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박장영_종가이야기]삼소재(三素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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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택이 있는 곳
안동시 풍산읍에서 하회마을 가는 길로 좌회전하여 1㎞ 쯤 가다보면 길 오른편에 보이는 마을이 바로 소산리이다. 이곳 소산마을에는 안동을 본관으로 하는 두 김씨 문중이 400여 년을 세거해 오고 있다. 하나는 고려의 개국공신 김태사 김선평(宣平)을 시조로 하는 후안동 김씨이고, 다른 하나는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손자인 김숙승(金叔承)을 시조로 하는 선안동 김씨이다.
2. 당호의 유래
이 삼소재 종택은 선안동(先安東), 상락 김씨 시조의 18대손 김용추(金用秋)가 처가 진성이씨의 재력으로 1674년경에 건축하였다고 전하는 집이다. 처남 이고가 예천 군수로 재임할 때 누님 집이 왜소한 것을 보고 지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삼소재라는 당호는 김용추의 5대손으로 정조 때 통정대부 및 행용양위부호군을 지낸 김종락(宗洛)의 호에서 비롯되었다.
김종락의 문집인 삼소재집(三素齋集)에 실린 학서(鶴棲) 류이좌(柳台佐)의 『삼소재기(三素齋記)』를 보면 종택을 짓고 그 이름을 삼소재로 한 뜻을 알 수 있다. 내 친구 상락 김사문 기언은 글을 읽고 행의가 있는 집 사람이다. 하루는 와서 청하기를 ‘사는 집에 현판이 없을 수 없으므로 삼소라고 써서 걸어두고 경계하고 반성하는 바탕으로 삼고자 한다.’고 하였다. 그 뜻은 소리(素履)를 행하고(行素履), 소찬(素餐)을 먹고(食素餐), 소산(素山)에 산다(居素山)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아름다운지고 집의 이름이여!‘라고 하였다.
3.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
삼소재는 조선조 현종 15년(1674)에 건립하였고, 1985년에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66호로 지정되었다. 마을 중턱의 완만한 경사면에 계단식으로 기단을 쌓아 앞에 화단을 꾸미고 그 뒤로 ㅁ자 집을 앉혀 공간의 미와 여유를 살렸으며, 우측에는 사당을 배치하였다.
정침을 구성한 ㅁ자형은 가로와 세로가 5칸 규모이지만 사랑채 부분이 정면의 동북각을 차지하여 북쪽으로 1칸을 내밀고 있어 정면이 6칸으로 늘어났다. 중문 우측에 있는 사랑채 부분은 정면 3칸, 측면 1칸 반 크기인데, 전면에는 두리기둥을 세우고 반칸 폭의 툇마루를 두었고 뒷칸에는 중문에 접하여 사랑방 1칸 반을, 연접하여 사랑마루를 1칸 반을 두어 툇마루와 이었다. 그리고 사랑마루와 방이 접한 칸의 뒤쪽에 책방을 두어 안마당으로 통하게 하였고 그 뒤로 안채에서 쓰는 고방이 있다. 중문 좌측에는 마구간 1칸이 있고 이에 접하여 반칸 도장과 1칸 반의 부엌이 안방 쪽으로 길게 놓여 있다.
안채의 대청은 2칸으로 되어 있지만 배면의 안쪽 대청쪽 가방 1칸에도 대청 뒷벽의 널영쌍창과 꼭 같은 널창과 창틀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 안채의 중심에 3칸 대청이 있었고, 우측에 있는 가방의 남은 1칸은 웃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앞의 창고로 쓰는 칸은 부엌 아궁이가 있는 통래간이었을 것이다. 대청의 우측에는 뒷방이 1칸 있고 그 앞에 부엌과의 사이에 통칸으로 된 안방이 놓여 있다. 이 방들의 남향 측면쪽 각 칸에는 외여닫이 세살창문들을 달아 밝은 볕을 집안으로 들이고 있다.
안대청 상부가구는 동자주를 세운 3량가의 간소한 구조이지만, 사랑채는 전면과 측면 외주부에 두리기둥을 세웠고 상부가구는 5량가에 제형판대공을 놓았으며 합각부분은 충량을 걸치고 눈썹천장을 꾸몄다.
사당은 건물 앞쪽에 따로 기둥을 세워 칸을 만드는 전퇴가 있는 3칸 규모의 3량가 박공집이다. 동쪽으로 낸 주택의 방 배치와 채광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며 또 전통가옥 복원 연구의 좋은 대상이기도 하다.
