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박장영_종가이야기]原州邊氏 簡齋宗宅
- 박장영(cultureline@naver.com)
原州邊氏 簡齋宗宅
박 장 영
◇ 종택이 있는 곳
간재종택은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 있으며 경상북도민속자료 제1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종택은 안동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송야교에서 서후면 진입로로 3km 정도 가면 오른쪽에 홍살문이 보이는데 바로 이 마을에 있다.
◇ 당호의 유래
간재(簡齋)는 변중일 선생의 아호이자 종택의 당호기도 하고 정자 이름이기도 하다.
◇ 금고지(琴皐誌)에 전하는 유림불천위
1779년(정조 3년) 10월15일 신주를 땅에 묻는 의례인 조례 때 모인 280여명의 사림은 그 자리에서 간재 선생을 불천위로 모시기로 결정한다. 후손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유림참석자 중 김응탁(金應鐸)을 선정하여 본손을 대신해서 가묘불고유문(家廟不告由文)을 지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경하게 생각하옵건대 부군께서는 총영(聰穎)한 기국(器局)을 타고나셔서 집에 있을 때는 효도를 다하고, 나라를 섬길 때는 충성을 다하셨습니다. 젊었을 때 하급벼슬에 천거되었으나 어찌 벼슬이 본뜻이라 하겠습니까. 높은 벼슬 보기를 초개같이 하고, 자취를 거두어 몸을 숨기셨습니다. 아침에 가묘(家廟)에 배알하고 의관을 정제하여 방에 들어가면 서안(書案)과 마주해 부지런히 책을 읽으시고, 종일토록 경건한 몸가짐으로 선현의 언행을 따르고 후진을 장려(奬勵)하셨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몸가짐을 삼가고 언행을 조심하는 등 수신제가하면서, 간재라는 편액을 걸고 경과 의로 자적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그 선적(善蹟)을 아름답게 여겨 관에 알려 표창을 받도록 청하려 했으나 스스로 충효로 자처하기를 싫어하셔서 굳이 겸양하며 못하게 말렸습니다.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라에서 특별히 정전(旌典)을 내려 엄연한 유각(遺閣)이 저기 휘황(輝煌)하게 서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 조례의 날이 다가오니 뜻 있는 선비들이 모두 모여 옛 현인을 앙모함이 더욱 새로워 이에 불천위의 예로 모실 것을 결정하니 자손들은 송구하고 두려워하면서 삼가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안주로 제주를 바쳐 올립니다.”
◇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
원주변씨 간재종택은 정면 6칸 반, 측면 5.5칸의 건물로 홑처마 팔작지붕집이다. 가옥의 평면은 ‘ㅁ’자형을 취하고 있으며, 사랑마당에서 볼 때 정면 우측에 있는 사랑채가 ‘ㅁ’자형의 평면에서 반 칸 돌출해 있다. 사랑채는 막돌 허튼층쌓기 기단 위에 세워진 건물로 난간을 두른 누마루와 뒷면에 반 칸의 퇴를 내어 벽장으로 사용하는 2칸통의 사랑방, 정면과 측면이 각각 1칸 반인 사랑마루 등으로 구성된다.
안채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대청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뒷면에 반 칸 퇴를 내어 2칸 반통을 사용하는 안방, 우측에 2칸통인 안사랑방이 있다. 그리고 안방과 면하고 있는 좌익사는 부엌 1칸, 고방 1칸으로 배치되었으며 고방과 면하고 있는 중문간채는 뒷방 1칸과 곡식을 보관하는 뒤주인 반 칸의 고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안사랑방과 면하는 우익사는 부엌 1칸과 사랑채의 사랑마루와 면하는 1칸의 책방으로 되어 있다.
원주변씨 간재종택의 사랑채 전면 좌측에는 ‘무민당(无憫堂)’이란 현판이 걸려 있는 팔작지붕과 홑처마인 정면 3칸, 측면 2칸 크기의 건물이 있는데, 좌측 2칸은 온돌방이고 우측 1칸은 마루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 원주변씨 간재종택 뒤에는 정면 3칸, 측면 1칸이며 맞배지붕에 홑처마인 사당이 있다.
