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박장영_종가이야기]임청각(臨淸閣)
- 박장영(jangypark@korea.kr)
▲ 임청각
1. 종택이 있는 곳
임청각 종택은 시내에서 안동댐 방향으로 들어가다가 중앙선 철도 왼편에 있다. 이 종택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국보 제16호인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安東 法興寺址 七層塼塔)이 있고, 또 고성이씨 탑동파 종택도 있다.
2. 종택의 규모
이 종택은 신라의 거찰인 법흥사(法興寺)의 옛터에 세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이원(李原, 1368~1429)공의 여섯 째 아들 이증(李增, 1419~1480)공이 건축한 조선 중기의 종택 건물과 이증공의 셋째 아들 이명(李洺) 공이 중종 때 세운 별당형 정자인 군자정(君子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건물은 99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민가로서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도깨비가 세운 집이다.’라고 하는 전설이 전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10여 칸이 소실되었고, 또 일제 강점기에 중앙선 철도가 집을 관통해 지나감으로써 행랑채, 정문, 누대 등 36칸이 철거되어 현재는 50칸 정도만 남아있다. 현재 안동댐으로 들어가는 도로도 이 종택의 집터였으니 예전의 규모를 짐작할 만 하다.
이 집은 정침인 임청각과 외당인 군자정 및 사당, 연못 등의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좌측에 정침이 있고, 그 우측에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군자정이 위치하며, 군자정의 바로 옆에는 방형(方形)의 연못이 있으며, 연못 옆 언덕 위에는 사당이 자리 잡고 있다.
임청각은 풍수의 방술(方術)상 동쪽을 향해 용[用]자 형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집을 짓는 데 있어 그 평면구성을 일, 월, 길(日月吉) 등의 상서로운 글자를 취해 지으면 좋다고 하는데 임청각의 평면구성을 보면 일(日)자, 월(月)자 또는 그 합형(合形)인 용(用)자형으로 되어 있다. 이 일형과 월형, 용자형은 하늘의 일월을 지상으로 불러서, 천지의 정기를 화합시켜 생기(生氣)를 받으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정침인 임청각은 영남산 기슭의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하여 계단식으로 기단을 쌓아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의 건물을 배치하여 채광효과를 높였으며, 각 동(棟) 사이에는 크고 작은 5개의 마당을 두어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높이가 다른 3개의 기단 위에 건물을 가로로 길게 배치한 다음 마당을 사이에 두고 세로로 건물을 연결하여 정면에서 보았을 때 정침의 전체 모습은 ‘用’자를 눕힌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임청각에 딸린 별당형 정자인 군자정은 양반가의 별당형 정자건축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는 건물로 정자 옆에 연지(蓮池)를 조성하여 군자를 표상하는 연꽃을 심었다. 아마도 정자의 주인은 연못에 핀 연꽃을 바라보면서 군자로서의 심성을 닦고자 하였을 것이다.
군자정은 평면이 고무래정(丁)자 형태로 되어 있다. 구조는 서쪽에 1칸 크기의 마루방을 가운데 두고 앞뒤로 2칸 크기의 온돌방과 1칸 크기의 온돌방을 배치시켰으며, 일렬로 늘어선 이들 방과 접하여 동쪽으로 정면 2칸, 측면 2칸의 대청을 꾸몄다. 방과 대청 주위에는 서쪽 뒷방의 좌측과 뒷면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툇마루를 두고 계자난간을 둘러 품격을 높였다.
▲ 평면도
정자 옆 연지(蓮池)를 지나면 정면 3칸, 측면 2칸의 크기의 사당이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사당에는 원래 불천위와 더불어 4대의 위패를 함께 봉안하였으나 석주 이상룡 선생이 한일합방이 되자 구국(救國)의 일념으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만주로 떠날 때 위패를 모두 장주(藏主)하여 현재 봉안된 신주가 없다.
