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박원양_마을이 있는 풍경_영양군]영양 일월산구곡(日月山九曲)
- 박원양(cultureline@naver.com)
영양 일월산구곡(日月山九曲)
박원양
일월산구곡(日月山九曲)은 경북(慶北) 영양군(英陽郡) 청기면(靑杞面) 행화리(杏花里), 당리(塘里) 일원에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게 마련이요. 샘이 끊이지를 아니하여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게 된다. 여기 일월산도 다르지 아니하여, 지나가는 길손의 마음을 이끌기도 하거니와 이곳에 사람들이 삶의 둥지를 틀게 되니, 다시 애살 깊은 사연들이 생겨 난다.찰당골이라, 황씨부인당 쪽에서 내리는 물과 골골의 샘이 합하여 푸를 청자 청계靑溪를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꽃이 벌나비를 부르듯이 빼어난 일월산의 풍광은 그저 지나는 길손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데, 하물며 산 가까이 살면서 어버이의 산을 산자락에 모신 이들이 바라다 보는 일월산은 그대로 그리운 고향이요. 정다운 어버이의 모습으로 마음에 아로 새겨져 남지 않겠는가.
조선왕조 헌종 때에 당시 임금의 전의로 널리 알려 졌던 단곡(丹谷) 이진태 선생의 증손이며 전설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 황씨부인당을 세웠던 이명존(李明存)선생의 손자인 일초(一樵) 이제만(李濟萬)선생은 아름다운 일월산 아래 행화리와 당리, 찰당골 있는 바위에다 손수 아홉구비에 해당하는 구곡(九曲)을 새겨 놓고 일월산을 사랑하였다.
이곳을 지나는 길손은 이를 일러 일월산구곡(日月山九曲)이라 하였으니, 누가 이를 허물하랴.영천이씨 일초선생의 가보(家譜)를 보면, "수각단애구곡유유시(手刻丹崖九曲有遺詩)"라며 구곡에 대하여 기록을 남기고 있으나, 전해오는 유시(遺詩)자료를 확인할 길은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노래가 있는 곳에 춤이 따른다. 아름다운 일월산 그것도 푸른 산 그림자 드리운 청계(靑溪)를 지나며, 옛 선인들이 남겨 놓은 구곡(九曲)을 생각하니, 무딘 생각이나마 몇 마디 글을 적어 어떠하리. 일월산구곡가(日月山九曲歌)라고 해 둘까.
<제 1곡>
살구꽃 마을이라 첫 구비가 어디이뇨
주인 없는 초가집에 산그림자 들락날락
당골쑤 무성한 가지 해와 달이 걸렸다
<제 2 곡>
용머리 거북등에 둘째 구비 기세 좋아
목 마른 청계 거랑 기우제를 지낼손가
일자봉 너른 가슴으로 어린 중생 다독여
<제 3 곡>
달빛 환한 월자봉에 팔선녀가 와 계신가
셋째 구비 어윈 들에 오손도손 잔보드기
극락이 따로 없다네 와서 보면 알 것을
< 제 4 곡 >
넷째 구비 다소곳이 보름달이 둥그렷이
나무꾼 따스한 손 구비마다 가락 일어
어디라 무릉도원이 나는 옌가 하노라
<제 5 곡>
벽오동 봉황새가 다섯 구비 너훌너훌
향 맑은 솔바람에 뭉게 구름 산을 넘네
찰당골 뼈저린 물에 세상 티끌 다 씻어
<제 6 곡>
오칠 사이 여섯 구비 군자풍이 적실하다
임은 가고 자취 없어 새 표석이 왠 말인가
벗님네 이리들 오소 하필이면 육육봉을
< 제 7 곡 >
일락 서산 해떨어지면 칠성님이 내려 오셔
꽃 피는 동박 숲을 이야기로 지새워
진달래 꽃 지는 밤을 미리 내로 건너소
< 제 8 곡 >
울울청청 소나무여 어인 풍상 다 견디고
황씨 부인 아린 사연 여덟팔자 내 분이라
산신당 드높은 단에 천년설이 내린다
< 제 9 곡 >
구곡 간장 구구새가 골에 골을 돌고 돌아
밤 들면 전설꽃이 금죽으로 수를 놓아
초승달 정이 깊으니 월광단을 짤거나.
- 글쓴이 : 박원양
- 영양군에서 관광해설사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