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孤影 ⓒ 혼다 히사시

이것은 시인 신카와 카즈에(新川和江)씨가 어느 책에 남긴 문장 가운데 한 구절이다. 듣고 보니 과연 그렇다. 진리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정도로 단순하고 간결한 것이다. 이 진리를 알게 된 후, 나는 몸을 본거지로 삼아 영위하는 나 자신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토마스 만의『마의 산』중에 있는 "아, 사랑이라는 것[...] 육체, 사랑, 죽음, 이 셋은 하나가 틀림없다"라는 구절을 생각해냈다. 거기에서 자연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여 자연과 몸은 같다는 인식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나라는 존재가 하나의 무덤이며, 자연 또한 하나의 무덤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내 안에는 정말 많은 것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서식자가 '죽은 것'이다. 육체는 사라져도 내 속에 계속 살고 있는 '죽은 것'이다. 이 '죽은 것' 속에는 물론 인간도 있지만, 나와 가까웠던 말, 소, 개나 고양이, 초목, 새와 나비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자연도 지구가 탄생한 이래의 '죽은 것'을 포함하며 존속된다고 생각하면,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무덤 속에는 산천초목, 새, 짐승, 벌레, 물고기뿐만 아니라 문명도 잠들어있다. 그리고 내가 죽어야 내 안에 살던 '죽은 것'도 죽게 된다. 나를 아는 것이 죽었을 때 비로소 내가 죽을 수 있다. 완전한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이것을 자연에 원용하면 어떻게 될까. 지구도 생명체인 이상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언젠가 숨을 거둘 때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 모든 것은 죽게 되고 기억하는 사람도 없는 세계가 출현한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을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것이다. 자연이 농밀한 삶과 죽음의 도가니인 이상, 나 역시 농밀한 삶과 죽음의 도가니이다. 우주의 신비도 생명의 존엄도 모두 내 몸 속에 내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