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 비오는 소리, 새가 울어대는 소리
어디일까 이 밤이 깊어가는
어디 저 먼 높은 곳에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심장 하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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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편안히 맥박 속에서
피는 돌고 돈다.
몸은 어쩌면 순종적인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순종적이지 않은, 경건하지 않은
말을 내뱉고 있을 때에도
사람들이 미쳐 반항할 때도
피비린내 나는 꿈을 꾸고 있을 때도
여전히 생리적인 현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세포는 별처럼 무수한 증식을 한다.
감히 신의 자리에 자신을 놓는 포악한 왕도
그의 몸은 순종적인 모습을 할지도 모른다.

이 시는 크리스천 시인 가타세 히로코(版瀨博子 1929-2006)의 시 ‘몸’의 일부다. 과연 나는 우리의 생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인 몸을 이렇게 인식한 적이 있을까.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생각하면 몸이라는 생명의 그릇은 심장이라는 엔진의 끊임없는 작용으로 유지된다. 잠자고 있을 때나 잠이 깨어 있을 때도, 기쁠 때나 쓸쓸할 때 또 슬플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화를 내고 있을 때나 시름에 잠겨있을 때, 심지어 증오나 살의를 품고 있을 때도 심장은 뛴다. 

태아로서 모태에 머물러있을 때부터 숨이 끊어지는 그날까지, 심장이 병들어 있을 때조차도 맥박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뛴다. 몸이란 생명의 그릇은 시작부터 끝까지 심장의 작동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그리고 몸이 심장에 종속되어 있다고 인식하면 그 현상에 놀란다. 이렇게 인식하게 만드는 인간의 사색과 상상력조차도 심장 하나에 종속된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요컨대 심장이 멈추면 육체는 쇠퇴하고 사고는 물론 상상력도 정지한다. 생각해보면 심장이란 정말 위대한 신체기관이다. 

그런데 심장을 가진 생물이 인간뿐이 아니다. 새도 짐승도 심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몸도 심장에 종속된다. 지혜나 행동 또한 결국 심장이 작동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몸이 정신에 종속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고대 로마시대의 시인 유베날리스(Decimus Junius Juvenalis)의『풍자시집』에 “A sound mind in a sound body”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It is to be prayed that the mind be sound in a sound body”의 일부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을 바라야한다”라고 번역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로 번역되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이처럼 본래의 의미는 다르다.

어찌되든 몸이 있어야만 가능한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몸과 마음은 부즉불리(不卽不離)이며, 심신일여(心身一如)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