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梟のいる風景  ⓒ혼다 히사시

오늘날 세계정세는 각국의 경제적, 정치적인 속셈 탓에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혼란의 원인은 정치가 경제적 투기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즉 궁극적인 문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까지도 머니게임에 휘둘린다는 데 있다. 세계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선진국을 자처하는 강대국 간의 주도권 쟁탈싸움, 끝없이 계속되는 종교대립, 핵개발전쟁, 이제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난 원자력발전소 문제. 이를 둘러싼 전쟁과 테러. 민족차별, 난민문제, 빈부격차의 확대 등,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 21세기의 세계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우주개발이란 이름 아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인공위성이나 우주 스테이션의 건설에도 결국 정략적 의도가 감춰져 있다. 또 고속철도나 고속도로의 건설, 전기자동차의 개발, 전자기기의 혁신도 정치와 경제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후퇴하는 복지나 교육문제, 전 세계에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영토와 기지문제도 이런 군비강화와 관련이 있다. 또한 이미 70억에 이르는 인구, 지진의 발생과 화산폭발, 대규모의 홍수, 과도한 삼림벌채로 인해 밑바닥이 드러난 자원, 끊임없이 소비되는 석유, 사라져가는 자연에너지. 이산화탄소에 의한 오존층 파괴 등,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무얼 해야만 할까. 질문을 받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도대체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근대 이후 편리함, 쾌적함만을 추구해온 우리 인간의 삶의 본연의 자세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해야한다는 환상에서 깨어날 수 없는 것일까. 문명의 진보가 인류의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도.

일찍이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는 『농민예술개론』의 「서론」에서 “세계 전체가 행복해지지 않는 한,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세계’란 인간만의 세계는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인간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구라는 생명의 별에서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다른 생명은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생명이 멸종한다면 인간은 살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 미야자와 겐지가 말하는 ‘세계가 전체’라고 말할 때의 ‘세계’란 인간만의 세계가 아님은 분명하다.

프란시스 퐁쥬(Francis Ponge)라는 프랑스 시인의 “인간에 관한 노트”라는 수필이 있다. 프란시스 퐁쥬는 이 시에서 “인간을 자연 속에 있는 인간의 장소에 되돌려주어야 한다. 그곳은 매우 명예로운 장소다. 인간을 자연 속에 있는 인간의 자리에 되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곳은 명예로운 장소다. 인간을 자연 속에 있는 그 자리로 되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곳은 아주 높은 자리다.”라고 말하고, 이어서 “인간은 자연을 부조리하다거나 신비하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들만이 잘난 체하는 얼굴을 하고 자연 속의 장소를 차지해도 좋다고 할 이유는 없다. 이성으로 말할 수 있다고 뽐내는 인간도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물의 보는 방법』을 쓴 퐁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우리 인간은 인간이 주체이고 사물이 종속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물이 주체이고 인간이 종속물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인간은 우리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 자연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산천초목, 조수충어는 물론, 땅, 물, 불, 바람, 하늘을 포함하는 범신론적 세계로 되돌아가야 한다. 바로 지금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는 신성이 머문다는 것을 알아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