ‘정수기 장사도 울고 갈’ 대곡사의 물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길을 재촉하여 마애사로 향했다.
❙마애사(磨崖寺) 생송리마애보살좌상
대곡사 일주문을 뒤로 하고 굽이굽이 산길을 30여분 달려 마애사(磨崖寺)를 찾았다.
강을 따라가면 물길과 만나는 곳, 옛 낙동 나루터에서 생송리 마애보살좌상이 낙단보를 지키고 있었다. 강을 건너면 상주 땅이다. 옛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이쪽 의성과 저쪽 상주를 넘나들며 교역을 하던 나루터다. 오래 전, 두 지역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서 강나루터 절벽에 마애부처님을 새겼을 옛 사람들의 손길이 아득하다. 절벽에 조각된 부처님을 모신 마애사라는 절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의성 생송리 마애보살좌상'이 현재 우리가 부르고 있는 정확한 호칭이다. 마애보살좌상 앞에 합장을 하고 서면, 불가에서 말하는 ‘無門館’이란 말이 생각난다. 문이 없는 세계, 즉 이 사바세계 모두가 문도 없고 지붕도 없는 절집, 바로 마애사다. 주지소임을 맡고 있는 원종스님은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가람(伽藍)[불교-승려가 살면서 불도를 닦는 곳]의 주지라고 하신다.
❙의성 생송리 마애보살좌상
마애보살좌상은 낙단보 공사 조성 중에 우연히 발견된 석조 보살상인데 현재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432호로 지정되어 있다. 돌을 깨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했던 부분이 지금도 마애 보살상의 왼쪽 어깨위에 표시가 되어 있어, 그 지점을 보면 왠지 현대과학과 정신세계의 비무장지대 같아서 섬뜩하다. 이것 또한 불가에서 말하는 또 하나의 인연법이 아닐까? 그 오랜 세월을 강가의 절벽에 깃들어 앉아 한결같은 미소로 오늘을 기다려 온 부처님을 보면 시간과 공간, 죽고 사는 일의 경계마저 모호해 진다.
생송리 마애보살좌상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현세의 인간과의 조우를 알리는 음악회가 이 자리에서 열렸다고 한다. 주지인 원종스님이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가면서 행사를 준비해서 열린 마애사의 작은 음악회는 아주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물결위에서 부처님의 미소가 함께 빚어낸 음악소리는 낙동강 물결을 타고 흘러 흘러 저 피안(彼岸)[불교-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경지를 나타내는 말]의 언덕까지 전해졌을 것 같다.
현재 많이 부족한 시설을 세우기 위해 스님이 많이 애쓰고 계신 것 같다. 다행히 입구 쪽 솔밭에 참배단과 관리동을 건축하도록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 놓은 상태라고 하니 앞으로 마애사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무문관의 마애사! 마애부처님은 오늘도 낙동강이 휘감아도는 낙단보의 어귀를 지키고 있다. 지난 천년 세월의 꿈속에서 깨어나 꿈 풀이 하듯 낙동강 나루터의 새 주인이 되어 현세 중생들의 안녕을 위해 오늘도 정진중이시다.
❙낙단보
마애 부처님의 미소를 흉내 내고 합장을 풀다보면 바로 옆의 낙단보에 저절로 눈이 간다.
낙단보 덕분에 마애사 부처님이 우리 곁을 다시 찾았듯이 낙단보와 마애부처님은 낙동강나루의 오랜 도반이다. 아마 앞으로도 인간의 역사가 스러지지 않는 한 그럴 것이다. 이곳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앞세워 사람살이의 영화를 추구하는 부처님과 오직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해서 인간의 편리만을 추구하는 현대과학이 공존하는 지점이다. 정신과 물질이 공존하며 상생하는 원리를 증명해 보이는 자연과 과학의 교집합 지대이다.
❙낙단보
연간 1472Kwh의 전력을 생산해서 1만 3천여명이 1년간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 낙단보라는 설명을 안내판이 알려주고 있다. 유류로 대체한다면 2만5천 배럴이고, 이산화탄소 저감량이 9천 7백톤이라고 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을 따지면 화수분에 가까운 시설물이다. 사람의 편의에 따라 물길을 바꾸어야 하는 현대과학의 아이러니를 감당해야 하는 건 온전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물을 막아 불을 만들고 불을 피워서 물을 끌어들이는 삶의 순환고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원리를 따라가자면 물이 전기를 만들어(수력발전) 불이되고, 불이 전기를 만들어(화력발전) 물을 끌어 올리는 힘이 되는 것, 이 어려운 과학의 힘을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인간과 자연의 순환과 교감을 과학과 문화라는 만만한 단어를 찾아내어 뭉뚱그려 말할 뿐이다.
보를 건설하면서 해방되지 못한 물은 탁류가 되고 홍수가 나야만 비로소 물은 맑아질 것이다. 본래의 빛을 잃은 물은 이미 자기 길을 버린 지 오랜 듯하다. 그 물길 따라 꽃들은 속절없이 피고 진다. 얼마를 더 흘러야 물을 비로소 제 빛과 길을 찾아 갈 수 있을까? 혁신을 현실의 최고 과제로 외치는 세상에 물도 강도 혁신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해방되지 못한 강은 안으로 멍들어 있다.
