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박장영_종가이야기]예안이씨 충효당(忠孝堂)
- 박장영(jangypark@korea.kr)
▲ 예안이씨 忠孝堂
1. 종택이 있는 곳
이 집은 예안이씨 16대 손 근재공(近齋公) 전(荃)의 둘째 아들인 이홍인(李洪仁) 공의 종택으로, 안동시 풍산읍 하리1리 189번지에 있다. 보물 제553호로 지정되어 있는 예안이씨 충효당 종택은 나지막한 야산을 등지고, 드넓은 풍산들의 동편 끝자락에 위치하여 드넓은 풍산들을 바라보고 있다.
2. 당호의 유래
이홍인 선생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늙은 몸으로 의병을 일으켜 풍천 구담에서 왜적과 싸우다 진중에서 순국하였다. 그리고 공의 8대 손인 이한오(李漢伍) 선생은 효행으로 미명(美名)을 남겼다.
이런 연유로 순조 11년(1811)에 선생의 효행을 기리는 정려(旌閭)가 내려지니 8대조인 이홍인 공의 충절과 선생의 효심을 높이 받들어 한 집안에서 충과 효가 겸전 하였다고 하여 집의 당호를 충효당이라 이름 지었다. 또한 충과 효를 겸비하여 쌍(雙)으로 수신하였으므로 별당을 쌍수당(雙修堂)이라 하였으며, 충과 효는 백행지원(百行之源)이라 하여 백원당(百源堂)이라는 당호도 갖고 있다.
3.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
▲ 평면도
이 종택 건축물의 배치는 오른편에 충효당 현판이 걸려있는 口자형의 정침과 왼편에 쌍수당과 백원당의 현판이 걸려있는 정자 1동으로 구성되어 전체 평면은 40여 칸이다.
이 집은 450여 년 전에 건축된 것으로 일반주택으로는 찾아보기 드문 팔모기둥을 사용한 점, 안채의 전면에 싸리나무로 원주를 쓴 점, 안방과 정자에 설치된 쌍여닫이 창문의 넓이가 넓어서 가운데에 문설주를 하나 덧붙인 점 등 독특한 건축양식을 지녀 1971년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1974년 해체한 후 중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침은 자연석을 3,4단 정도 쌓은 죽담을 2층으로 쌓아, 집안에서 탁 트인 풍산들을 조망하기 좋은 눈높이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침의 규모는 口자형으로 정면 6칸 측면 5.5칸이다. 전면의 형태는 자연석으로 초석을 놓고, 그 위에 각주를 세웠으며 홑처마에 팔작지붕이다.
공간구성은 안채로 출입하는 중문을 중심으로 왼편에 3칸의 사랑공간을 배치하고, 오른편에 마구간과 방이 1칸씩 있다. 사랑공간은 1.5칸의 사랑방이 중문과 연이어져 있고, 그 옆으로 역시 1.5칸의 사랑마루가 놓여 있다. 사랑방과 사랑마루는 쪽마루로 연결하여 출입에 불편함이 없도록 고려하였고, 사랑마루는 좌익사와 연결되는데 작은 사랑방, 장 단지를 보관하는 장광, 협문이 각 1칸씩 배치되어 안채에 딸려있는 부엌과 연결된다.
안채는 정면이 6칸 측면이 1.5칸의 크기로 홑처마에 팔작지붕이다. 공간의 구성은 왼편부터 부엌 1칸, 안방 2칸, 대청 2칸, 건너방이 1칸이다. 안방 앞에는 반 칸의 툇마루를 깔아 대청과 건넛방으로 이동하기가 편리하도록 되어있다. 안채를 구성하기 위한 기둥의 형태는 전면 가운데 3개의 기둥은 싸리나무로 된 원형 기둥이고, 나머지는 소나무를 쓴 사각형의 기둥이다. 또한 부엌의 내부에는 팔각형을 한 기둥이 하나 더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기둥을 볼 수 있다. 우익사를 구성하는 3칸은 안채의 우측에 자리한 건넛방과 그 앞쪽에 반 칸의 아궁이를 설치한 부엌과 연결된다. 첫 번째 칸은 익사 높이의 중간 정도에 널마루를 깐 공간과 그 옆으로 광 1칸, 협문 1칸으로 구성되어 口자 건물의 전면 우측과 맞닿는다. 우익사는 널마루와 광, 광 위에 부설되어 있는 다락 등 주로 집안에서 사용하는 살림용품들을 갈무리하는 공간들이 배치되어 있다.
쌍수당은 정침의 왼편에 자리 잡고 있는 중층의 정자이다. 건물의 규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이고 홑처마에 팔작지붕이다. 자연석을 3단 정도 허튼층쌓기로 쌓아 죽담을 만들고 그 위에 자연석으로 초석을 놓았다. 기둥의 형태는 누하주의 경우에는 아름드리나무를 다듬지 않고 사용하여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자연스러우면서도 견고함이 느껴진다. 누상주 전면은 다듬은 원주를 썼고 후면은 각주를 사용하였다.
