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안종화_의성 시가기행, 산들에 대한 이야기]안계평야와 함께하는 라이딩
- 안종화
안계평야와 함께하는 라이딩
국도 제5호선(거제∼중강진선) 가운데 대구와 안동시 사이 구간을 구안국도라 하는데, 구안국도[邱安國道]라 할 또 하나의 구간이 있다. 의성군 초입에 위치한 봉양면에서 5번 국도는 28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비안면을 지나자 바로 안계면인데, 이곳 사람들에게는 대구 가는 이 길이 구안국도이다. 1872년 비안지도를 보면 북쪽의 길은 상경대로[上京大路], 남쪽의 길은 대구대로라 표시하고 있다.
비안과 안계를 구획하는 구안국도변 높은 곳에 정려각이 있고, 그 앞에는 선돌[立石]이 있다. 옛날 고을경계를 구획 짓던 돌 윗부분은 칼[刀]끝 모양이고, 전체적으로는 장방형 모양이다. 이제는 마을의 이름이 되었는데, 조선 1/50,000 지형도가 발간될 1918년 당시까지도 이곳에 위치하던 선돌주막[先乭酒幕]은 찾아온 사람들로 흥청망청하였다.
주막이 성행하였음은 큰길가에 위치하였고, 나루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강[溯江]하여 낙동강 가에 내린 소금을 다시 실은 배가 물길을 거슬러서 이 앞을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층암절벽과 흘러가는 강물로 절경을 이룬 이 관어대[觀魚臺] 위에는 성혈[性穴]이 있다. 수기령[水基嶺]에서 발원한 물길이 팔공산 북사면과 남대천에서 흘러온 물과 합류하며 연면히 흘러온 까닭에, 안계평야를 터전삼아 청동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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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渭水]는 그 근원이 의흥현 화산[華山]에서 나와, 서북쪽으로 흘러 비안현 동쪽을 감싸고, 다시 서북으로 흘러 낙동강으로 들어간다."
- 해동역사[海東繹史] 지리고 - |
유로연장 113.5km의 낙동강 제1지류 위천을 젖줄삼은 안계평야는 제법 알려진 곡창지대이다. 그런 들판을 무대로 ‘의성쌀문화축제’가 해마다 열리곤 하였는데, 2012년부터는 축제와 더불어 친선 라이딩 행사도 열리고 있다. 마라톤 거리와 똑 같이 거리가 약 42km정도 된다. 가을빛 고운 안계평야를 지나, 산야초 곱게 핀 산길로 라이딩 하던 이들의 뒤를 따라 가보자.
안계면사무소 채 못 미쳐서 왼쪽으로 구천방면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좌회전에 이어 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을 한다. 새동네 입구의 길가에는 남향의 대제지유허비가 있다. 들판 서쪽부분에 삼한시대 축조한 대제지가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말엽 개천지를 증축할 때에 수몰민에 대토[代土]하고자 헐어버렸으니, 당시 저수지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지방도 923번. ‘소보안계로’따라 구천으로 가는 길의 양안에 넓은 평야가 형성되어 있다. 안계, 단북, 단밀 3개의 면에 걸쳐진 들판은 동서 양단이 약 20리 된다. 금호, 안강과 더불어 경북의 3대평야로 그 면적이 1,000ha에 달한다. 들판을 지나 위천을 가로지른 구천교 아래 위쪽에 너른 둔치가 있다. 산수유 꽃이 피어나는 봄철에는 30여 개의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 연 날기 대회가 열리고, 가을이 되면 의성 쌀 문화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제방 따라 국도변으로 나서는 길은, 위천 물길과 들판을 바라보는 시원스러운 코스이다. 28번 국도를 따라서 안정부락으로 향하는 길은 찻길로 위험하지만 짧다. 비안향교를 알리는 이정표 따라 교촌부락으로 들어서자 농촌체험학교가 있다. ‘1박 2일’의 촬영지가 되었던 이곳에는 숙박시설과 수영장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벼 문화체험관도 있다.
