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정원 가꾸기, 마늘, 산양 젖
- 남정순 번역
정원 가꾸기, 마늘, 산양 젖
나는 정원을 너무 좋아합니다.
나 자신도 어쩌지 못할 정도지요.
정원을 돌보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삽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종묘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정원은 내 자랑거리입니다.
겸손해하지는 않을 거예요.
내 정원은 지상의 낙원인 걸요!
정원 가꾸기는 예상치 못하는 덤이 있어요.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몸의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고요.
지금껏 단 한 번도 우울해진 적도 없으며,
두통으로 힘들었던 적도 없으니 말이죠.
내가 참고 노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정원을 가꾸고, 마늘을 기르며, 산양 젖을 짜는 덕분입니다.
정원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색입니다.
늘 조화를 생각하며 어울리지 않는 색은 주저 없이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최고품종의 진달래라도 색이 좋지 않은 것은 뽑아내어 멀리 옮겨버립니다.
색깔이 칙칙한 진달래는 좋아하지 않아요.
어차피 정원을 가꾸는 거라면 꽃을 넓게 심고 싶어 구근을 엄청나게 많이 주문합니다.
어떤 것이든 백 개 단위로 주문하지요.
구근은 절대로 한 개씩 심지 않습니다.
구멍을 파고 몇 개를 한꺼번에 차곡차곡 묻습니다.
꼭 기억해야할 것은 작년까지 심은 구근들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
나처럼 깜빡깜빡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위해 누군가가 구근 탐지기를 발명해주면 좋겠어요.
수선화는 낙관적인 꽃으로 어떤 방식으로 심어도 예쁜 꽃을 피워냅니다.
커다란 구멍을 몇 개 파서 한꺼번에 구근을 묻어두어도
정말이지 꽃이 다 피었을 때의 멋진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오지요.
자랑은 아닙니다만, 나의 올드 로즈(Old Rose)는 정말 훌륭해요.
2년이나 3년을 함께 지내온 식물이,
매년 싹을 띠우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있으면 무척 즐거워요.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를 재회한 것 같답니다.
정원이 만들어진 시대와 관련 있는 테라코타의 화분은 영국에 갔을 때 사온 것입니다.
오래된 큰 저택에 당당하게 들어가서는 어딘가에 쌓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화분들을 찾아냅니다.
마음에 드는 화분을 발견하면 정원사와 교섭하여
그가 네 하고 말하기가 무섭게 삼사십 개의 화분을 사들이죠.
저런 화분에 오십 펜스 이상의 돈을 쓰지는 않는답니다.
버몬트로 이사했을 때,
정원에서 자라던 좋아하는 풀과 꽃, 예쁜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와 헤어지기 싫어
랜드로버의 짐 싣는 곳에다 싣고 뉴햄프셔와 버몬트 사이를 몇 번이나 왕복했지요.
야생화정원은 씨를 뿌린 후 아들 세스가 롤러로 밀어주었어요.
내가 밟고 다닌 곳에는 들풀이 싹을 잘 틔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죠.
롤러 이론을 시험해보니 그 후 두 번 다시 씨를 뿌릴 필요가 없더군요.
서리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맨발로 걷다보면 땅의 습도가 내려가는 것이 발에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내 머리 속에는 정원을 어떤 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확실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종묘상에 가면, 점원이 말을 걸지만 어드바이스는 필요 없답니다.
무엇을 살 것인지 미리 알고 사러갔기 때문이지요.
물론 무엇을 사고 싶지 않은지도 잘 알고 있답니다.
꽃꽂이는 내 마음대로
정원과 마찬가지로 되어가는 형편대로 맡기고 있어요.
정원에 나는 식물들은 다 좋아합니다.
제각각 장점이 있어 어느 식물이나 예쁘거든요.
뻔뻔한 것은 알고 있지만, 내 정원에 피는 튤립은 정말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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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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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