3. 임청각의 독립운동가
고성 이씨의 입향조 형제와 조카들은 모두 대단한 학자로 무오·갑자사화에 절개를 지켜 명문으로 기틀을 다졌다. 이후에도 많은 인물이 나와 안동 양반사회에서 도산서원 원장과 함께 최고의 명예직으로 삼고 있는 안동좌수를 이 집안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였다.
애국시인 이육사 형제들은 어려서부터 종고모 집인 읍내의 임청각에 드나들며 함께 지내기도 하였다. 특히 한말 독립운동가 아홉 분이 임청각에서 출생하였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상해 임시 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내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하여 1962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고, 또 만진 이상동 선생은 석주 선생의 동생으로 1968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되었으며 이봉희 선생도 석주 선생의 동생으로 1990년 독립장 추서되었다. 그리고 이승화 선생은 석주 선생의 당숙으로 1968년 애족장 추서되었고, 이준형 선생은 석주 선생의 아들로 1990년 8월 15일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되었다. 또한 이형국 선생은 이상동 선생의 아들로 1968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되었고, 이운형 선생은 이상동 선생의 아들로 1968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되었다. 그리고 이광민 선생은 이봉희 선생의 아들로 1990년 4월 13일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되었으며, 이병화 선생은 석주 선생의 손자이자 이준형 선생의 아들인데 1990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포 70주년 기념식장에서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되었다.
4. 관련인물
1) 이명(李洺, 생몰 미상)
선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고성이며 자는 호원(浩源)이고, 호는 임청옹(臨淸翁)이다. 영산현감을 지낸 이증(李增) 공의 삼자이며, 개성유수를 지낸 귀래정(歸來亭) 이굉(李浤) 공의 아우이다. 1486년(성종 17)에 김일손(金馹孫)·권오복(權五福) 선생 등과 동방(同榜)으로 사마시에 합격, 음보(蔭補)로 벼슬길에 나아가 형조좌랑에 이르렀다. 1504년(연산군 10)에 갑자사화에 조카인 망헌(忘軒) 이주(李冑) 공이 처형되면서 온 집안이 화를 입었다.
1506년 중종이 즉위하자 풀려나 의흥현감이 되었으며, 1513년(중종 8) 이굉 공이 개성유수에서 사직하고 은퇴하자 선생도 함께 사직하고 향리로 돌아와 영남산 기슭에 정자를 짓고,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당호를 취해 ‘임청각(臨淸閣)’이라 이름 하였다.
2) 석주 이상룡(石洲 李相龍, 1858~1932)
선생의 본은 고성이고 호는 석주이며 안동 출생이다. 1905년 김동삼(金東三)․유인식(柳仁植) 선생 등과 대한협회(大韓協會) 안동지부를 조직, 회장이 되어 협동학교를 설립하여 후진양성에 힘쓰며, 강연회 등을 통하여 국민계몽운동을 벌였다. 1910년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자 간도(間島)로 망명, 지린성 류허현에서 양기탁(梁起鐸)․이시영(李始榮) 선생 등과 신흥강습소(新興講習所)를 열어 교포자녀의 교육과 군사훈련을 실시하였고, 1912년 계몽단체 부민단(扶民團)을 조직, 단장으로 활약하였다. 1919년 한족회(韓族會)를 조직, 동료들의 자치활동에 힘쓰는 한편,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 조직에 참여하여 독판(督辦)으로 활약하였으며, 그 후 1926년 임시정부 국무령이 되었다.
5. 전하는 이야기
1) 임청각 산실(産室)
이 종택 대문을 들어서서 돌계단을 오르면 협문이 있고, 앞에 작은 마당이 있으며 정침 쪽으로 우물이 있다. 그리고 정면에 방이 있는데 바로 이 방이 재상 세 사람 난다.는 방으로 특히 우물방이라고 한다. 이것은 산실 바로 앞에 우물이 있기 때문이다.