간재정은 종택 뒷산에 있다.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든 후 그 위에 정자를 세웠다. 정자는 남향으로 종택을 바라보고 있으며 누각식(樓閣式)으로 정면 3칸, 측면 1.5칸의 크기이다. 지붕은 맞배지붕이며 홑처마로 되어 있다. 간재정의 전면 반 칸에는 난간을 두른 마루를 설치하여 누마루로 설치하였다.
정자 기단은 막돌 허튼층으로 쌓았으며 높이는 80㎝ 정도로 다소 높은 편이다. 기단 위에 자연석을 원형으로 다듬은 주추를 놓고 둥근기둥을 세웠다. 본채를 받치고 있는 기단은 누하주에서 50㎝ 정도 들어가서 쌓았는데 앞 기단보다 20㎝ 정도 더 높게 하였다. 누마루로 올라가는 출입구는 양쪽 난간 끝에 만들었다. 누마루 전면 처마 밑에는 ‘간재’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간재정은 2개의 온돌방과 1개의 마루방으로 구성되었는데, 양쪽 협칸은 각각 온돌방이고 어간은 마루방이다. 마루방과 누마루는 완전히 개방되었으며 양쪽 온돌방에서 마루방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좌협칸에는 세살문 외여닫이문을 달고 우협칸에는 세살문 쌍여닫이문을 달았다. 좌협칸 문 위에 간재중수기(簡齋重修記) 현판을 걸었고, 우협칸 방문 위에는 간재기(簡齋記) 현판을 걸었다. 마루방 뒷벽에는 판문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누마루 아래로 양쪽 협칸 자리에 각각 아궁이를 설치하였으며, 방 뒤쪽에는 굴뚝을 설치하였다.
원주변씨 간재종택 및 간재정은 19세기를 전후한 시기의 건축 양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건물로, 종택의 품위와 규모를 잘 갖추고 있다. 작은 산골짜기에 정침 및 별당·사당·정자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자연 지형에 순응하면서 각기 기능에 적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대부가의 공간 영역을 구비한 이러한 단독 종택은 동성마을의 유형으로 발전한 한국 종택사에서 흔하지 않은 형국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의 입지 및 정주관을 살펴볼 수 있는 주요한 가거지로 평가받고 있다.
◇ 가문의 경로효친 정신 이어온 여름철 보양 음식
현 종손의 부친(고 변용대)은 생전에 ‘가문 화합 모임’ 전통이 사라질까 우려해 ‘열친회’란 이름을 지어주며 가족 모임을 이어가라고 했다. 열친회는 ‘마음을 다해 친목을 도모하라’는 의미이다. 이 모임은 종손 11남매(1남10녀)의 가족과 종손의 사촌 및 외가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간재종택에서는 오래전부터 한 여름에는 가족이 모여 개와 염소 등의 요리로 기력을 보충하고 가문의 역사·예절교육 등을 함께하면서 가족 간의 정을 나누었다. 나아가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학봉종택, 경당종택, 단계종택 등 다른 종가의 종손을 비롯한 어른들을 초청해서도 개고기·염소고기로 만든 찜과 탕 등을 대접했다. 간재종택의 이 같은 행사는 간재 변중일 선생의 각별한 효친(孝親)과 경로(敬老) 정신을 잇는 일이다.
◇ 관련인물
▪ 변중일(邊中一, 1575~1660)
선생의 본관은 원주이며 자는 가순(可純)이고 호는 간재(簡齋)이다. 성균관 생원 경장(慶長)의 아들이며 영청(永淸)의 손자로 선조 8년에 서후 금계에서 태어났다.
선생은 7세에 취학하여 효경을 통달하였으며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였다.
선조25년(1592)에 임진왜란이 일어났으며 임진왜란이 발발한 다음 해에 선생은 “비록 초망의 백성이지만 이렇듯 사직이 위태로운 고비에 마땅히 몸을 바쳐야 한다.”면서 군량미 1백섬을 상주에 있는 군사들에게 보내고 형 희일과 함께 진주의 학봉 김성일 공에게 갔으나 이미 김성일 공이 전사한 뒤여서, 다시 망우당 곽재우 장군 진영을 찾아서 기무(機務)에 참가하였다.
선조 30년 가을에 왜적이 다시 침입하자 선생은 화왕산성에서 박수춘, 성안의, 남사명, 류복기, 정사성 등과 함께 적을 막음에 힘을 다할 것을 맹세하였다. 이 같은 사실은 「용사창의록」에 기록되었다.
