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시언_박물관 탐방]문경석탄박물관
- 여운황(cultureline@naver.com)
“두 하늘을 덮어쓰고 산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묻어 있는 곳
문경석탄박물관
▲ 석탄박물관 전경
“두 하늘을 덮어쓰고 산다”, “두 하늘을 모시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아주 시적인 표현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나라 근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던 광부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말이다. 광부들은 하루에 8시간 3교대로 일을 한다. 광부의 작업시간은 갑반(08:00～16:00), 을반(16:00～24:00), 병반(24:00～08:00)으로 나누어진다. 하루에 8시간씩 땅으로 들어가 석탄을 생산하니, 땅 속 갱도의 천정이 그들의 또 다른 하늘인 셈이다. 하늘을 두 가지로 분리하여 인식할 정도로 땅 속은 위험하고, 안전과 관련하여 예측이 불가능한 공간이다. 그러기에 광부들은 아침에 보았던 바깥의 하늘이 마지막 하늘이 아니길 다짐하면서 매일 출근한다.
석탄은 고생대에 형성된 화석연료이자, 세계사적으로 산업혁명을 일어나게 한 주된 자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석탄은 유일한 부존자원으로 근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석탄은 지질시대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며, 광부는 지질시대의 선물인 석탄을 인간에게 유의미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유의미하게 만드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위험과 그에 따른 희생이 필요하였다. 물론 삶의 희망도 있었다.위험과 희생, 그리고 삶의 희망이 공존하였기 때문에 광부들의 삶에는 애환이 많이 담겨 있다. 이러한 광부들의 삶과 애환이 묻어 있는 곳이 바로 문경석탄박물관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을 나와 3번국도 점촌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가은방면으로 향하는 901번 지방도와 만난다. 이 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가면 탄광과 관련하여 사연이 많은 마을인 가은과 만난다. 이곳 가은에 문경석탄박물관이 석탄의 역사를 되묻듯이 서 있다.
문경석탄박물관이 서 있는 자리에는 수많은 역사의 흔적과 기억이 남아있다. 1938년 이전 이곳은 도탄이라는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석탄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때부터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일본의 자원수탈정책으로 인해 1938년 이곳에는 은성탄광이 개발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강제적으로 이주되었다. 1938년 탄광의 개발은 가은 전체의 문화를 변화시켰다. 해방이 되면서 은성탄광은 잠시 동안 종업원 자치가 이루어졌으나, 자본금 및 기술적 측면이 미약하여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탄광운영은 더욱 힘들었고, 1950년 11월 1일 대한석탄공사가 발족하면서 은성탄광은 국광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석탄산업은 1966년 연탄파동으로 잠시 침체의 길을 걷다가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유래없는 호황을 누리다가 1980년대 중반이 넘어서 석유값의 안정과 가스의 보급 등으로 석탄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 이때부터 탄광에는 저탄량이 많아지게 되고 석탄개발의 심부화로 인한 생산비의 증가로 적자의 폭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로 정부에서는 1987년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발족하여 비경제적인 탄광을 합리적으로 폐광시키기 시작하였다. 은성광업소도 1994년 폐광되면서 폐광대체사업으로 문경석탄박물관이 건립되었다.
문경석탄박물관은 중앙전시실, 갱도체험관, 은성갱(실제갱도시장), 탄광사택촌, 야외전시장, 가은오픈세트장(사극촬영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 중앙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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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도체험관(고생대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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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도체험관(타임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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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성갱(실제갱도시장)
▲ 탄광사택촌
▲ 가은오픈세트장
중앙전시실은 2층과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광부들의 얼굴 사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광부들의 얼굴 사진을 보는 순간 그들이 살아온 삶과 애환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찐한 감동은 그 어떤 설명패널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문경석탄박물관을 관람하는 내내 그 얼굴 이미지가 가슴속에 계속 멤돈다. 2층 전시실은 석탄의 기원, 광물/화석, 석탄의 종류, 석탄과 탄광, 석탄산업의 역사, 석탄과 연탄 등을 볼 수 있다. 3층 전시실에 올라가면 탄광촌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단순 패널로 전시되어 있지만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서성이는 공간이다. 광부들의 생생한 인터뷰 자료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탄광촌에 관련된 이야기를 실감나게 엿 볼 수 있다. 석탄생산과정에 이어 탄광촌 재해를 지나면 영상실과 광부의 하루 생활이 전시되어 있다.
3층에서 중앙전시실을 빠져나오면 갱도체험관을 만날 수 있다. 갱도체험관은 거미열차를 타고 타임터널, 고생대 습지, 화산폭발, 석탄의 이용, 증기기관차, 굴진, 발파, 채탄, 운반, 갱도붕락, 선탄, 화지금 지구의 모습(화석연료), 미래 도시(대체에너지) 등의 전시물을 관람하는 곳이다. 관람시간은 약 15분 정도이며, 교육과 재미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다.
갱도체험관을 지나면 실제갱도전시장인 은성갱을 만난다. 은성갱은 은성탄광이 폐광되기 전까지 석탄을 캐기 위하여 광부들이 드나들던 실제 갱도를 전시실로 재구성한 곳이다. 탄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갱 속을 들어가는 순간 광부가 된 느낌이 들 정도로 색다른 미적체험이 가능하다.
은성갱을 빠져나와 내려오다 보면 탄광사택촌을 만난다. 탄광사택촌은 1960～70년대 은성탄광 사택촌을 그대로 재현한 곳으로 이발소, 목욕탕, 광부사택, 주포, 구판장, 식육점, 직원사택 등이 전시되어 있다. 1960～70년대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 향수에 흠뻑 젖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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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사택촌(주포)
▲ 탄광사택촌 구판장
사택촌을 빠져나오면 탄광에서 사용하였던 대형광산장비를 볼 수 있다. 대형광산장비 전시장을 지나면 한참 위로 올라다 보이는 산이 있다. 이 산이 가은오픈세트장이다. 가은오픈세트장은 2006년 SBS 연개소문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사극촬영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지금도 징비록을 촬영하고 있다. 가은오픈세트장은 은성탄광 가행당시 석탄생산과정에서 나온 못 쓰는 돌(폐석/경석) 등을 쌓아 형성된 인공산 위에 건립되어 있어 이곳 역시도 탄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세트장에 올라갈 때는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고 모노레일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문경석탄박물관은 은성탄광 폐광자리에 건립되었기 때문에 전국에서 탄광의 흔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탄광의 생생한 현장과 광부들의 삶과 애환을 이야기와 이미지로 전시하였기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희망을 느끼기도 하고, 결국 나의 삶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삶의 체험 현장’ 같은 곳이다.
문경석탄박물관은 교육, 볼거리, 체험거리가 잘 어우러져 기성세대는 과거 살아온 삶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자라나는 세대는 기성세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방문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특히 전시물의 내용이 어렵지 않고,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해설이 가능하다. 여기에 거미열차를 타고 전시물을 관람하는 체험거리가 있어 석탄박물관의 재미가 더 풍부해진다. 이 때문에 연간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석탄박물관을 찾고 있고, 또한 개인 블로그를 비롯해 입소문이 상당하게 나 있는 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 삶의 향수를 느끼고 특별한 미적체험을 원한다면 문경석탄박물관으로 가보길 추천한다.
- 글쓴이 : 남시언
- 경북콘텐츠진흥원 차장(일반4급)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소 히트메이커스 대표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총괄을 맡고 있다.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 실용서 등 저서 9권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