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늙어가는 자신을 소중히 하자
- 남정순
늙어가는 자신을 소중히 하자
아흔 한 살의 나의 계획은 그림, 독서, 요리는 물론이구요,
정원가꾸기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현실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 하기 힘들 테지만요.
언제까지나 젊게 살고 싶다는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몇 살로 보이든지 신경 쓴 적이 없습니다.
나이와 함께 몸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시계 침을 되돌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변화한 자신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 가지고 있는 힘, 지금 흥미 있는 일,
지금 즐기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주저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답니다.
무슨 일이든지 그에 맞는 계절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젊은이의 계절이 있으며,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젊은이와 다른 계절이 있습니다.
각자의 계절에 각자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내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던 것은,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결 따위는 없어요.
가능한 한 좋은 기분으로 살아가도록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만...
듣기 싫은 뉴스는 무시하고, 만족한 일을 하며,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며,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은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반드시 오래 산다고는 할 수 없지요.
건강에 관한 모든 충고를 무시하고,
제 멋대로 살아도 백 살까지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기며,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비결이 아닐까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싫은 사건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진 않지만,
미디어가 대대적으로 떠들어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사건을 일으키지 않던 사람까지도,
그것을 본보기로 모방하여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요?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믿는 것은 어떨까요?
작년 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뜰에서 풀을 뽑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린 적이 있어요.
다행이 별일은 없었지만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들 부부, 손자 부부가 가까이에 살고 있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마음 써주고,
필요하면 도와주러 오기 때문에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에는, 인간은 언젠가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먼 앞날의 일로 생각하고 실감하지 못합니다.
돋보기가 필요하게 되거나,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되는 것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사이에 그런 나이가 되면,
아아, 시간은 마치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 인생은 짧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러나 그것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지금의 자신을 즐기면 되지 않을까요?
80대, 90대가 되어, 20대, 30대에 했던 일을
똑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것을 하려고 한다면, 후회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즐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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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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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