학교 앞 방풍림이 위치하던 곳 주변에는 특이하게 생긴 버드나무 고목이 있고, 고목 뒤쪽에는 동신각이 있다. 학교 뒤에는 비안향교가 있는데, 지방의 관아가 예전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 514년(지증왕 15) 1월 설치한 아시촌[(阿尸村] 소경[小京]은 안계지방에 위치하였던 것으로 비정하고 있다. 신라시대 가장 먼저 소경이 설치된 곳이다. 그 뒤 아시혜현, 안현현, 안정현 등으로 불리며 현청 소재지로서 존속되어 왔으나 별도의 유적이 없다. 육부(六部)와 남쪽의 백성들을 옮겨 살게 하였다고 하였으니, 들판을 바라보며 상상력을 조금 동원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비안면 자락리로 가는 길과 합류하는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 새터마을 방면으로 방향을 틀어 대지부락을 지나자, 대지못 이르기 이전 동북방면에 입구가 좁다란 임도가 있다. 안사면 방동지 남쪽을 지나 태자바우 고개에 이른다. 이곳 삼거리에서 왼쪽은 안사면 웃방골, 오른쪽은 안평면 금곡리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 가야할 방향은 오른쪽이다.
고개를 내려서면서 왼쪽으로는 말과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이 보인다. 바이오파크에서 운영하는 생태관광목장이기 때문이다. ‘먹거리’로 내려서기 이전에는 급경사지가 있다. 912번, 927번 지방도를 따라 소재지를 막 벗어날 무렵 기도교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이후 들판 가운데 농로를 따른다. 중앙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나서는 마을이 마전리이다.
임장군이 개척한 마을이라고 하는데, 굴다리를 지나서 오른쪽 고속도로 주변으로 보이는 고목나무 있는 곳이 개척자와 관련된 유적지라 한다. 아랫말구리, 윗말구리를 지나 골못 위쪽 임도로 들어서게 된다. 말구리[馬轉]란 비안면 산제리에서 신행길에 오른 말이 구르게 되면서 불리게 된 지명이다. 급한 경사를 보여줄 것임을 사전 예고하고 있다.
오르막길 오르며 바라보는 전망은 뛰어나다. 질등재를 지나자 서쪽 화장산 아래로 만장사가 보인다. 삼층석탑 뒤편 건물 내부에는 후덕한 미소를 머금은 여래좌상이 있다. 급경사 길을 내려서는 이들의 무사고를 기원하고 있다. 오늘의 라이딩 코스는 安계면에서 출발하여 安사면 安평면, 비安면을 지나고 있다. 지명에 안[安]자를 공유하고 있다. 이름처럼 편안한 코스를 보장해 줄 것이다.
큰 고개를 2곳이나 넘었지만 2곳 더 있다. 염티고개 지나 해망산이 서쪽으로 뻗어 내려온 끝 나란히 같은 모양으로 정렬한 육봉[六峰]을 바라보며 삼거리에 이르기까지 제법 오르내림이 있다. ‘염티’마을에는 안정나씨 시조로 고려 말에 문하시중에 이른 나천서의 묘가 있다. 신라 말기 고운 최치원의 빙부[聘父]로 알려진 나천업과 나인 등 3명의 정승이 이 마을 출신이다.
자전거를 잘 탄다면 즐거우리라. 마음 내키는 곳을 찾아갈 수 있으므로. 조선 중기의 문신 신흠(申欽:1566∼1628)이 편찬한「야언(野言)」에서는 인생의 3가지 즐거움(人間三樂)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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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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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아니라면, 차를 타고도 찾아갈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어도 좋다. 각자 3가지 할 걸 찾자. 잘할 걸, 즐길 걸, 베풀 걸. 그러면 즐거울 걸. 안계시장 ‘닭 불고기’도 구워먹자.
라이딩 고도
라이딩 코스
- 글쓴이 : 안종화
- 사)경상북도산악연맹 학술정보이사 조문국연구원 연구위원 의성군청 주민생활지원과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