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문경장
• 강병철(cultureline@naver.com) 2016-02-02

문경장 _ 농사 짓다가 장날만 뻥튀기 한다

 

강병철

 

 

예전 과거 길로 알려진 새재를 끼고 있는 문경장을 찾아본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곳인지라 어머니 자궁에 들어가듯이 편안한 느낌이었으며 도착하자 차에서 내려서는 한 바퀴 돌아보며 산의 기운을 가슴에 담아본다. 예전에 가 본 오지마을과는 달랐다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교사로 근무할 적에 거처로 사용했다는 ‘청운각’을 찾는 관광객들과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모여들어 관광도시느낌도 났다.

 

 

 

 

 

타 장에 비해 커 보이는 시장입구를 봤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너무 한산해서 놀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론 새 길이 나면서 시장을 두 동강 내는 형식이라 제구실을 하기 힘들었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인지 도로변에만 장꾼들이 많았다.

 

 

 

현대식 뻥튀기 기계를 발견하곤 호기심에 가격을 물어보니 사백만원이나 한단다. 한 번에 사천 원 하는 튀기를 해서 이문을 맞추려면 고생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이 고향이고 평소엔 농사를 짓다가 장날만 나와서 장사를 하니 천천히 벌지요!’ 하며 웃는 모습이 선해 보인다. 기계가 신기해 구경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사장은 진영호(44)씨다.

 

 

길가의 장을 돌아보다 뒤편의 한적한 곳인데도 사람이 모여 있어 끼어든다. 부광농산의 엄미경(63)사장은 연신 웃음을 띠며 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건을 팔기보다는 서로 웃고 즐기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곶감이나 좀 팔아줘? 뭘 그래 찍노?’
‘우리 잘 찍어주나? 이뿌게...’
‘그래 맞다. 이런 시장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잘 찍어 나야지...’

 

필자가 이야기 할 시간도 없이 서로 묻고 답하고 이해가 다 되었다. 곶감 가격을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이 애매하다.

 

‘한 개 200원 100개 20,000원’

 

다시 물었다. 그걸 어떻게 다 세며 팔수가 있냐고? 돌아오는 답은 더 했는데 믿음이 깔린 농으로 들렸다.

 

‘자기가 다 셀 리가가. 난 안 셀리지. 그냥 믿고 팔면 되지’

 

 

약돌 고기 정육점을 하는 전 상인회장을 만났다. 이전까지 7년 정도를 하고 올해부턴 좀 쉬려고 생각했단다. 아직도 상권 활성화가 덜 되어서 아쉬움은 여전하신가보다. 문연옥(66)씨는 점촌중앙시장에 가게가 있고 문경에는 창고가 있어 점촌과 문경장만 다닌다고 한다.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해서 바람 쉬러 오는 마음이라고 하신다.

 

 

 

출출한 마음에 작은 국수집이 보여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장사 하니껴?’ 하고 들어가는데 사랑방처럼 5명이나 앉을 작은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난로를 중심으로 몰려있다. 모두 마을에 사는 친구들이고 아래윗집이라 친하다고 하다.

 

 

중기대여업과 공인중개사를 병행하는 김호범대표(60)는 이색적으로 군복을 입은 이장님이란다. 굵고 짧게 살기를 원하며 대화는 간단명료함을 추구하는 기분파로 보였는데 은근히 유머가 있었다. 인생 후반기 여유자금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겨울엔 근처 산들이 다 내껀데, 봄 되면 전부 자기가 주인이라 하니 너그러이 살아야지’

 

지나쳐 들으면 땅 부자처럼 들리지만 누가 확인하는 것도 아니니 그냥 자기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란다. 지금 처한 자신의 상황을 해학으로 풀기도 하고 현재의 농촌 상황을 풍자하는 걸 수도 있겠다싶다.

 

글쓴이 : 강병두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사진의 의미와 재현', '수화위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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