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유기장 이봉주 선생 <중요무형문화재 77호>
- 엄원식
유기장 이봉주 선생 <중요무형문화재 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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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중인 이봉주 선생 |
지난 호까지 우리 문경에 있는 국가지정 문화재 중 보물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살펴 본 문화재는 큰 테두리에서 본다면 유형문화재(有形文化財)에 속한다. 유형이라 함은 형태가 있는 모든 것을 말하는데, 이 중 인류사적, 예술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큰 것 일수록 높은 등급의 문화재가 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유기장 이봉주 선생은 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로 지정되었으며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인간문화재로 불리었다.
그렇다면 무형문화재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형태가 없는 문화재를 말하는데, 연극, 무용, 음악, 공예 기술 따위의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가치가 크나 그 대상이 형체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기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지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어쩌면 인류사적으로 볼 때 무형적 자산이야 말로 끊임없는 삶의 연속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봉주는 1926년에 평안북도 정주군 덕언면에서 모친이 놋성기 장사로 생계를 이었던 집안에 태어났다.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3세 때부터 고향에서 약 이십리 떨어진 정주군 마산면 납청리(納淸里) 유기점주 김용도의 집에 취직을 하여 유기 제작 일을 접하게 되었지만 이때까지는 실제적인 기술은 배우지 못하였다고 한다.
해방이 되고 22세 때인 1948년에 월남하여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납청 방자유기 공장을 크게 하던 탁창여(卓昌汝)의 양대공장(良大工場)에 입사해 이때부터 본격적인 기능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공장에는 모두 납청출신의 유기 장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김의선을 대장으로 한 점주 밑에서 일을 했었으며, 다음은 김용도로 부터 기능을 익혀 2년만에 점주가 되었다. 18개월 후에 6.25가 나자, 군에 입대하였다가 제대 후 다시 탁창여가 경영하는 공장에 들어가 29세 때 점주로서 옛 선배대장이었던 김용도와 김의선 등과 함께 일을 하였다.
이후 1957년에는 구로동에 자신이 직접 ‘평부양대유기공장’을 설립하여 대장 겸 점주 그리고 경영까지 하여 생산 기술자로서 판매자까지 겸하게 되었다. 그런데, 50년대 말부터 생활문화가 변화가 변하면서 연탄을 쓰자, 연탄가스에 쉽게 변질되는 유기는 심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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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중인 이봉주 선생 |
이렇게 해 온 결과 1983년 방짜유기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유기란 구리에 주석 또는 기타 비철금속을 혼합하여 제작된 제품을 말하는데 쇳물을 녹여서 그릇의 형태를 이루는 주물유기(통쇠), 놋쇠를 메로 쳐서 만드는 방짜(方字), 또 주물과 방짜를 병행하는 반방짜유기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중에 망치 하나로 놋쇠를 두들기고 펴서 모양을 만드는 방짜유기 제작이 가장 까다로워서 그 제품을 으뜸으로 여겨왔다. 방짜유기를 북한에서는 양대유기라고 한다.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