낙단보 위로 강물이 빚어 보내는 바람은 서늘하다. 잔물결 위를 스치는 바람은 냉기를 머금고 부채질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위에서 무력해 진다. 나는 물과 불의 내통으로 만들어 지는 전기의 힘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증명해 내지 못하는 무지함이 참 부끄럽다. 오늘밤도 낙동강 수변에 관수루의 그윽한 불빛이 내려앉으면, 마애부처님이 지나는 이들의 가슴에 작은 등불 하나씩을 켜 줄 것이다.
❙관수루(觀水樓)
흐르는 세월 따라 강이 흐르고 그 강물 따라 해가 지고 별이 돋고 달이 뜬다.
소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여 멀리 흘러가는 강물로 떠나보내는 의성의 관문이 관수루이다. 이곳에서 상주와 의성을 넘나들던 시인 묵객들이 시 한 수 쯤 꼭 읊어보고 쉬어갔으리라. 노 저어 강나루를 건너던 사공들이 등골에 땀을 식히며 한자락 노랫가락을 뽑아내며 팔쉼을 하던 곳이 아니었을까? 강은 관수루가 지키고 관수루는 늙은 소나무가 지키고 있다. 발치에서는 마애부처님이 강나루를 지키고 있고, 오른쪽에는 낙단보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 낙동교가 보이는 곳에 서 있는 관수루는 소나무 몇 그루와 함께 의연하다.
❙관수루에서 본 낙동교
관수루(觀水樓)는 영남의 물동량이 집하되고, 문경새재와 이화령을 통해 한양을 가던 낙동나루터의 수많은 내왕객들의 발길이 머문 곳이다. 태백에서 발원하여 쉼 없이 흘러온 강물이 머물다가는 곳, 낙단교와 낙정양수장 사이에 있던 누각이다. 고려시대에 세워져 1734년(영조 10년)에 상주 목사 김태연(金泰衍)이 다시 세워 현판하고 1843년(현종 9년)에 다시 수리하였다. 1874년(고종 11년)에 넘어져 유실되었으나 1889년 양도학(梁道鶴)의 특지로 복원되었다.
관수루에는 고려조(高麗朝)의 이규보(李奎報, 1168~1241)를 대표로, 김종직(金宗直, 1431~1492), 김일손(金馹孫, 1464~1498), 이황(李滉, 1501~1570) 등이 지은 15편의 시가와 권상일(權相一, 1679~1760), 유주목(柳疇睦, 1813∼1872) 등의 중수기문이 있었다. 후에 신현택(申鉉澤) 군수의 중건기문, 신사 하서룡(進士 河瑞龍)의 상량문, 강재기(康在璣)의 중건상량문이 추가되었다.조선시대에는 상주, 문경, 구미, 예천, 군위 일대의 18개 역참을 연결해주는 교통의 요지였던 낙정나루. 이제 관수루는 터만 남은 나루터를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다.
누각 안에 걸려 있는 고려의 명신이자 대학자였던 이규보(1168~1241)의 제영시. 누각을 처음 지었을 때의 헌시(獻詩) 한 구절이 떠오른다.
百轉靑山裏 (백전청산리) 청산 속 먼 길을 돌고 돌아서
閑行過洛東 (한행과낙동) 한가로이 낙동강을 지나가네.
初深猶有露 (초심유유로) 깊은 숲속은 아직 이슬에 젖어있고
松靜自無風 (송정자무풍) 소나무는 고요히 바람 한점 없구나.
秋水鴨頭綠 (추수압두록) 가을 강물 오리의 머리같이 푸르렀고
曉霞猩血紅 (효하성혈홍) 새벽하늘은 성성이 핏빛같이 붉구나..
誰知倦遊客 (수지권유객) 그 누가 알리오 이 피곤한 나그네가
四海一詩翁 (사해일시옹) 세상을 떠도는 한 늙은 시객인줄을.
퇴계 이황(1521~1570)도 이곳을 다녀갔던 것으로 보인다.
洛水吾南國(낙수오남국) 낙동강 물은 우리 남국의 자랑
尊爲衆水君(존위중수군) 뭇 강물의 으뜸이라네
樓名知妙悟(누명지묘오) 누각 이름은 묘리의 깨달음을 알게 하고
地勢見雄分(지세견웅분) 지세는 웅대하게 분리됨을 보여
野濶煙凝樹(야활연응수) 들은 넓어 안개가 나무숲에 엉기고
江淸雨捲雲(강청우권운) 강물은 맑아 비온 뒤 구름이 걷히었네
怱怱催馹騎(총총최일기) 총총히 역마를 재촉해 달리니
要爲趁公文(요위진공문) 공문을 진달하기 때문일세
- 글쓴이 : 컬처라인
- 경상북도 북부권 11개 시군의 문화예술 관련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