4. 관련인물
가. 충렬공 김방경(忠烈公 金方慶 1212-1300)
자(子)는 본연(本然), 시호는 충렬(忠烈), 신라 경순왕의 후손으로 한림학사와 병부상서를 지낸 김효인(金孝印)의 아들이다. 1227년(고종14) 16세에 양온사 동정으로 관직을 시작하여 산원(散員)과 식목녹사를 지내고, 감찰어사를 거쳐 1247년(고종 34, 35세)에 서북면 병마판관, 견룡행수, 어사중승이 되었고, 1258년(고종45, 47세)에 개경의 치안을 담당하는 금오위대장군에 이르렀다. 1263년에 지어사대사, 형부상서, 추밀원부사를 거쳐 1271년에 문하시랑평장사, 병마원수로서 판추토사가 되어 진도의 삼별초를 토벌하고, 이어 1273년 62세에 제주에서 남은 삼별초를 평정하고 문하시중이 되었다. 1278년 무고로 대청도에 2개월간 유배를 갔다가 곧 석방 복직되었다. 1274년(원종 15, 63세)과 1281년(충렬7, 70세) 2차에 걸친 여원연합군의 일본 정벌 때 고려군 도원수(都元帥)로서 출정하였고, 1276년(충렬2, 65세)에 고려에서는 유일하게 원으로부터 호두금패(虎頭金牌)를 받았다. 1283년(충렬9, 72세) 추충정난정원공신 벽상삼한 광정대부 삼중대광 첨의중찬 판전리사사 세자사로 치사(致仕)하고, 1295년(충렬21, 84세) 첨의령(僉議令)에 가자(加資)되고 상락군개국공에 봉해졌으며, 식읍(食邑) 일천호(一千戶) 실봉(實封) 삼백호(三百戶)를 받았다. 1300년 8월 16일 89세로 개성 백목동 앵계리에서 훙(薨)하니 9월 3일 유언에 따라 고향인 안동시 녹전면 죽송동 능골에 안장되었다. 1307년 선충협모정난정국공신 벽상삼한삼중대광에 추증되었고 시호 충렬(忠烈)을 하사 받았으며, 왕명으로 신도비가 건립되었다. 안동김씨에서는 김방경을 중시조로 모시고 세수를 정한다. 시제는 음력 10월 9일이다.
나. 김용추(金用秋, 1651-1711)
호가 송정(松亭)이며, 고산(孤山) 이유장에게 사사하고, 늦게는 갈암(葛菴) 이현일의 문하에 올라 문사(文詞)를 크게 울리고 덕망이 함께 높았다. 참봉 이수겸(李守謙)과 십년간 도산서원에서 갈마하고 글씨를 익힌 동고록(同苦錄)이 있다.
다. 김종락(金宗洛, 1796-1875)
초명은 영락(英洛)이고 자는 기언(耆彦)이며 호는 삼소재(三素齋)이다. 김종락은 유상조ㆍ유이좌의 문인이다. 『근사록』ㆍ『주자서』ㆍ『퇴계집』 등을 열람하며 사서 위주로 독서하였다. 지곡서당을 지어 후진을 양성하였고, 저서로『삼소재집』이 있다.
5. 전하는 이야기
가. 충렬공 묘소와 관련한 이야기
김방경의 자는 본연(本然)으로 고려 명장이다. 고려 원종 11년(1270)에 삼별초의 난이 일어나자 진도를 함락했으며 삼별초가 다시 제주도에 들어가서 성곽을 쌓자 원나라 장군 홍도, 공다구와 함께 다시 이를 쳐서 완전히 평정하였다. 그 후 1278년과 1281년에 원나라가 일본을 칠 때 고려군 도원수로 종군하였다가 돌아와서 상락군개국공에 봉해졌다.
충직하고 근검했으나 부하 장병들의 민폐를 막지 못한 것과 일본정벌 후의 불공평한 논공행상 등으로 상․하의 인심을 잃어 사후 예장을 치르지 못하고 안동에서 장례를 지냈다고 한다. 묘소가 실전되어 찾지 못하다가 안동 오천리 광산김씨의 시조 김효로(金孝盧)의 장례를 위해 죽송리 현 지점을 파던 도중 '고려 충렬공 김방경지묘'란 지석이 출토되어 묘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광산김씨 문중에서 산소를 쓰고 제사를 지내는데 웬 난데없는 광풍이 몰아치면서 모든 제물이 날아가 버렸다. 또 다시 지내려고 해도 또 날아가고 했다. 그래서 우선 충렬공 묘소에 먼저 제사를 지내고 나서 광산김씨 제사를 지내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광산김씨 집안에서는 시제 때마다 충렬공 묘소에 먼저 제사를 지낸 후 광산김씨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나. 안동소주 전래
소주는 몽고로부터 전래되어 전승되어 왔는데 특히 안동, 개성, 제주산이 유명하다. 이 중에서 안동소주는 명문가의 접빈객용과 봉제사용으로 주로 쓰였으며 간혹 약용으로도 쓰였다. 전통사회에서는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술이 없었기 때문에 집에 찾아오는 손님 접대와 제사 때 제주로 사용하는 술을 집에서 직접 빚어 썼다. 지역마다 집안마다 각자 독특한 방법으로 술을 빚었는데 이를 통칭하여 가양주라고 한다.
고려가 1281년 2차로 일본을 정벌할 때 안동 출신의 김방경 장군이 고려군 도원수였다. 그런 연유로 이 때 충렬왕 일행이 안동에 체류하게 된 것과 원군의 안동 경유가 안동에 소주가 전래된 결정적 계기로 보여 진다. 충렬왕이 안동 행궁에 30여일 머문 것은 고려군 도원수 김방경 장군이 있었기 때문이고, 원나라 병사가 안동을 경유하게 된 것도 충렬왕이 전황을 파악하고 장병들을 위로하기 위해 안동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충렬왕 일행에 의하여 소주 양조법이 안동에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다른 하나는 안동을 경유한 원나라 군사를 통하여 소주가 전래되었을 가능성이다. 또 전쟁에 패하여 본국으로 돌아가던 원나라 병사들이 안동에서 소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요청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동지역에 소주 양조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김방경 장군을 매개로 전래된 소주가 오랜 세월 전승되면서 우리 지역의 독특한 가양주로 발전된 것이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