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효선_동해연안의 문화여행]역사·문화로 만나는 울진대게(紫蟹)
- 남효선(nulcheon@daum.net)
역사·문화로 만나는 울진대게(紫蟹)
고문헌에서 찾는 울진대게
울진대게로 불리는 「자해(紫蟹)」가 역사문헌 자료에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시기는 왕권강화의 목적으로 역사지리서가 왕성하게 발간된 조선초기부터이다.
먼저 조선조 역사인문지리서의 효시로 평가받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 대게와 관련한 역사적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성종 때 완간 된 동국여지승람 5권을 토대로 1486년 증, 수정 본35권 간행된 뒤 1499(연산군5)년에 개수(改修)를 거쳐 1530(중종25)년에 완간된 관찬 인문지리서이다.
이 책은 당시 행정구역인 8도를 중심으로 책머리에 각도의 전도(全圖)를 싣고 연역, 풍속, 묘사, 관부, 토산, 사직, 인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토산조(土産條)에 각도의 주요 토산물을 밝히고 있는바, 대게(紫蟹)는 당시 울진군 일원인「평해군지」와 「울진현지」에 주요 토산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평해, 울진이외에도 함경도 일원과 영덕일원에서 자해(紫蟹)가 토산물임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게(자해)는 울진, 평해 지방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일원의 토산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두번째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역시 대게와 관련한 사료적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임원경제지는 1799년(정조3년)에 실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가 지은 농촌경제 관련 백과사전이다.
이 책은 본리지, 예원지, 만학지, 전공지, 위선지, 전어지, 정조지, 섬용지, 보양지, 인제지, 향례지 ,유예지, 미운지, 상택지, 예규지 등 16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대게(紫蟹)는 예규지편의 울진현조와 평해군조의 주요토산물로 명시되어 있다.
다음으로 대동지지(大東地志)를 살펴볼 수 있다. 대동지지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고산자 김정호가 1861(철종12)년 집필을 시작하여 1866년도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지리서이다.
이 책은 당시 서울인 한성의 궁궐에 관한 기록을 시작으로 한성부, 경기도 4유수부 및 팔도의 각 도, 현에 관한 행정구역, 명승, 군사기지, 봉수, 역참, 토산, 누정 등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 책 토산조「울진조」와 「평해조」에 대게(紫蟹)를 주요토산물로 적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아계유고(鵝溪遺稿)라는 조선중기에 발간된 문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계유고는 1609(광해군1)년 영의정인 아계 이산해가 남긴 문집으로서 당시 이산해가 임진란의 책임을 지고 평해군 황보리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남긴 시·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중 「해빈단호기(海濱 戶記)」와 「해포(蟹浦)」라는 제목의 시(時)조에서 현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당시 강원도 평해군 해포(진)리가 대게(紫蟹)의 주생산지임을 밝히고 있다.
또 울진대게(자해)가 조선조 당시 울진.평해지방의 주요 토산물임을 밝히는 역사문헌사료로는 강원도지, 관동지, 관동읍지, 평해군지, 강원도 울진군 여지약론 등을 들 수 있다.
울진지역 민속에 투영된 울진대게
먼저 울진대게주생산지로 확인되는 평해읍 거일리 마을의 마을 지명유래를 통해 울진이 대게의 주산지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 울진군 평해읍 거일2리 마을의 속명은 <게알>,<기알>이다.
마을이름의 명명은 대게 그 마을의 풍수지리적 조건이나 주생산물의 특징에서 비롯되는바, 거일 마을이 게알, 기알로 불리게 된 지명유래는 이 마을의 형국이 "게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경북지명유래총람, 경상북도편)
또 조선조에 「게알」,「기알」마을은 한자로 <해포(蟹浦)>,<해진(蟹津)>으로 표기되었다. 이를 밝혀주는 사료로는 아계 이산해의 <아계유고(鵝鷄有稿)> 중 「蟹浦」「海濱蛋戶記」에서 확인된다. 당시 이산해는 선조때 영의정으로서 임란의 책임을 물고 평해군 황보리에서 유배생활을 하였으며 이기간 동안 거일 마을과 직산마을 등 울진 평해지방 동해안 연안어촌에 대한 풍속시를 다수 남겼다.
▲ 울진게줄댕기기
다음으로 대게를 소재로한 울진지방의 민속놀이를 통해 울진대게의 역사적 근원을 추적할 수 있다. 바로 울진게줄댕기기이다. 평해읍 거일리와 직산리 기성리 봉산리 등 울진연안 어촌에서는 현재까지도 「울진게줄댕기기)라는 민속놀이가 전승되고 있다. 게줄댕기기는 울진연안 어촌의 부녀자 중심 대동놀이로서 매년 정월보름 무렵에 불가(백사장)에서 행해진다. 놀이구성은 여성중심의 집단놀이 이며 두편으로 편을 갈라 행해진다.
