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류명화_봉화를 걸으며]산이 품은 땅 서벽
- 류명화
사방 1000M급 고산으로 둘러 싸여 한 여름도 읍내와는 5도 이상의 기온차가 있는 곳. 이렇듯 계절이 가장 먼저 들리는 마을이다 보니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태백산과 소백산이 날개처럼 펼쳐지고 그 가운데 옥돌봉에서 뻗은 맥이 봉우리로 우뚝 선 봉화의 진산 문수산(1,206M)을 중심으로 북사면에 위치한 서벽리는 해발고도가 보통 500~600m인 마을이다.
태백과 소백을 잇는다 해서 양백지간이라 부르는 이곳은 고산의 산봉우리들이 많아 전란을 피할 수 있고 중앙정부의 감시와 수탈을 덜 받을 수 있어 정감록에서도 전화를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추천한 곳이기도 하다.
격암유록에도 전염병과 화산폭발, 지진, 대가뭄, 대홍수 등에도 안전한 구역으로 후세사람 중에 지각 있는 사람은 양백지간에 자손들을 깊이 감춰 두라 했다고 하니 풍수 지리적으로 사람 살기 좋은 곳임엔 틀림이 없는 듯하다. 문수산 자락에 기대어 자리 잡은 서벽리는 예로부터 고관대작과 큰 스님이 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니 욕심을 내어 이곳에 둥지를 틀고픈 마음도 살짝 든다.
문수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북으로 태백산, 서쪽으로 소백산, 남쪽으로 청량산, 동쪽으로 청옥산과 비룡산자락이 자리 잡고 있다. 맑은 날은 멀리 강원도 함백산과 영양군 일월산까지 한눈에 펼쳐지니 잔잔한 바다위에 떠 있는 듯 문수산은 사방으로 산 그림을 두르고 있다.
아스라이 펼쳐지는 산과 골짜기마다 마음선한 산촌 사람들이 비탈진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생각하면 발 딛고 있는 이 터에 강한 애정과 함께 뭉클한 애국심이 절로 생겨나니 이 산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제대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쪽으로 바위산 옥돌봉이 있어 아침햇살이 옥돌을 비추면 반사된 빛이 마을에 다시 비춘다 하여 서벽이라 불렀다는 지명유래처럼 이곳은 일조량이 많고 물 빠짐이 좋아 주로 고랭지 채소와 약초를 재매하며 농가의 대부분이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봉화에서도 이곳 서벽에 귀농인구가 가장 많다고 하니 설명하지 않아도 살기 좋은 마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서벽은 송이와 사과 그리고 호도도 빼놓을 수 없는 특산품 가운데 하나인데 일교차가 크고 물 빠짐이 용이한 기후조건 때문에 과일은 달고 단단해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보다 저장기간이 길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춘양목으로 유명한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문화재청에서는 이 일대를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으로 지정해 1500여 그루의 금강송을 관리하고 있다. 춘양목의 어원은 춘양역이 생기면서부터 불린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소나무를 우리는 흔히 적송이라고 부르는데 그 적송도 유형별로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그 가운데 곧고 바르게 자라며 키가 큰 금강 형을 우리는 '금강송' 이라 부른다.
금강송은 금강군 금강산 일대와 대간 아랫녘으로 분포하는데 울진, 봉화, 삼척, 영양에서 벌채한 금강송을 영암선(영주-철암)이 개통되면서 부터 춘양역을 통해 서울과 부산으로 옮겨지게 되고 목수들의 입을 통해 춘양역에서 싣고 온 소나무가 품질이 우수하고 좋다 하여 그때부터 춘양목이라 부르게 됐다.
그러니 춘양목은 춘양역이 만들어준 금강송의 브랜드명이 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금강송 군락지를 중심으로 2014년 완공예정인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은 16마리의 백두산 호랑이를 방사해 키울 계획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하니 청정 서벽이 다시 한 번 숲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솔향기 그윽한 숲길도 좋고, 사과향기 짙게 배인 과수원도 좋고, 노을이 아름다운 주실령 바람내음도 좋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산세 수려한 이곳 서벽의 가을을 혼자 취하기 아쉬워 길손들을 향해 손짓해본다.
- 글쓴이 : 류명화
- 1972년 청명한 식목일 오후 2남7녀 중 아들이길 바랐던 부모님의 서운한 마음과 상관없이 일곱째 딸로 태어났다. 똑똑하진 않지만 나름 삶을 즐길 줄 알고 퉁퉁한 아랫배와 홀쭉한 주머니 사정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건강한 여성이다. 지금은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