정자의 평면구성은 왼편에 4칸의 마루방을 꾸미고 오른편에 1.5칸의 방과 반 칸의 통로를 내어 외부에서 정자로 올라 마루방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사용한다. 마루방은 판벽과 판문으로 벽체를 이루고 있어 개방형이 아닌 폐쇄형의 구조를 하고 있다. 전면과 좌·우측면에는 쪽마루를 부설하고 계자난간을 둘렀다. 정자의 출입은 오른편 계단을 이용한다. 계단을 올라 정자에 오르면 마루방으로 연결되는 넉살무늬를 한 넌출문과 만나고 그 오른편으로 광창과 눈꼽재기창을 겸해서 쓰는 문과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궁판 달린 세살문이 설치되어 정갈함을 준다. 방은 1.5칸의 통칸으로 뒷벽에 퇴칸을 달아 벽장을 만들어 가재도구를 갈무리하는 공간으로 쓴다. 마루방은 우물마루를 깔고 천장은 연등천장의 구조를 하고 있다.
4. 관련인물
가. 이전(李荃, 1486~1529)
선생의 자는 무선(茂先)이고 호는 근재(近齋)이며 본관은 예안(禮安)이다. 어려서부터 효성과 우애가 두터웠으며 성리학에 밝았다. 기묘사화(己卯士禍)로 많은 선비가 화를 당하자 안동 풍산으로 낙향하였다. 평소에 청백염근(淸白廉謹)을 가훈으로 삼았으며, 근사록(近思錄)을 즐겨 읽어 서재에 근재(近齋)라 편액하고 자호하였다.
나. 이홍인(李洪仁, 1525~1594)
선생의 자는 경회(景會)이고 호는 풍은(豊隱)이며 좌의정 명(蓂)의 현손이다. 아버지는 풍산 입향조인 전(荃)이다. 선생은 어려서부터 담력과 지략이 빼어나고 무예가 출중하였으나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수신제가로 본분을 닦기에 힘쓸 뿐 드러내지 않았다.
임진란이 발발하자 시은당(市隱堂) 진(珎)과 경(璟) 형제와 삼종질인 율원(栗園) 휘(諱) 공등(珙等)과 협의하여 사재를 털어 무기를 제조하고 군량을 준비하여 의병을 모집하여 다인(多仁)·용궁(龍宮)·예안(禮安)·구담(九潭) 등지에서 엄습하는 왜적을 물리쳐 안동지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였다. 의병장으로 활약하다 구담전투에서 장렬히 순국하니 향년 69세였다. 임진왜란이 평정된 뒤 모든 사람들이 조그마한 공적만 있어도 밖으로 드러내어 기렸지만 선생의 빛나는 희생과 충절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만큼 초연하였다. 그 후 선생의 공적을 못내 아쉬워한 사림에서 청하여 순조 11년(1811)에 공의 충의(忠義)를 표창하여 정충각(旌忠閣)을 세웠다.
다. 이한오(李漢伍, 1719~1793)
선생의 자는 효승(孝承)이고 호는 용눌재(慵訥齋)이다. 임진왜란 때에 의병장으로 순국한 홍인의 8대손이며 아버지는 증(贈) 참판(參判) 민정(敏政)이다. 공은 어려서부터 효행이 지극하였다. 귀와(龜窩) 김굉이 지은 행장에 의하면 ‘평소에는 어리석은 듯 둔한 듯한, 선생이 어버이의 명을 받듦에는 재빠르고 날렵하여 쉽고 어려움을 가리지 않았으며 어버이 시중은 일체 하인이나 종을 시키는 법 없이 몸소 받들었다.’고 적고 있다.
5. 전하는 이야기
이한오 공은 아버지의 병환이 심하여 백약이 소용없었으나 잉어와 꿩이 특효가 있다는 말을 듣고 엄동설한에 낚시를 드리우고 온 종일 기다려 한 밤중에 잉어를 구했으며, 돌아오는 길이 칠흑같이 어두워 앞이 안보이자 호랑이가 나타나 안광(眼光)으로 길을 인도하여 무사히 돌아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뒷산에서 꿩 한 마리가 절로 날아들어 이치탕(鯉雉湯)을 다리니 아버지께서 드시고 쾌유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할 정도로 효행이 뛰어났다. 예부터 효자를 일컬음에 의례히 순(舜)임금이나 증자(曾子)를 말하고 한 겨울에 죽순을 얻고 얼음 속에서 잉어가 절로 튀어나오게 했다는 맹종(孟宗)이나 왕상(王相)의 고사(古事)를 들지만 호랑이를 감복시키고 꿩이 날아드는 용눌재 선생의 효심 또한 지극하다 할 것이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