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갈 때는 낮아지는 턱에 넘어지지 않을까 주의하면서 내려가고, 올라갈 때는 오르막길에 몸을 숙이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올라가야 하는 고개가 있다. 옛날 마을에서 가까운 낮은 산을 개간하면서 산의 경사면에 낸 길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그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무성해진 잡목을 잘라내고, 나무뿌리를 파내어 밭을 만들었다. 농민들뿐만 아니라 짐차를 끌고 가는 소와 말이 힘든 길을 오르내리며 신음하는 소리가 마치 바람소리에 섞여 들리는 것 같이 가파른 길이다.

나는 그 고개 위에 있는 감귤 밭 한 구석에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골짜기를 하나 사이에 둔 장소에서 바라보면,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작은 산의 정상부분을 깎아 만든 땅임을 알 수 있다. 땅 위에 펼쳐져 있는 10헥타르 정도의 밭은 예 닐 곱 명 정도의 농민 소유이다. 옛날에는 과수원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나이가 들어 경작을 포기한 밭이 대부분이다. 또 시간과 일손이 많이 드는 반면 수입이 적은 과수원을 포기하고 소 사육으로 전업한 탓에 목초지로 사용되는 밭도 있다. 또한 늙어 경작할 수 없는 밭뿐만 아니라 후계자가 없어 방치되어 쓸모없어진 황무지가 변해 잡목으로 우거진 밭도 있다. 전쟁 이후 한동안 계속되었던 감귤 붐이 사라진 후의 쓸쓸한 풍경이다.

이 넓은 밭 한 가운데 내 집을 지을 무렵에는 주위에 감귤나무가 울창했으나 지금은 바람이 잘 통한다. 그 이유는 고목이 말라죽자 그 나무를 베어내고 나서 식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우리 집 밭에는 매년 열매가 달리는 감귤나무가 50그루 정도 남아있다. 초여름에는 좋은 향기를 내뿜는 꽃잎이 다섯 개인 하얀 꽃이 피고, 가을에는 열매가 램프 같은 색을 띠며, 향기와 맛이 좋은 밀감을 맛볼 수 있다. 수입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감귤나무를 돌아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꽃과 열매를 즐긴다. 그때가 되면 직박구리, 자고새, 동박새, 찌르레기 등의 새, 메뚜기나 베짱이, 게다가 나비나 잠자리 등의 곤충이 늘 나와 함께이다. 야생 토기도 있다, 너구리와 멧돼지도 있다. 모두가 고개 위에 있는 땅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다.

가끔 이 고개를 오르내리는 것은 인접한 밭을 경작하는 늙은 농부이며,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우편배달부이며, 개와 산책하는 시골주민들이다. 들개나 들 고양이도 다닌다. 얼굴을 마주하면 가벼운 인사를 나눌 정도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시를 쓰는 친구나 조각가가 찾아올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는 대화가 방해받지 않도록 가사가 없는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마음껏 대화를 즐긴다.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충만한 시간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감귤창고를 개조하여 조그만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은 잘 하지 못한다. 이런 출판사에도 가끔 일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이 있으면 원고정리, 편집, 교정을 한다. 장정도 한다. 혜택이 주어진 것처럼 묵묵히 일을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별 걱정 없이 살아왔다. 일이 없을 때에는 독서를 하거나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보낸다. 일터가 곧 내 서재가 되는 셈이다. 지치면 커피를 마신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밭에 나가 심호흡을 한다. 때로는 고개까지 내려가 산책을 한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생각에 잠겨있을 때가 많다. 이렇게 쓰면 晴耕雨讀(갠 날에는 밖에 나가 농사를 짓고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 틀어박혀 독서를 하는 것), 유유자적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다.

가난한 소년시절을 보낸 나의 경험에서 머윗대나 줄기, 달래 등의 들풀과 순, 밤과 산포도 등의 나무열매를 따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행이 남쪽 땅 미야자키에서는 연중 먹을 것이 많이 난다. 또 가끔은 근처에 사는 농가사람들이 제철채소와 절임 등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밤이 되면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 여차하면 가까운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도 좋고, 뜰에 날아다니는 새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 다만 그 정도로 궁핍하지 않기 때문에 살생은 하지 않는다. 먹고 싶으면 사먹으면 된다. 적지만 일을 해서 번 돈과 연금수입만으로도 사치하지 않는다면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본래 인간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한 사람분의 식료품과 물일 것이다. 다만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텔레비전과 신문도 필요하다. 책도 읽고 싶어 한다. 비와 이슬을 피할 수 있는 집도 필요하다. 자신을 가르치는 것은 결코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 세상에는 열 명의 몫, 백 명의 몫, 천 명의 몫을 혼자 차지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굶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항상 이 두 가지를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기고 살아간다. 때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날도 있지만....