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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배롱나무길 “다홍빛 추억으로 가는 길”
'간지럼나무' 배롱나무꽃길....한국 기네스 등재

▲ "전국 최고의 자연용출수 온천"인 경북 울진군 온정면 백암온천으로 오르는 국도 88호선 30리길에

'간지럼나무'로 부르는 배롱나무가 선홍빛 속살을 열고 여행 마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긴 장마가 꼬리를 감추고 불볕더위가 대지를 달군다.

삼라만상이 땡볕에 잎사귀를 늘어뜨릴 때 유독 '선홍빛 속살'을 활짝 열고 하늘 향해 붉은 정염을 쏟는 나무가 배롱나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배롱나무길"로 공식 기록된 경북 울진군 온정면 "백암온천 배롱나무 길"이 다홍빛 세상을 만든다.

여름은 단연 '배롱나무꽃 세상'이다.

배롱나무가 은빛 간지럼을 한 풀 한 풀 벗듯, 자연을 닮은 구부정한 몸새처럼 이어진 산골길을 따라 햇살을 지줄대며 흐르는 봇물이 맑다.

투명의 물빛을 따라 선홍빛 배롱나무 꽃잎 흐른다. 선홍빛 배롱나무 사이로 산이 팔을 벌린다. 아늑하다.

하늘이 쨍 하더니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배롱나무 다홍빛 꽃 이파리, 백암온천으로 오르는 산중 길을 덮는다.

아련한 옛 사랑의 편린처럼 하늘하늘 날린다.

배롱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예부터 선비로 비유됐다.

소나무가 독야청청의 '곧은 기상'이라면 배롱나무는 속내를 다 드러내는 '청렴이자 용기'이다.

때문에 조선의 선비들은 사랑채 앞 마당가나 서원의 앞뜰에 즐겨 배롱나무를 가꾸고 석 달 열흘 꽃을 피우는 그 넉넉한 마음새를 익혔다.

울진의 오래된 마을인 북면 신화리와 원남면 매화리에 가면 조선의 선비를 닮은, 오래된 배롱나무 수 그루를 만난다.

선비의 꼿꼿하고 정갈한 절개의 표징인 듯 매끈한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낸 배롱나무는 혼탁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지켜 온 영락없는 울진사람들의 모습이다.

◆ "백일홍은 배롱나무의 잘못된 이름"....'간지럼나무. 목백일홍'으로 불러

백일홍은 배롱나무의 잘못된 이름이다. 백일홍은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이다.

그러므로 백일홍은 배롱나무와는 전혀 다른 종이다.

민간에서는 배롱나무를 ‘간지럼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지럼을 타는 나무"에서 유래됐다.

바람 없는 날, 배롱나무 몸통을 살살 문지르면 잔가지와 이파리가 흡사 간지럼을 타듯 흔들린다.

배롱나무는 부처꽃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이다.

꽃이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서 석 달 열흘을 꽃을 단다.

중국 남부 지방이 원산지이며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에도 분포한다.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붉은 빛깔의 다섯잎꽃이 원추 꽃차례로 가지 끝에 모여 핀다.

열매는 삭과로 길고 둥글며 털이 있고 이듬해 가을에 익는다.

드물게 자주 빛과 흰 꽃도 피워 올린다. 꽃은 지혈·소종의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월경과다 · 장염 · 설사 등에 약용으로 쓴다.

▲ 배롱나무가 선홍빛 속살을 열자 친정으로 여름휴가를 온 출가한 딸이 어머니와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 울진 200리 배롱나무꽃길..."한국의 가장 아름답고 긴 꽃길"

무엇보다 배롱나무꽃은 참꽃(진달래꽃)과 함께 갓 시집 온 새댁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화전(花煎)놀이'의 주역이었다.

경북 울진에 오면 도처에서 다홍빛 배롱나무를 만난다.

특히 “한국 최고의 자연 용출수 온천”인 온정 백암온천과 북면 덕구온천으로 오르는 '울진배롱나무길'은 우리나라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이름난 길이다.

낙동정맥이 마지막 동해로 뻗치며 빚은 능선과 어깨를 걸고 적당한 간격으로 조선 솔이 그려낸 품세를 배경으로 이어진 다홍빛 배롱나무길은 울진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다.

울진군은 지난 1988년부터 울진의 샛길을 배롱나무길로 가꿨다.

총 7개 구간 90Km, 2백리에 달한다. 배롱나무 본 수도 1만 5000본이다.

한국기록문화센터(원장 김안제)는 지난 2009년 6월 울진엑스포 공원을 '생명농업의 발상지로,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한국 최대 금강송 군락지'로, 울진 배롱나무길을 '한국 최장의 배롱나무 꽃길'로 공식 등재했다.

글쓴이 : 남효선: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안동대학교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공부하였다. 1989년 문학사상의 시 부문에서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하였다. 한국작가회의, 경북작가회의, 안동참꽃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둘게삼』이 있다. 현재 시민사회신문의 전국본부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