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안계장
- 강병철(cultureline@naver.com)
안계장
강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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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서 50여km 떨어진 의성 안계장을 찾아가며 제일 먼저 떠 오른 것이 연이다. 몇 해 전부터 위수천변에서 겨울바람을 맞으며 하늘에다 형형색색 얼굴을 그리기도 하고 건물모형이나 그외다양한 캐릭터를 띄어놓은 장면이 생각났던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은 맞지만 농협 조합장 선거가 있어 더 붐비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장꾼들이나 인근 주민들의 입에서는 연신 욕을 내놓고 있었다.
‘저기 뭐꼬! 선거해 뽑는 XX들은 마카다 거짓말째이 들이라 카이...’
난 이런 밑바닥 민심을 들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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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재래시장 현대화 개량에 맞춰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곳은 개량장과 구 건물장의 구분이 있어 보이고 구 건물장터가 더 활성화를 보인다. 입구에 자리한 뻥튀기가게 앞은 각종 곡식이 든 봉다리(검은 비닐봉투)가 길게 줄을 지어서 있다. 물론 옆에는 할매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풍경이다. ‘순희보리밥’ 할매는 아예 연탄 한 장을 보시하듯이 길에 내 놓고 있다. 할매들이 추울까 염려되어 그러신단다. 20년 전 백반 한 그릇에 500원 할 때부터 했다니 어지간하다. 손님이 많은지 ‘뻥’을 세 곳에서 튀겨낸다. 모두가 4,000원, 우엉에 무에 쌀, 떡 등 다양하다. 옆에 할매는 63년을 했다고 한다. 예전엔 할배랑 같이 하셨을 거 아니냐고 물으니 불호령이 날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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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할배) 이야기는 하지마!...술만 처먹고 일은 안했으이...’
단호하시다. 마음고생 꽤나 하셨나보다. 순간 얼어붙은 분위기였는데 할매가 말을 돌려 이야기한다.
‘이게 얼매나 힘 드는지 아나? 요거(사카루) 쪼매 넣고 시간 조절을 잘해야지. 야들야들하고 꼬시고, 쫀득하고, 달달하이 나오지... 불 조절이 쪼매만 틀려도 배리 무(틀렸다는 경상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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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나니 입에 호각이 들려져 있다. 지나는 사람 놀래지 마라는 배려란다. 마지막까지 사진은 맘껏 찍어도 이름은 함 부러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하신다.
점촌에서 이곳까지 촬영을 위해 온 아마추어사진작가 김대진(57세)씨를 만났다. 농사일을 업으로 하며 농한기라 동료들과 함께 장터를 찾았단다. 풍경사진보다는 생활사진을 좋아해 오일장을 돌아다니며 즐기기도 한다니 좋은 취미생활을 오래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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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암1동에서 왔다는 김대원(82)씨를 만났다. 외양은 거칠어 보이지만 경운기에 앉아 밝은 미소를 띠며 다듬지 않은 배추를 파는 할배다. 지난 2월에 할매가 돌아가시고 이젠 혼자 기분 좋게 산다는 말이 영 애잔하다.
안계에 사는 김계선(77)할매는 은근히 유머가 가득하다. 콩 한 봉지를 두고 지나는 손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판다.
‘얼만데요...?’
‘비싸여...’
‘글케...비싼기 얼만데요?’
‘만원’
‘에이 비싸네’
‘그라이 비싸다켔지 내 9,000원까지 주께 9,000원’
‘그래도...’
‘그람 8,000원. 더 이상은 안 된다. 가가서 질금내 무면 좋을끼다’
사실 질금은 숙주나물을 이야기하나 여기서는 콩질금을 말하며 사투리로 통상 하는 말이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니 웃기기만 한다. 도대체 원가가 얼말까? 속으로 생각해 보며 넌지시 물어본다.
‘할매 안남으면 우야니껴?’
‘내가 지고 팔아야지 우야노’
옆에 할매도 거든다.
‘맞다. 요즘 애들한테는 져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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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사러 송재계할매도 다녀간다. 손주 오면 준다고 신중히 고르는 모습이다. 덤으로 많이 주는 걸로 보였는지 옆에 김할매가 한마디 거든다.
‘암만 정신없어도 남기야 된데이...’
‘맞니더. 남겨야 할배 줄 고기반찬 만들고 손주들 용돈주고 기분 좋게 살지요. 재밌게 지네세요! 저 갈께요.’
하곤 돌아 나온다.
- 글쓴이 : 강병두
-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사진의 의미와 재현', '수화위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