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 2
- 엄원식
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 2
“비천상과 가릉빈가상이 가장 아름다운 탑”
석조 부도의 전형적인 양식의 정립은 통일신라 하대에 선종(禪宗)이 들어옴에 따라 조사(祖師) 숭배사상이 짙어 졌을 때 이루어진 것이다. 대체적으로 그 시원양식(始原樣式)으로 강원도 양양에 있는 진전사지 도의선사 부도를 꼽을 수 있으며 전형적인 양식으로는 흥법사지 염거화상탑(현재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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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439호 진전사지 도의선사 부도 |
국보104호 흥법사지 염거화상탑 |
부도의 역사로 보았을 때 지증대사적조탑은 8각 원당형태로서 빠른 건립시기와 양식 면에서도 가릉빈가 등 독특함과 화려한 문양을 자랑한다. 지증대사적조탑의 탑면에는 주악상(奏樂像)이 조각되어 있어 불교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며, 이로 인해 일찍부터 음악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한 악기의 종류와 악기 편성 및 악단의 규모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부도의 주악상이 이중으로 조각된 사례는 통일신라는 물론 고려시대 및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증대사 부도와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 구례 연곡사 동부도 등 매우 희귀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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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57호 쌍봉사 칠감선사탑 |
국보53호 연곡사 동부도 |
지금까지 쌍봉사 철감선사탑이 모든 시대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탑으로 알려졌으나, 지증대사적조탑에 대한 연구가 점차 이루어지면서 비천상, 가릉빈가상을 포함한 각 부에 새겨진 악기 연주상의 화려한 조각으로 보아, 아름다운 탑의 순위가 언젠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음악사적 입장에서 볼 때 지증대사 부도에 조각된 가무악상(歌舞樂像)의 특징은 무엇보다 춤과 노래 그리고 악기연주가 함께 편성된 연주형태인 점이다. 이 조각상으로 미루어보아 당시에 선호된 악기와 연주단의 형태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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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증대사적조탑 탑신부 |
지증대사적조탑 사리함 문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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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증대사적조탑 중대석에 새겨진 피리, 비파, 생을 연주하는 인물상(탁본) |
882년 12월 18일에 당대 최고의 선사였던 도헌 지선스님이 열반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스님의 시신을 현계산 안락사에 모셨다가 1년 후 883년 12월에 그를 추모하는 제자들이 희양산 들판으로 선사를 다시 모셔 장사지내고 현재의 위치에 부도를 건립한 것이라 한다.
우리지역에 전시대를 통틀어 석조미술사(石造美術史)에 가장 아름다운 탑이 남아 있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럽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지역을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 그리고 가족을 포함한 우리 이웃을 모두 사랑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목적에서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잘 지켜내는 것도 또한 중요한 일임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1200여 년 전 이 땅에 살다 가신 도헌 지선스님은 통일신라 당대 최고의 선승이었다. 현재 봉암사가 선 수행 사찰로 전국 최고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역사에서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