선생은 만년에 금계 동편 언덕에 초당을 얽고 거처하면서 간재(簡齋)라고 편액하였다. 선생은 간재기(簡齋記)에 “나는 재주도 없고 뜻도 게을러서 앞서 남을 위하여 도움을 베푼바 없고, 섬 오랑캐의 침략에 몸을 바쳐 나라의 분함을 씻지 못했거니와 이로 인하여 자취를 숨기며 서재를 이름 하노라.”하면서 처소의 범절에 간소함을 취하였다. 조정에서 선생의 행의를 가상히 여겨 참봉에 제수하였으나 사양했으며 80살이 넘어 대로로 통정계에 가자(加資)되었다.
현종 1년(1660)에 타계하였다. 선생이 타계한 후 숙종 12년(1686)에 나라에서 특명으로 충효정각을 세웠으며 다음 해에는 사림에서 발의하여 금고리사(琴皐里社)에 제향되었다. 선생의 저서로 간재집(簡齋集)이 있다. 참판 이돈우 공이 행장을 짓고 대사간 김방걸 공이 종려비의 비문을 지었다. 그리고 김대진 공이 묘명을 지었다.
◇ 종택에 전하는 이야기
간재 변중일 선생은 ‘하늘이 낳은 효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효심이 각별했다고 한다. 또한 나라를 향한 충성심도 남달라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전장에 나아가 생사를 돌보지 않고 싸웠던 인물이기도 하다. 선생의 효행과 충성심은 당시 선비들의 귀감이 되었고, 사후 100여년이 지난 후 유림에서는 선생의 충효정신을 길이 전하고자 불천위로 모셨다.
▪ 꿩이 스스로 날아든 이야기
간재 선생은 평상시 대추나 배 같은 하찮은 과일을 얻으면 자신이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 할머니나 어머니에게 드리는 등 효심이 각별했다고 한다.
평상시 효성이 지극했던 간재 선생은, 어느 때 어머니가 병이 나서 몸져눕는 일이 있었다. 한의원을 불러 진맥을 한 결과 “꿩고기를 먹으면 병이 나아진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겨울이라 큰 눈이 내려 온 산천을 뒤덮은 지라 꿩을 잡으러 갈 수 없어서 애만 태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꿩 한 마리가 선생이 있는 방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 꿩을 잡아 어머니께 드렸더니 효험이 있어 병을 떨치고 일어났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변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선생의 효심에 하늘이 감응한 결과”라고 했다.
▪ 목숨을 살린 효심
임진왜란이 일어나 온 나라가 침탈을 당할 때, 왜적이 안동까지 들이닥치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식솔을 거닐고 산속에 숨기 바빴다. 당시 간재 선생은 18세로 나이로, 집안에는 어머니와 늙고 병든 할머니께서 선생과 함께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한여름 더위에 이질까지 만나 꼼짝할 수도 없는 위중한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도 할머니를 간호하느라 잠시도 곁을 떠나지 못하고 애만 태우고 있었다.
드디어 왜적이 총을 쏘며 마을에 들이닥치자 집안사람들이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지만 선생은 먼저 어머니를 업고 빽빽한 삼밭 속에 피신시키킨 후, 다시 할머니를 업고 피신하려고 했으나 곧 숨이 넘어갈 지경이셔서 옮길 수가 없자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긴 채 곁에서 간호를 하고 있었다.
이내 왜병들이 집안으로 들어와 선생을 마당으로 끌고 나가 총칼을 들이대며 죽이려 하자 선생은 “할머니께서는 연세가 여든이 넘으신 데다 병환이 깊어 위중하십니다. 저는 죽여도 좋으나 할머니는 꼭 살려주세요."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선생이 진심으로 호소하자 왜병장은 선생을 부축해 일으킨 다음 방에 들어가서 할머니를 간호하라고 했다.
왜병장은 “실로 하늘이 낳은 효자로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이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도다.”고 말한 후 “우리가 떠나고 난 후에 다른 왜병이 오면 화를 또 당할 수도 있으니 신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한 뒤 깃발 하나와 칼 한 자루를 주며 “뒤에 왜병이 다시 오면 이것을 보여주고, 사정을 이야기하라.”고 했다 한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