놀이방식은 새끼로 꼰 둥근줄에 두명의 부녀자가 서로 엉덩이를 마주대고 들어가 엎드린 뒤 각각 다리사이로 새끼줄을 빼내 양쪽어깨에 걸고 백사장에 게처럼 엎드려 기면서 끌어당기는 놀이이다.
놀이의 모습은 흡사 게(대게)가 기어가는 형국이다.「울진 게줄댕기기」는 경상도 내륙지방인 밀양 등지에서 전승되는 「기줄댕기기」와는 놀이 구성이나 방식이 전혀 다르며, 전국에서 울진연안 어촌에서 유일하게 전승되는 민속놀이이다.
특히 울진게줄댕기기는 "게가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는것"으로서 부녀자들이 정월보름에 다산과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백사장에서 행한 놀이이다.
이 같은 울진게줄댕기기는 인근 영덕지방이나 강원도 삼척지방에서는 현재까지 확인되거나 찾아볼 수 없는 울진지방의 유일한 여성중심의 민속놀이로서 울진대게의 주 생산지인 거일, 직산, 기성리 일원에서 왕성하게 전승되는바 이는 울진지방의 주 생산물인 대게가 민속놀이에 투영된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월송큰줄댕기기조사보고서,1944년 울진군·안동대민속학연구소」),(「평해 직산, 거일 마을 조사보고서, 1977, 안동대학원 민속학과학술조사보고서」
이와함께 울진 연안 어촌에서 전승되고 있는 노동요에서 울진대게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다. 울진대게 주 생산지인 거일리 직산리 일원에서는 현재까지 대게그물댕기기노래가 왕성하게 구전되고 있다. 이 노래의 사설은 다음과 같다.
"어이 날배야! 어이 날배야! <중략> 노리야 / 당겨라 / 에이 날배야 /기 올라온다 / 마이도 걸렸네 / 어이 날배야 / 영덕잿장거리 / 걸렸네 <중략> (김진봉,93세 평해읍 거일2리)
이중 "영덕잿장거리"는 1900년대 우리나라 초기상업자본주가 발아될 무렵, 영덕이 경상도 내륙지역을 잇는 교통의 요새지로 자리잡으면서 울진 등 동해연안 어촌에서 생산되는 각종해산물의 집산지기능을 담당했는데서 노동요의 사설속에 등장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대게자원 보존위한 울진 어민들의 생태관
전국 총 생산량 중 50%를 차지하고 있는 울진대게를 지역 특산물로 영구히 보전하기 위해 울진군과 울진어민들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진군과 울진어민들은 실제 11월경에 포획되는 대게는 속살이 차지 않는 물게로, 상품성이 저하됨에 따라 자원보호와 제값 받기 차원에서 11월 한 달 간을 어민 스스로 조업금지기간으로 설정하고, 한 달 미뤄 12월 중순 무렵부터 대게포획에 나서는 등 어민 자율적으로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이같은 자율조업금지기간 설정은 울진대게가 울진의 자치경쟁력을 확보하고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임을 스스로 자가가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울진군과 울진의 대게어업인들은 무분별하게 포획되고 있는 대게자원의 보호관리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권장하고 있는 대게그물 크기(網日) 253mm를 환영하고 이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울진군은 대게 서식지인 울진군 연안과 왕돌초 해역에 2000년부터 전국 최초로 해군의 지원을 받아 침체어망 인양작업을 매년 시행하는 등 대게 자원 보호를 위한 서식지 환경복원 관리 등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동해안 어종의 서식지이자 세계적인 희귀 어종의 서식지인 왕돌초는 최근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은행게"를 비롯, 지난 2003년에는 "두꺼비게(hyas coarctatus)" 수컷 한 마리가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조사 결과 왕돌초 해역에는 126종의 해양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해양 생태계의 보고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울진 어업인들은 죽변수협 등 공판 기관과 연계해 대게조업 기간 중 대게위판량을 제한하는 규정을 체결했다. 대게자망어선은 4~5명이 조업, 1일 1척 당 기본 400마리와 조업 어민 1인당 100마리씩 추가 조업키로 한 자율 결정에 따라 1일 1척 당 800~900마리의 대게만을 죽변수협 위판장에서 경매에 붙일 수 있다.
이는 위판 수량을 제한해 대게자원을 보존하겠다는 울진 어업인들의 소중한 가치가 발현되고 있는 것이며, 울진군의 자치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게자원의 친환경적 보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또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 글쓴이 : 남효선
-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안동대학교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공부하였다. 1989년 문학사상의 시 부문에서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하였다. 한국작가회의, 경북작가회의, 안동참꽃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둘게삼』이 있다. 현재 시민사회신문의 전국본부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