영남산의 지맥으로 형성된 뒷산에서 내려온 지기가 이 혈구 앞에서 맺혀 있다. 지기가 혈구를 지나칠 수 없으므로 혈구 앞에는 지기가 뭉쳐 있기 때문에 신령한 기운이 어려 있는 터로 소위 말하는 명당인데 풍수적 관점에서 이 우물이 혈구(穴口)이다.
이 우물방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인물은 매산 류후조(1798-1876) 선생으로 조선 후기 문신으로 본관 풍산이고, 시호는 문헌이며, 서애 선생의 8대손이다.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중추부판사로 퇴임했으며 대원군 섭정 시 폐정개혁의 선봉에 섰다.
다음으로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인데 선생의 본관은 고성이고 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역임했다. 선생은 만주로 독립운동을 떠날 때 조상의 신주를 땅에 묻고, 종택과 토지를 팔아서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아직 한 사람의 재상이 더 태어날 수 있다고 하나 영남산의 치명적인 훼손, 임청각 국가 헌납 등으로 우물방에서 재상이 더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도 한다.
2) 회화나무에 얽힌 전설
1970년대 초반 안동댐이 건설될 당시 도로 중앙에 이 회화나무가 있어서 수많은 대형 공사차량의 진․출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무를 그대로 둔 데는 사연이 많다. 이 나무는 예전에는 지금 모습과 달리 고성이씨종택인 임청각 99칸 집 바로 담장밖에 있던 나무이다.
일반적으로 화화나무는 선비나무로 불린다. 중국의 진나라. 고려에서는 3정승에 해당하는 관직은 회화나무 그늘에서, 6판서의 관직은 가시나무 그늘에서 자리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공직에 몸담고 있다 퇴직하여 고향으로 가는 관료에게는 왕의 선물로 회화나무를 하사하였다하여 선비수라 한다.
또한 회화나무 꽃봉오리를 괴화(槐花) 또는 괴미(槐米)라고 하며, 열매를 괴실(槐實)이라 하는데, 모두 약용으로 한다. 열매는 협과로 원기둥 또는 염주 모양이다. 괴화는 동맥경화 및 고혈압에 쓰고 맥주와 종이를 황색으로 만드는 데 쓴다. 괴실은 가지 및 나무껍질과 더불어 치질치료에 쓴다.
회화나무의 상징성이 선비이고, 약용으로 쓰였으니 종택이나 서원 등의 전통건축물 곁에 자연스레 이 나무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고성이씨 종택인 임청각과 같이한 이 회화나무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나무가 길 한가운데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것도 임청각과 같이한 나무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1970년대 초반에 댐공사 측에서 이 나무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 경상북도 문화재위원회에 질의를 했다. 그 답변은 통행에 큰 불편이 없으면 그냥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질의한 쪽이나 답변한 쪽 모두가 임청각이 지닌 내용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자연히 임청각 후손 입에서 이 나무의 성스러움이 흘러 나왔고, 교통 불편이 있어 이 나무를 베어내고자 인부를 시켜 톱으로 가지를 자르다가 죽는 일이 발생하였다는 말도 나왔다.
또한 그 후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나무를 제거하려다 포크레인 삽날이 부러지는 일이 발생했다는 등의 말이 나옴으로서 이후 안동시민들에게는 귀신나무 또는 신목으로 널리 알려져 왔었다. 더 나아가서 이 나무를 베어내면 돈 얼마를 준다느니 하는 설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무속인들이 굿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고, 금줄을 치고 제사를 올리고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그런데 2008년 8월 22일 새벽 3시 경에 누군가가 이 나무를 베어 그루터기만 남았다. 이 나무가 없어지자 안동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였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조화와 막걸리 등을 그루터기에 수없이 받쳤다. 또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구전되었다. 시민들의 가슴이 무척이나 아프고,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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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적인가! |
그러나 또 다시 사고로 인하여 새싹 둥치는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지난 300년의 얘기를 담아왔듯이 앞으로도 우리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후세에 전해 주길 바란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