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유태근_그릇이야기]사람이 머물렀던 곳에는 항상 그릇이 있었다.
- 유태근
사람이 머물렀던 곳에는 항상 그릇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도자기라고 하면 흔히 전체를 통털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도자기는 크게 흑도(黑陶), 토기(土器), 도기(陶器), 자기(磁器), 석기(石器)로 구분된다.
이러한 분류의 결정적인 요인은 소성온도에 따라 구분된다. 즉 굽히는 온도가 몇 도이냐에 따라 분류되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이야기 방향도 이러한 그릇의 종류를 분 류하고 그릇들의 특징 및 생활, 그리고 시대적인 배경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이번 호엔 흑도(黑陶)에 대해서 알아보자. 흑도(黑陶)는 소성온도가 600~800도씨 내외로 굽혀지는 도자기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빗살무늬토기, 무문토기, 마연토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흑도(黑陶)들은 아프리카, 파푸아뉴기니 등지에서 지금도 만들어 사용 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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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을 준비하는 모습 |
▲ 토기 벽 쌓기 |
▲ 토기 내부 다듬기 |
이 그릇을 만드는 방법은 강의 밑바닥에서 찰기가 있는 흙(土)을 가져와 반죽을 해서 며칠간 숙성 시킨 후 물레가 아닌 손으로 직접코일을 만들고 두들기면서 제작한다. 또 흙이 거칠어 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반 건조 후에 조약돌이나 야자수껍질, 코코넛 껍질 등을 이용하여 연마한다. 그러면 표면에 광택이 나면서 미세한 구멍이 메워진다.
주로 여성들이 만들었지만 제단(祭壇)에 사용되어지는 일부 그릇은 남성들이 제작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전통적으로 중요한 일이라 여겨지는 일은 남성의 몫이었다. 이것으로 비추어 볼 때 남성의 권한이 여성보다는 상대적으로 강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만들어진 그 릇 의 종류로는 일반적으로 무엇을 담는 그릇과 끓일 수 있는 그릇, 제단에 사용되는 그릇이 대부분이다. 굽는 방식은 완전히 건조된 그릇을 노천에 쌓아놓고 불을 지핀다. 사용되는 연료는 야자수 잎, 일반나무, 동물의 똥 등 인데 이들을 높이 쌓아 둔 채 불을 붙인다. 이것이 다 타고 나면 굽는것이 끝이 난다. 그래서 굽혀지는 온도가 600~800도씨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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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성을 위해 쇠똥을 준비하는 모습 |
▲ 쇠똥을 불 위에 얹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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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성된 토기를 꺼내는 모습 |
▲ 소성을 막 끝낸 모습 |
굽혀진 그릇이 붉게 나타나면 홍도(紅陶)가 되고 검게 변하면 흑도(黑陶) 가 되는 것이다. 연료인 나무의 재가 덥혀 있는 그릇은 완전연소가 되지 않아 염(炎)을 먹고 검게 변하는 것이고, 완전연소된 그릇은 홍도(紅陶)로 나타난다.
또한, 그릇을 자세히 보면 표면에 여러 가지 문양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대체적으로 선(線), 점(点), 물결무늬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자연으로부터의 큰 변화 즉, 천둥이나 번개, 홍수 등의 자연재해에 대한 방책으로 주술적인 문양을 새겨 넣었다.
오래전 문명은 강이나 바닷가에서 많이 발생하였는데 모래바닥에서 사용하려면 그릇의 바닥면이 대체적으로 둥글거나 뾰족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연에 순응하고, 감사하고, 비는 주술적인 행위를 할 때 사용되어지는 그릇들은 굽이 만들어 졌다. 그 이유는 돌이나 나무로 제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위에 놓이려면 굽이 있는 그릇이 필요했으며 또한, 절대자에게 빌고 염원하는 일이라서 굽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제기로 이어 지게 되었다. 조상을 섬기고 높이 받든다는 의미이다. 지금도 중요한 사람을 대접할 때 굽이 좀 높은 그릇을 쓰는 이유도 아마 그러한 영향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을 자연에게 끊임없이 낮추려는 흑도의 문양과 모양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글쓴이 : 유태근
- 현) 문경대학교 도자기공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