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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태근_그릇이야기]비운(悲運)의 고려청자 연리문(練理紋)자기
- 유태근
비운(悲運)의 고려청자 연리문(練理紋)자기
▲ 연리문 완(청마 유태근 작)
한국의 도자기는 크게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로 나뉜다. 그러나 고려시대 상감청자와 같이 태어난 연리문(練理紋)청자에 대해서는 도예가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에서 석․박사 논문 몇 편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현재 작품제작에 관한 논문들이다. 이는 도자사(陶磁史) 학자들조차도 우리의 연리문(練理紋) 전통도자기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료들도 매우 미약하다. 분명 연리문청자는 12세기에 만들어졌지만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자기(磁器)로서는 실패한 것이다.
▲ 청자 연리문 완(청마 유태근 작)
연리문(練理紋)이라는 것은 한국, 중국, 일본 3개국과 유럽에서 만들어 사용되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를 마블링(marbling)도자기라 불리고 중국에서는 교태문(絞胎紋), 일본에서는 네리아게데(練 上手)라고 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흙과 흙이 교차하면서 섞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은 연리문(練理紋)이라고 하여 하늘의 이치 즉, 우주를 뜻한다. 그릇이 우주의 공간 즉, 신과 인간의 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당, 송나라 때 만들어졌으며 특히, 외국의 사신들이 왔을 때 사용하던 그릇이었다. 일본은 근대에 들어와서 다양한 스타일로 현대성을 가미한 그릇 및 접시류 등을 만들어 사용되어지고 있으며 현재 3명 정도의 무형문화재가 존재한다.
▲ 고려청자 연리문 합(삼성리움박물관 소장)
한국의 연리문(練理紋)청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으며 현재 삼성리움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계명대학교박물관, 일본 오사카시 동양도자박물관 등 총 6점 정도가 남아있다. 만들어진 장소는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랑리와 전북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 청자가마터에서 청자와 함께 만들어졌으나 그 수가 매우 적다. 연리문(練理紋)이라는 단어는 1930년대 말 고유섭선생이 만들어 처음 한국 도자사에 기록하였으며, 이후 고유섭선생의 제자 최순우에 의해 저서 한국미술전집에 최초로 연리문(練理紋)자기의 개념을 확립하였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연구되어지고 있는 고려청자 연리문(練理紋)은 12세기에 연리문완(練理紋碗) 및 합(盒 _ 분통, 악세사리)으로 제작되었다가, 800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1979년 일본에서 유학한 노경조에 의해 현대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본 저자(청마 유태근)에 의해 연리문(練理紋) 찻사발완(茶碗)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 연리문 완(왼쪽 위), 청자 연리문 완(오른쪽 위), 진사 연리문 완(왼쪽 아래), 연리문 각(오른쪽 아래) / 청마 유태근 작
연리문(練理紋)청자의 제작기법은 단순한 것 같지만 매우 어렵다. 최소 2가지 이상의 흙을 섞어야 하며, 흙을 섞는데 있어 너무 많이 섞으면 완전히 섞여서 한기지 톤의 흙으로 나타난다. 또 너무 적게 섞으면 서로 다른 성질의 흙이 수축률이 서로 달라 갈라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또 소성 시 그릇의 변형이 아주 심하다.
연리문(練理紋)청자가 그 시대 주류를 이루지 못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연리문(練理紋)청자와 같은 시기에 태어난 상감청자가 시대의 주류를 이루었고 둘째,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 때문에 연리문(練理紋)청자는 그 주류에서 밀려난 것이다. 이후 유교와 성리학 중심의 조선시대에는 복잡한 연리문청자(練理紋靑磁)대신 소박하고 서민적인 조선백자(朝鮮白磁)가 주류를 이루었다.
12세기에 만들어져 800년 동안 묻혀 있던 청자 연리문은 현재까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우리의 도자사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지만 다행히 2008년 본 저자의 연리문청자 다완(茶碗) 연구를 계기로 현대사회에 폭넓게 대중으로 전파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21세기 연리문청자의 화려한 부활로 결실을 맺길 기대해 본다.
- 글쓴이 : 유태근
- 현) 문경대학교 도자기공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